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부삼 기자]2조원에 달하는 우리나라의 스마트(System-Integrated Modular Advanced Reactor) 원자로의 중동 수출길이 열리게 됐다. 우리나라의 창조경제혁신센터도 중동에 첫 수출이 이뤄진다.
중동 4개국 순방의 두 번째 일정으로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살만 빈 압둘 아지즈 알 사우드 국왕과 정상회담을 갖고 외교·안보, 에너지·원전, 건설·플랜트, 투자, 보건·의료, ICT 등 실질적인 협력관계 증진 방안을 논의했다.
박 대통령은 우리의 1위 원유공급국이자 1위 해외수주시장인 사우디와 기존의 건설·플랜트 위주의 협력을 넘어 원전, 창조경제, 투자, 보건의료, ICT 등에서 새로운 차원의 협력을 제안했다.
특히 양국 정부는 이날 정상회담을 계기로 '스마트 공동파트너십 및 인력양성 양해각서(MOU)'를 체결함으로써 2조2000억원 규모의 스마트 원전을 사우디에 수출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MOU는 양국간 공동 투자를 통한 예비검토사업을 거쳐 사우디에 2기 이상의 스마트원전을 시범 건설하고 양국 공동으로 제3국 수출을 추진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스마트 원자로는 발전용량이 대형원전의 10분의 1 가량인 10만㎾의 중소형 원전이다. 그러나 전기생산, 해수담수화 등 다목적으로 활용가능하고 냉각수 대신 공기로 원자로 냉각이 가능해 내륙지역에도 건설이 가능한 장점이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중동 등 물부족국가에 수출하기 위한 목적으로 1997년부터 3353억원을 투자해 개발했다. 우리나라는 중소형 원자로 분야에서 미국 등 선진국보다 5년 정도 기술이 앞선 것으로 평가받는다.
청와대에 따르면 사우디는 급증하는 전력수요에 대응하고 새로운 에너지원을 확보하기 위해 원전을 육성 중인 가운데 최근에는 중소형 원자로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사우디는 2040년까지 총 18GW(기가와트) 규모에 달하는 12~18기의 원전을 건설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르면 내년에 최초 원전 발주가 가능한데 여기에 우리의 스마트 원전을 수출하겠다는 게 우리 정부의 계획이다.
이날 정상회담을 계기로 우리나라 미래창조과학부와 사우디 과학기술처 간에 창조경제의 공동구현을 위해 노력한다는 내용을 담은 '창조경제 MOU'도 체결됐다.
MOU는 ▲창조경제와 지식기반 사회를 위한 전력 및 정책 공유 ▲창조경제 혁신센터 및 혁신적 창업 활성화 ▲공동연구 및 기관간 협력 등 창조경제 전반에 대한 포괄적 협력을 약속하고 있다.
정부 간 MOU와는 별도로 박 대통령의 순방 기간 SK텔레콤은 사우디 국영통신사인 사우디텔레콤(STC)과 창조경제혁신센터 협력을 위한 MOU도 체결했다. 우리의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벤치마킹한 STC의 '이노베이션센터' 구축을 SKT가 지원하고 스마트시티, 헬스케어, 스마트러닝, 사물인터넷 등 신사업 분야에서 두 기업간 협력을 강화한다는 내용이다.
정부 간 MOU를 기초로 민간기업 간 MOU까지 체결되면서 창조경제혁신센터 모델을 해외로 수출하는 최초의 사례가 됐다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SKT는 대전에서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운영 중이며 STC 측은 대기업-정부-벤처-연구기관을 잇는 협력모델과 투자구조, 조직·운영 등 혁시센터사업 모델을 이식하길 바라는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는 “우리 창조경제 정책과 창조경제혁신센터 모델의 첫 해외진출 사례로 창조경제가 향후 중동을 넘어 글로벌 경제발전 모델로 확산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양국은 이날 두 정상이 임석한 가운데 '해운협정'도 체결했다.
해운협정은 우리나라나 사우디 해운사가 소유·임대한 제3국적 선박이 양국 항만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도록 보장하고 해운공동위원회를 설치해 해운협력을 촉진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지난해 기준으로 50여척에 이르는 사우디에 기항하는 우리 선박의 안정적인 운항이 보장되고 원유 등의 자원수입이 차질을 빚는 일도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박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사우디와의 양자 협력은 물론 국제무대에서의 협력도 확대해 나가고자 하는 의지를 표명했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한반도 문제에 대한 정상 차원의 심도깊은 의견도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