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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유쾌한 수다, 쓰고 깊은 뒷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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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수다, 쓰고 깊은 뒷맛


부조리극의 대명사 ‘대머리 여가수’ 문예회관에서 재공연



“도대체
알 수가 없단 말이야. 신문은 늘 죽은 사람들의 나이를 보도하지만 새로 태어난 아이들의 나이는 보도하지 않거든. 이건 넌센스야. 불쌍한
바비, 미 합중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체였지. 죽은지 4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체온이 남아있었어…”

“아, 무슨 뜻인지 이해가 안돼”라며 골똘한 표정을 짓던 관객들은 차츰 논리를 포기하고 유쾌하게 웃기 시작한다. 서울 대학로 문예회관 소극장에서
공연된 김정옥 연출의 ‘대머리 여가수’(극단 자유)는 처음부터 끝까지 ‘말도 안돼는’ 대사들로 채워진다. 이오네스코의 대표작인 이 작품은
1950년 파리에서 초연 되었을 때 ‘반연극’이라는 부제를 달았다. 기존 연극의 플롯과 대사 등을 전복했음을 드러낸 것이다.

한국에서는 극단 민중극장에 의해 1963년 11월 반도호텔 ‘다이너스룸’에서 초연되었다. 당시에도 김정옥이 연출을 맡았으며 박근형, 김혜자,
오현주 등이 출연했다. 이후 극단 ‘자유’에 의해 1969년부터 1919년까지 400회 이상 공연되었다. 김정옥 연출가는 “관객들의 반응은
40년 전 초연 때와 달라진 것이 없다”고 말한다. 첫 공연 때 배우들은 고민이 많았다. “연기를 하는 사람조차 뭐가 뭔지 모르는 상황인데
관객들은 오죽 하겠느냐”며 관객의 반응을 걱정했다고. 하지만 공연은 성공이었다. 한국에서 유독 인기를 끌자 77년 이오네스코가 직접 방문해
공연을 관람하기도 했다.


‘부시’와 ‘힐러리’가 부부, 파출부 이름은 ‘순자’

이번 공연은 등장인물이 전직 대통령과 영부인 등 유명 권력자들의 이름들을 달고 나온 것이 독특하다. ‘부시’와 ‘힐러리’, ‘두환’과 ‘옥숙’이
각각 부부이며 파출부 이름은 ‘순자’이다. 풍자적 의미를 더하기 위해서? 해석은 자유지만, 연출가는 “아무 의미 없다”고 말한다. 여기서
의미가 없다는 것은 부조리를 말한다. “이름이라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뜻이다. 한편으로는 최고층에도 부조리가 있다는 것을 표현하려는 의도도
있다”고 설명했다. ‘대머리 여가수’에 정작 대머리의 여가수가 나오지 않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상징적 의미를 캐내려는 지나친 ‘심각함’은
금물이지만, 관객으로서는 권력자의 이미지가 겹치면서 색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초연 때부터 호흡을 맞추었던 박정자, 권성덕을 비롯해 권병길, 손봉숙 등의 국내 최고 배우들이 한자리에 모인 것도 눈길을 끌었다. 연출가는
“배우들이 비교적 자유롭게 연기하는 작품이다”라고 말하지만, 뚜렷한 인물의 ‘성격’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원숙한 연기를 요한다. 그런면에서
캐스팅은 훌륭하다. 배우들의 연기를 주시하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이외에도 황신혜밴드의 리더 김형태가 출연해 마지막에는 멋진 노래도 들려준다.
신인 유밀레의 튀는 ‘끼’도 연극에 활기를 주는 요소다.

한국적이고 새로운 대사들이 추가된 부분도 돋보인다. 속담이나 욕을 부조리하게 변형해 친근한 느낌이다. “한국적 해학과 욕의 미학”이라는
연출가의 변이 상당 공감이 간다.


생의
무의미함에 대한 통찰


하지만, 기본적으로 이번 공연은 원작에 충실한 편이다. ‘대머리 여가수’를 숙지하고 있던 관객이라면 예전의 감동을 되씹는 맛이 있을 듯.
특별한 변형이 없어도 원작 자체가 현대적이기 때문에 처음 만나는 관객에게도 충분히 신선하다. ‘대머리 여가수’의 묘미는 드라마가 없는데도
난해하기보다는 유쾌하고 흥미진진하다는 것이다.

관건은 얼마나 ‘힘을 빼는가’에 있다. 기존의 관념과 질서를 파괴하고 있기 때문에 공식에 대입하려고 들면 도저히 풀리지 않는 작품이 된다.
어떤 면에서는 엽기, 패러디 등 해체에 익숙한 신세대에게 오히려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질 듯하다.

무엇보다도 ‘대머리 여가수’의 깊은 맛은 엉뚱한 상황과 대사를 즐기다가 문득 와 닿는 ‘삶에 대한 철학적인 통찰’에 있다. 근원적인 커뮤니케이션의
불가능, 일상에서 무감각해진 부부관계의 무의미함에 씁쓸해지기도 하고, 굳게 믿던 논리와 진리들이 헛된 망상이라는 깨달음이 뒤통수를 치기도
한다.

부조리극이 어떤 사실적 연극보다 더 사실적이라는 ‘눈뜸’에도 그다지 어렵지 않게 이를 수 있다. 일상은 여타의 연극처럼 정교한 플롯으로
짜여있지 않다. 무의미한 행위와 언어, 착각의 반복일 뿐인 것이다. 공연을 보고 그날 잠자리에서 ‘생에 대한 거대한 부조리’와 마주칠지도
모를 일. 이렇게 거창한 것이 아니라도 기존 관념을 뒤엎어버리는 해방감이 썩 유쾌한 작품이다.


 









인 터 뷰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즐겨라”


6차례 걸쳐 ‘대머리 여가수’ 다듬어온 김정옥 연출가


김정옥
연출가는 파리 소르본대 출신으로 한국 연극계의 거장이다. 국제극예술협회(ITI) 세계본부 회장이기도한 그는 66년 극단 ‘자유’의
창단 멤버로 ‘따라지 향연’ ‘타이피스트’ ‘무엇이 될고하니’ 등의 작품으로 한국 연극사에 굵직굵직한 이력들을 남겼다. ‘대머리
여가수’는 그가 63년부터 6차례나 걸쳐 연출을 맡은, 평생을 다듬어온 역작이다.


- 40년동안 ‘대머리 여가수’를 지속적으로 연출해 왔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이번에 10작품 가량을 ‘레퍼토리화’할 계획이다. ‘대머리 여가수’는 그 중 첫 작품이다. 이 작품을 계속 무대에 올리는 것은,
부조리가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부조리는 시대를 초월하는 본질적인 문제가 아니겠나.


- 이번 작품에서 새로운 해석이나 변형이 있다면?

39년 동안 계속 ‘대머리 여가수’를 ‘한국화’하려는 노력을 해왔다. 이번에는 더욱 한국적이고 현대적인 대사가 많이 들어갔다.


- 의상이 독특하다. 컨셉을 말해달라.

한마디로 말하면 부조리를 표현한 것이다. 찢어진 바지에 파란 스타킹의 ‘힐러리’나 앞뒤를 바꿔 입은 ‘옥숙’의 의상도 마찬가지다.
‘부시’는 미국적인 냄새를 풍기기 위한 설정이었고, 파출부 ‘순자’의 의상은 ‘정신나간’ 캐릭터를 살리기 위한 것이었다.


- 부조리극이라면 난해하다는 선입견이 많다. 관객들을 위한 감상 키워드를 제시해 달라.

아무 생각 없이 보면 좋겠다. 교회나 절에 가서 따지면 머리만 아플 뿐이다. 부조리극도 마찬가지다. 편안하게 고정관념들을 비우고
즐기는 것이 최선이다.



정춘옥 기자 ok337@sis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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