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박철호 기자] 올 시즌 들어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였던 함지훈(31·울산 모비스)이 조금씩 부활의 기미를 보이고 있다.
정규리그를 넘어 플레이오프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유재학(52) 감독은 조금씩 살아나는 함지훈을 반가워하는 모습이다.
함지훈은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을 마친 직후 왼 발목 수술을 받아 이번 시즌 개막 직전에야 복귀했다. 수술 여파 탓인지 함지훈은 시즌 내내 고전을 면치 못했다.
지난달 중순 조금 살아나는 듯 했지만 이후 완전히 부활했다고 보기는 힘들었다.
매 시즌 평균득점이 두자릿수를 넘었던 함지훈은 23일 동부와의 경기 전까지 평균득점이 7.3점에 그쳤다. 리바운드도 4.1개에 불과했다.
부진이 길어지자 자신감이 떨어졌고 함지훈은 찬스에서 슛을 쏘지 못하는 모습도 종종 보였다.
유 감독은 좀처럼 부진을 벗지 못하는 함지훈 탓에 한숨을 짓곤 했다. 그는 "함지훈이 비시즌에 훈련을 충분히 하지 못했다. 몸 상태가 안따라주다 보니 농구가 잘 되지 않고 그러면서 자신감도 잃고 있다"며 걱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함지훈은 23일 울산동천체육관에서 열린 원주 동부와의 경기에서 14득점 7리바운드로 활약하며 살아날 조짐을 보였다. 함지훈과 양동근(19득점)의 활약을 앞세운 모비스는 82-73으로 승리하며 정규리그 우승에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만수'라고 불리는 유 감독이 준비한 함지훈을 살리는 작전도 충실하게 수행했다.
유 감독은 경기를 하루 앞두고 진행된 훈련 때 함지훈에게 "3점슛을 무조건 5개 이상 쏘고 나오라"고 지시했다. 유 감독은 "함지훈이 골밑으로 들어가면 김주성도 함께 들어가니 외곽으로 나와서 하는 공격을 하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함지훈은 팀이 줄곧 앞서가다 65-67로 역전당한 4쿼터 중반 3점포를 꽂아넣어 흐름을 모비스 쪽으로 끌어왔다.
함지훈이 살아난다면 플레이오프까지 염두에 두고 시즌을 치르고 있는 유 감독의 입장에서는 반가울 수밖에 없다. 양동근, 문태영의 체력 문제로 고민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함지훈의 부활은 팀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유 감독은 23일 경기 전후로 플레이오프까지의 분위기에 대해 강조하는 모습이었다. 함지훈의 부활은 팀 전력 자체 뿐만 아니라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리는데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날 경기를 마친 후 유 감독은 총평을 하면서 "함지훈과 이대성이 조금 올라오는 상황이어서 큰 위안"이라며 반가워 했다.
물론 한 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다고 '부활'을 말하기는 힘든 만큼 유 감독은 "오늘 경기를 봐서는 함지훈이 자신감을 찾은 것 같은데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부진이 길어지면서 누구보다 마음고생이 심했던 함지훈은 "힘들 때도 있고, 경기장에서 멍할 때도 있다. 지금까지 경기를 하면서 멍했던 적이 없어서 내 스스로도 당황스러웠다"고 털어놨다.
함지훈은 "감독님이 (내가)경기를 즐기지 못하는 것 같다면서 즐겨야 예전의 모습을 찾을 수 있다고 했다. 마음에 와닿는 것이 있었다"며 "(양)동근 형이 옆에서 위로를 많이 해줬다. 방에서 새벽까지 이야기를 많이 했다.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정신을 차리고 뛰려고 노력하고 있다. 앞으로 즐기면서 정신차리고 경기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