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철규 기자] 국제유가가 공급과잉 우려와 2일(현지시간) 이란과의 핵 협상 타결 소식이 전해지면서 큰 폭으로 급락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전날 대비 1.9%(0.95달러) 감소한 배럴당 49.14달러에 마감했고, 런던 ICE 선물시장에서 5월 인도분 북해산 브렌트유는 배럴당 54.10달러까지 추락했다가 다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페데리카 모게리니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과의 공동성명을 통해 "핵협상의 결정적 전기가 마련됐다"며 "주요 쟁점에 대한 절충안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미국 등 주요 6개국(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국과 독일·P5+1)과 이란이 협 협상에 있어 큰 틀에서 의견일치를 본 만큼 오는 6월까지 세부적인 부분을 놓고 조율 과정이 지속될 예정이다.
합의가 이뤄짐에 따라 이란에 가해진 경제적 제재는 단계적으로 해제된다. 유엔의 제재는 오는 6월30일 최종 협상이 끝난 뒤 해제되지만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제재는 이란의 핵 활동 축소 정도에 맞춰 단계적으로 풀어진다.
현재 국제유가는 1년 전에 비해 반 토막 수준으로 떨어졌다. 셰일오일 개발과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불가라는 결정이 맞물리면서 공급 과잉에서 촉발된 유가 폭락 사태가 또 다시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석유 확인매장량 세계 4위인 이란은 현재 수출 목적으로 약 3000만 배럴에 달하는 원유를 비축해 놓고 있다. 여기에 더해 핵협상 타결로 서방의 경제 제재가 풀리면 지난 2012년 수준인 하루 평균 250만 배럴 가량이 글로벌 시장으로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란의 최근 일일 산유량은 270만 배럴이지만 서방의 제재가 강화되기 전인 2011년에는 400만 배럴이 넘었다. 이는 금수 조치 등 경제 제재가 본격화된 이후 수출 규모가 크게 줄었고 글로벌 주요 기업들의 석유가스 개발 프로젝트들도 대부분 중단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잔 잔가네 이란 석유장관이 최근 OPEC 회의에서 "제재가 해제되면 몇 개월 안에 산유량을 하루 100만 배럴 늘리는 것은 문제도 아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었다.
이란의 원유 수출량이 증가하면 OPEC를 사실상 좌지우지하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도 시장점유율 유지를 위해 증산할 가능성이 높아 유가가 추가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미국의 원유 재고량이 지난 80년 래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는 점도 악영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지난 주말 미국의 원유 재고량은 480만 배럴 늘어났고, 현물 인도 지점인 오클라호마 커싱 지역의 원유 재고량은 260만 배럴 증가했다.
한편 서방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제재 해제는 최종 타결이 맺어진 다음 진행될 전망이라 시한까지 글로벌 수요 회복과 미국의 셰일가스 업계의 생산량 감소가 얼마나 이뤄질 지가 유가 안정세의 주요 관건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