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기철 기자] 치열한 생존경쟁에 내몰린 지동원(24·아우크스부르크)이 이를 악 물었다.
처음으로 슈틸리케호에 승선한 지동원은 오는 31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뉴질랜드와의 평가전에 선발 출격할 예정이다.
하루 앞선 30일 오후 파주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만난 지동원은 "리그 경기 중 발목을 다쳐 대표팀 훈련에 처음부터 참가하지 못했다. 지금도 100%는 아니지만 훈련에는 지장이 없는 정도"라고 상태를 설명했다.
아직 24살에 불과한 지동원은 벌써 30차례나 A매치를 경험했다. K리그의 활약을 발판 삼아 유럽 무대로 진출하며 공격수 계보를 이을 후보로까지 각광 받았다.
하지만 지난해 브라질월드컵을 마친 이후 긴 슬럼프에 빠졌다. 독일 분데스리가의 명문팀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로 둥지를 옮겼지만 개막을 앞두고 햄스트링 부상을 당했고 결국 단 한 경기도 출전하지 못한 채 아우크스부르크로 떠났다.
변화는 성공적이었다. 아우크스부르크에서 입지를 다진 지동원은 이를 발판삼아 다시 한 번 태극마크를 달고 그라운드를 누빌 기회를 잡았다.
"원톱이면 상대 수비수를 물러나게 하고 2선을 이용하게 하는 것이 임무"라고 말한 지동원은 "그동안에는 찬스가 왔을 때 결정짓는 모습을 못 보여드렸는데 내일은 그동안 못했던 모습들을 보여드리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울리 슈틸리케(61·독일) 감독은 지동원에 대해 "훈련을 지켜본 뒤 몸이 괜찮다면 선발 출장을 결정하겠다"고 초반부터 내세울 것임을 시사했다. 이정협(24·상주)에 대한 검증이 어느 정도 끝난 만큼 지동원에 대해서도 직접 확인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지동원은 "경기에 뛸 기회를 주셔서 부담도 있겠지만 선수라면 당연히 받아들여야 한다. 간절함보다는 재미있게 경기를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뉴질랜드전은 차두리(35·서울)의 A매치 마지막 경기이기도 하다. 차두리는 이날을 끝으로 14년 간 정들었던 태극마크를 반납한다.
지동원은 "두리형이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다. 오르락내리락 하는 것에 신경 쓰지 말고 할 것을 하라고 조언해주셨는데 큰 도움이 됐다"면서 "기분 좋은 승리를 선물해주고 싶은 마음이 크다. 꼭 이길 수 있을 것"이라며 필승 의지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