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기철 기자] 러시아 축구 경기에서 또다시 인종차별 문제가 불거졌다.
AP통신은 16일(한국시간) 전날 오후 10시 모스크바에서 열린 러시아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1부 리그) 토르페도 모스크바와 제니트 상트 페테르부르크의 19라운드 경기에서 브라질 출신 공격수 헐크(29·제니트)에 대한 인종차별 구호가 울려 퍼져 문제가 됐다고 전했다.
토르페도 모스크바 홈 관중들은 이날 득점을 올린 헐크를 겨냥해 '원숭이 구호'를 외쳤다.
헐크는 자신을 비하하는 구호가 울려 퍼지자 관중석에 키스를 날리며 의연히 대처했다.
하지만 안드레 빌라스 보아스 제니트 감독은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했다.
보아스 감독은 "그 경기는 망신스러웠다. 헐크에 대한 모욕 때문에 나쁜 축구경기였고 나쁜 팬들이 가득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헐크에 대한 인종차별이 전 세계에 알려질 것이다. 이것은 러시아 프리미어리그에 대한 이미지다"고 지적했다.
보아스 감독이 비난의 강도를 높인 것은 헐크에 대한 인종차별 시비가 처음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러시아 축구는 관중들의 인종차별 시비로 꾸준히 논란의 대상이었다.
지난 2012년 로코모티브 모스크바(러시아) 관중들은 리그 경기 중 당시 안지(러시아) 소속이던 크리스토퍼 삼바(31·디나모 모스크바)에게 바나나를 던졌다.
2013년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CSKA 모스크바 원정경기에 참여한 야야 투레(32·맨체스터시티)는 홈 팬들의 인종차별 구호에 항의했다.
브라질 출신인 헐크는 2013년 10월과 지난해 9월 등 해마다 상대팀 팬들에게 원숭이 비하 구호에 시달렸다.
급기야 지난 2일에는 러시아 축구의 인종차별 실태를 조사한 보고서가 공개돼 제프 블래터(79) FIFA 회장이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제프리 웹(51) 국제축구연맹(FIFA) 부회장도 지난 13일 "현재 러시아에 존재하는 인종차별 수준으로는 월드컵을 개최할 수 없다"며 인종차별 문제 해결을 촉구한 적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