[시사뉴스 박철호 기자] 지소연이 17년 만에 단일 평가전을 치른 한국 여자축구대표팀에 값진 승리를 안겼다. 역시 지소연(24·첼시FC)이었다.
윤덕여(54) 감독이 이끄는 여자축구대표팀은 5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러시아와의 친선경기에서 후반 종료 직전 터진 지소연의 결승골로 1-0 승리를 거뒀다.
오는 6월 캐나다월드컵 출전을 앞두고 있는 한국은 이날 승리로 유럽팀에 대한 자신감을 안게 됐다. 러시아와의 상대 전적은 3승1무3패가 됐다.
전날 귀국한 '에이스' 지소연은 후반 교체 투입돼 결승골까지 터뜨리며 이름값을 해냈다.
한국은 유영아(27·현대제철)와 여민지(22·대전스포츠토토)에게 최전방을 맡겼다. 러시아리그 소속으로 누구보다 상대에 정통한 박은선(29·로시얀카FC)과 잉글랜드 여자축구슈퍼리그(WSL) 첼시 레이디스에서 뛰고 있는 지소연은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했다.
한국은 미드필더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면서 손쉽게 경기를 풀어갔다. 짧은 패스들이 재미를 보면서 주도권을 놓치지 않았다.
전반 21분 결정적인 기회가 찾아왔다. 유영아가 골키퍼 알레나 벨리아에바의 골킥을 가로채 일대일 상황을 만들었다. 하지만 유영아의 슛이 골대를 살짝 벗어나면서 선제골 기회를 놓쳤다.
이후에도 경기는 한국의 일방적인 흐름 속에 진행됐다. 이은미(27)-황보람(28·이상 이천대교)-김도연(27·현대제철)-송수란(25·대전스포츠토토)으로 이어지는 포백은 유기적인 움직임으로 러시아의 공격을 차단했다. 수비형 미드필더 조소현(27·현대제철)은 공수를 부지런히 넘나들며 빈 공간을 최소화했다.
러시아는 전반 42분 중거리슛으로 골문을 노렸지만 크게 위협을 주진 못했다.
전반을 0-0으로 마친 한국은 후반 시작과 함께 정설빈을 빼고 박희영(24·대전스포츠토토)을 투입했다. 후반 14분에는 이금민(21·서울시청)을 넣어 미드필더진을 보강했다.
공세를 퍼붓었지만 균형을 깨뜨리진 못했다. 페널티 박스 근처까지는 무리없이 진격했지만 결정적인 패스들이 조금씩 타깃을 벗어났다.
후반 15분에는 박희영의 왼발슛이 골키퍼 정면으로 향하는 등 운도 따르지 않았다. 후반 28분에는 오프 사이드 트랩을 무력화시킨 침투패스가 이금민에게 배달됐지만 회심의 오른발 슛은 골대 왼쪽을 살짝 지나쳐갔다.
골문을 열지 못하던 한국은 후반 29분 지소연 카드를 꺼내들었다. 지소연은 최전방이 아닌 공격형 미드필더로 뛰며 동료들에게 연계 플레이를 담당했다.
후반 42분에는 드리블로 오른쪽 측면을 무너뜨린 뒤 중앙으로 강력한 땅볼 크로스를 시도했지만 타이밍이 맞지 않았다.
지소연의 진가는 경기 막판 나타났다. 지소연은 후반 추가 시간 혼전 중 흘러나온 공을 땅볼 오른발 슛으로 연결, 굳게 닫혀 있던 러시아의 골문을 열었다.
한국은 오는 8일 오후 4시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러시아와 2차전을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