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기철 기자] 남자 프로농구 KBL의 일관성 없는 판정이 연일 도마 위에 오르는 가운데 KBL 출신 인사의 입을 통해 내부의 어수선한 분위기가 전해졌다.
아마농구와 남녀 프로농구 무대에서 약 10년 동안 심판을 보다가 KBL 경기기술위원으로 활동한 A는 올해 1월 심판부를 둘러싼 여러 논란 속에서 자괴감을 느껴 돌연 사직서를 제출했다.
A 전 기술위원은 연맹에 'KBL을 사랑하는 농구인으로서 충심으로 글을 올립니다'라는 제목의 사유서를 제출했다.
연맹 고위 임원들에게 보고된 사직 사유서에는 심판들 사이에서 ▲재계약 의식해 눈치 보기 ▲감독 가려서 휘슬 불기 ▲남의 휘슬 모른 척 하기(내 담당구역 이외 판정은 외면) ▲상황에 맞춰 불기 ▲이기주의 팽배 등이 만연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경기에 집중해도 모자랄 판에 심판이 재계약에 대한 걱정 때문에 연맹 윗선이나 감독들의 눈치를 보며 본연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사유서의 주요 골자다. 감독들은 시즌 후에 심판 평가를 한다.
KBL은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주심 4명, 부심 1명과 재계약을 하지 않았다. 심판은 시즌마다 다시 계약을 맺는다.
A 전 기술위원은 29일 뉴시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일부 심판들은 1년 동안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지에 대해서만 생각하고 있다. 그러니까 위에 눈치 보고, 감독 눈치 보고, 연맹 눈치 보는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후배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일을 하고 있다"며 "심판부 독립과 심판원 최소 2년 이상 계약을 보장해야 한다. 그래야 정확하고, 냉철하고, 소신 있는 판정, 일관성 있는 판정이 나올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B 감독은 "판정에 일관성이 없다. 라운드 혹은 심판마다 판정 기준이 다르다는 느낌을 받는다"며 "선수들이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혼란스러워했다"고 말했다.
기술위원은 경기감독관을 보좌하며 준비사항을 점검하고, 심판평가보고서 및 경기운영보고서를 작성하는 일을 한다.
재계약을 의식하는 분위기는 심판뿐 아니라 이들을 총괄 관리하는 감독관과 기술위원도 다르지 않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이에 KBL은 "공과에 대한 정확한 평가로 인한 동기부여를 함과 동시에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매년 재계약을 실시하고 있다"고 답했다.
A 전 기술위원의 사직서와 사유서에 담긴 내용에 대해선 명확한 답을 주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