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송경호 기자] 2010년 '슈퍼스타'가 되기 위해 100만여 명이 넘는 참가자들이 몰렸었다. 이들을 모두 제치고 우승한 이는 허각(30)이다. 그렇다면 허각은 '슈퍼스타'가 됐을까. 그러지 못했다. 그는 '슈퍼스타 K 출신'일 뿐이다.
"저는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이라는 거에 자부심이 있어요. 떼려야 뗄 수 없는 것이기도 하죠. 상관없어요. 안 떼도 돼요. 단순히 어떤 출신이 아니라 제게는 우승자라는 타이틀이 있잖아요.(웃음)"
그는 우승자다. "지금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왔으면 게임도 안 됐을 거 같다"고 말하지만, 그는 100만여 명 중 1위를 한 인물이다. 실력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그 덕분인지 보컬리스트로 불리기도 한다.
"저를 보컬리스트라고 한다면 저는 그 뜻을 '노래에 미친 사람'이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저는 노래에 열중하고 노래를 열심히 부르는 사람이죠."
그는 일찍이 발라드 가수의 한계를 알았다. 다양하게 부르려 했고 미디엄 템포의 곡에 안무를 곁들이기도 했다. 남의 옷을 입은 듯 어색했다. "저는 발라드 가수에요. 제 정서에는 슬픈 노래가 좋아요." 그는 발라드 가수라는 정체성 속에서 변화를 시도했다.
"발라드를 부르는 가수 선후배들을 보면서 장르의 제한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다른 장르를 시도하기 전에는 발라드라는 장르 안에서 다른 목소리를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마음먹었죠."
허각이 17일 발표하는 세 번째 미니앨범 '사월의 눈'은 허각의 또 다른 시도다. 그는 이를 '2년 만의 음악적 터닝포인트'라고 했다.
"녹음할 때 제 스타일을 바꾸느라 시도를 여러 번 했어요. 지르거나 음역을 높게 가져가는. 기존에 제가 부르던 곡과 장르가 달랐거든요. 녹음할 때 힘들었죠. 제 노래를 부르는 거 같지 않았습니다. 저한테는 모든 곡이 제가 하던 장르의 곡이 아닌 거 같았어요."
앨범과 동명의 곡이 타이틀곡이다. 벚꽃을 '사월의 눈'으로 표현하고 '내게도 봄날이 올까요'라고 묻는 가사가 애절하다. 허각은 이 애절한 노래를 담담하게 부른다.
"내지르거나 긁어서 내는 소리보다는 깨끗하게 부르려고 노력을 많이 했어요. 그게 나쁘지 않다고 보는 게 봄이라는 시기와 맞아 떨어지는 면이 있다고 봐요. 앞서 말한 거처럼 데뷔하고 나서 계속 지르거나 너무 많이 해서 다른 목소리도 들려줘야 한다고 생각했죠."
앨범에는 오디션 당시 불렀던 이적의 '하늘을 달리다'로만 분위기를 띄우기가 머쓱해서 만든 빠른 템포의 곡 '해브 어 굿 타임(Have A Good Time)'을 비롯해 '사랑아' '여운' '아이 원트 유 백(I Want You Back)' 등이 담겼다. 허각이 보면 불편해할 앨범 소개다.
"정규 앨범에 대한 욕심이 크게 없어요. 이번에도 정규 앨범을 두 장은 낼 수 있을 정도의 곡을 녹음했어요. 하지만 정규 앨범을 내게 되면 수록곡이 묻히는 경향이 있잖아요. 회사의 입장도 있겠지만 저는 계속해서 싱글로 내달라고 이야기하고 있어요."
허각이 잘하는 발라드곡부터 레게 리듬과 어쿠스틱 기타가 만난 새로운 느낌의 곡들이 앨범에 실렸다. 다양한 장르의 곡으로 허각의 보컬리스트로서의 면모를 엿볼 수 있을 곡들이다. 이 글도 모자라다. 허각의 바람대로 직접 들어보시라.
"이번 앨범이 완벽한 시도였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계속 시도할 생각입니다. 보컬리스트를 뛰어넘어 뮤지션으로서 다양한 모습을 계속 보여주고 싶습니다. 지난해 지금의 회사와 재계약을 했어요. 올해는 웬만한 아이돌보다 바쁘게 해준다고 하더라고요. 기대해도 좋으실 겁니다. 계속 싱글로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