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기철 기자] 창원 LG가 16일 고양 오리온스와의 6강 플레이오프에서 5차전까지 가는 접전을 승리로 장식하면서 4강 플레이오프 진출팀이 모두 가려지게 됐다.
18일부터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한 울산 모비스와 오리온스를 힘겹게 꺾은 LG, 정규리그 2위에 오른 원주 동부와 6강 플레이오프에서 이변을 연출한 인천 전자랜드가 2014~2015 KCC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티켓을 놓고 맞붙는다.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맞붙었던 모비스와 LG는 올 시즌에는 4강 플레이오프(5전3선승제)에서 만나게 됐다.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는 모비스가 LG를 4승2패로 누르고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모비스는 만가지 수를 가졌다고 해 '만수'라는 별명을 가진 유재학 감독이 치밀한 전술을 구사하는 가운데 '야전 사령관' 양동근이 코트 안에서 이를 진두지휘, 조직력을 최고의 강점으로 삼는다.
LG는 달릴 수 있는 센터 김종규와 가드 김시래가 빠른 농구를 구사하며 골밑에서 데이본 제퍼슨이 든든한 득점자원 역할을 하고 있다. 슈터 문태종도 큰 자산이다.
양 팀은 올 시즌 정규리그 6차례 맞대결에서 3승3패로 팽팽히 맞섰다.
두 팀의 맞대결에서는 모비스가 단연 체력적으로 우위다. 모비스는 지난 5일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를 펼치고 휴식을 취하면서 4강 플레이오프를 준비한 반면 LG는 오리온스와 5차전까지 가는 혈전을 치르고 하루만을 쉰 뒤 4강 플레이오프 첫 경기에 나선다.
다만 제공권에서는 모비스가 다소 밀린다는 분위기다. LG에는 외국인 선수 뿐만 아니라 김종규까지 버티고 있는 반면 모비스는 로드 벤슨이 퇴출되면서 지난 시즌과 비교해 제공권에서 다소 약해졌다는 평가다.
LG로서는 6강 플레이오프 1~4차전에서 부진하던 '해결사' 문태종이 5차전에서 19득점 12리바운드로 살아난 것이 반갑다.
하지만 주득점원인 외국인 선수 데이본 제퍼슨이 6강 플레이오프 내내 흥분하는 모습을 보이면 크게 흔들린 것은 LG의 고민이다.
모비스는 양동근의 활약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모비스가 올 시즌 정규리그에서 LG에 3패를 당할 때 양동근이 김시래에게 막혀 부진했다.
6강 플레이오프에서 드러났듯 LG는 김시래가 살아나면 속공 등 스피드를 살린 농구가 잘 풀려 경기를 승리로 장식했다.
모비스와 LG의 맞대결에서는 올 시즌 정규리그에서 최고의 외국인 선수로 손꼽히며 최우수선수(MVP) 후보로 거론된 리카르도 라틀리프와 데이본 제퍼슨의 자존심 대결이 관심을 모은다.
문태종과 문태영의 '형제 대결'에도 주목할만하다. 두 선수 모두 양 팀의 주요 득점원이어서 눈길이 쏠린다.
문씨 형제가 플레이오프에서 맞대결을 펼치는 것은 올 시즌이 벌써 세 번째다.
2012~2013시즌 문태종이 전자랜드에서 뛸 때 4강 플레이오프에서 문태영이 있는 모비스와 맞대결을 했다. 당시 모비스가 3전 전승을 거뒀다.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는 LG로 팀을 옮긴 문태종이 동생 문태영이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
동부와 전자랜드의 맞대결은 객관적인 전력상 동부가 앞선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정규리그 상대전적에서도 동부가 4승2패로 앞서 있다. 정규리그 성적만 놓고 봐도 동부(37승17패)가 전자랜드(25승29패)보다 12승을 더 따냈다.
동부의 강점은 '동부산성'이라고 불리는 높이다. 김주성과 윤호영, 데이비드 사이먼이 버틴 동부는 높이에서 전자랜드에 완벽한 우위다.
이들을 활용한 물샐틈 없는 수비로 동부는 올 시즌 정규리그에서 평균실점이 69.1점에 불과했다. 10개 구단 가운데 유일한 60점대다.
김주성과 윤호영 등은 큰 경기 경험도 많다.
문제는 가드진이다. 베테랑 가드 박지현은 시즌 막판 발목 상태가 좋지 않아 계속 경기에 나서지 못했고, 두경민과 신인 허웅은 큰 경기 경험이 없다.
가드진이 살아나야 동부의 높이도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객관적인 전력에서는 또다시 열세로 평가되지만 전자랜드는 상승세로 이에 맞선다. 6강 플레이오프를 3전 전승으로 끝내 체력적으로도 여유가 있다.
전자랜드는 6강 플레이오프에서도 서울 SK보다 전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3전 전승을 거두고 4강 플레이오프에 선착했다.
정규리그 6위 전자랜드가 3위 SK에 완승을 거둔 것은 역대 최고의 업셋(하위 시드 팀이 상위 시드 팀을 꺾는 것)으로 평가받았다.
전자랜드는 6강 플레이오프에서 주장 리카르도 포웰이 여전히 위력을 선보인 가운데 차바위, 정영삼, 이현호, 정효근 등 국내 선수들이 적극적으로 득점에 가담하면서 SK를 물리치는데 성공했다.
포웰이 6강 플레이오프 3경기에서 평균 21득점을 올린 것도 전자랜드 3연승의 원동력이었지만, 가장 큰 승인은 시원시원하게 터진 3점포라고 볼 수 있다.
슛은 컨디션에 따라 기복이 있다지만 전자랜드는 6강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14방의 3점포를 터뜨렸고, 3차전에서도 13개의 3점슛을 몰아넣었다.
6강 플레이오프 3경기에서 전자랜드의 3점슛 성공률은 47.3%에 달했다.
동부와의 맞대결에서도 포웰이 집중견제를 받을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국내 선수들의 외곽포가 얼마나 터지느냐도 전자랜드의 운명을 판가름할 전망이다.
전자랜드의 유도훈 감독이 정규시즌 뿐 아니라 플레이오프에서도 강조했듯 1번(포인트가드)과 4번(파워포워드) 쪽에서 득점이 터져줘야 또 한 번의 '기적'을 노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