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박철호 기자] 하루 뒤면 14년 간의 대표팀 생활에 마침표를 찍는 차두리(35·서울)에게 현재 겪는 모든 일들은 대표 선수로서 마지막 경험이다.
대표팀 소집 때마다 내 집처럼 드나들던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NFC)에서의 훈련도 30일로 모두 막을 내렸다.
전날 저녁 외출에서 돌아와 이날 오전까지 휴식을 취한 차두리는 훈련 예정 시간인 오후 4시30분에 맞춰 그라운드에 모습을 드러냈다.
동료들과의 마지막 공식 훈련 내내 차두리의 얼굴에서는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차두리는 몸 풀기를 겸한 공뺏기 게임에서 기성용(26·스완지시티)과 함께 술래가 돼 후배들의 패스를 차단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잠시 쉬는 시간에는 손흥민(23·레버쿠젠)과 진한 포옹을 나누기도 했다.
수만 명의 홈 팬들 앞에서 대표 선수 생활을 끝낸다는 것은 모두가 꿈꾸는 그림이지만 누구에게나 허락되는 일은 아니다. 이를 잘 알고 있는 차두리는 정해진 훈련을 성실히 소화하며 자신의 최종전에 대비했다.
훈련 후 잠시 휴식을 취하는 차두리는 오후 8시 온라인에서 팬들과 만난다. 대한축구협회(KFA)가 마련한 ‘LIVE 팬문선답(팬이 묻고 선수가 답한다)'의 주인공이다.
축구국가대표팀 페이스북 페이지(www.facebook.com/kfa)에 팬들이 질문을 남기면 실시간으로 성심성의껏 답할 계획이다.
일종의 온라인 팬미팅으로 하루를 마치게 되는 차두리는 31일 동료들과 함께 진짜 마지막 무대인 서울월드컵경기장으로 향한다.
오후 8시 열리는 뉴질랜드전은 차두리에겐 75번째이자 마지막 A매치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61·독일)은 은퇴식만 치르려던 차두리를 그라운드로 불러냈다. 그는 일찌감치 그의 선발 투입을 예고하면서 "기립박수를 받아야 하니 전반 종료 직전 차두리를 빼겠다"며 직접 연출에 나섰다.
슈킬리케 감독은 이날 훈련에 앞서 취재진과 만나 “관중도 레전드를 떠나보낼 줄 알아야 한다. 내일 경기장에 많이 찾아와 그에 합당한 응원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후배들은 선배의 '유종의 미'를 위해 똘똘 뭉쳤다. 지동원(24·아우크스부르크)은 "기분 좋게 승리를 선사해주고픈 마음이 크다. 꼭 이기도록 하겠다"고 하나된 선수단의 분위기를 전했다.
축구협회는 차두리를 위한 특별한 유니폼을 제작했다. 등번호 22번과 그의 영문 이름을 금빛으로 새겼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슈틸리케 감독이 다시 한 번 아이디어를 냈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금빛 유니폼을 입고 뛰는 차두리의 모습은 볼 수 없게 됐다. 국제축구연맹(FIFA) 규정에 따르면 같은 팀에 속한 선수들은 모두 같은 유니폼을 입어야 한다.
대한축구협회는 하프타임 때 벌어질 은퇴식 행사에서 차두리에게 금빛 유니폼을 전달하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