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박철호 기자] 최용수(42) FC서울 감독은 지난 16일 열린 사전 기자회견에서 "지난해와는 다른 공격적인 축구를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허언이 아니었다. 서울이 시즌 첫 경기에서 '골잔치'를 벌였다.
최 감독이 이끄는 서울은 17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노이 T&T(베트남)와의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단판) 홈경기에서 7-0으로 크게 이겼다.
첫 골은 전반 14분 나왔다. 페널티지역 정면에서 공을 잡은 윤일록(23)이 왼발 땅볼슛으로 골망을 갈랐다.
선제골을 내준 뒤 하노이가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자 서울은 공격 수위를 더 높였다.
전반 20분 에벨톤(29)이 오버헤드 킥으로 추가골을 뽑아냈고 전반 30분과 40분 정조국(31)과 에스쿠데로(27)가 골행진에 가담했다.
4-0으로 전반전을 마친 서울은 후반에 정조국, 이석현(25), 고명진(27)의 연속골을 더해 7-0 대승을 완성시켰다.
서울의 선수 구성은 지난 시즌과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경기 내용은 놀라울 만큼 달라졌다.
스리백에서 포백으로 전형을 바꾼 서울은 공격 전개가 한결 부드러워졌다. 차두리(35), 김치우(32) 등 좌우 윙백들이 적극적으로 오버래핑을 시도하며 파괴력이 강해졌고 자연스레 전방 자원들의 유기적인 호흡도 좋아졌다.
7골을 6명이 나눠서 넣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득점 루트가 다양하고 전체적인 조직력이 뛰어났다는 방증이다.
사실 서울 '무공해(무조건 공격) 축구'의 부활은 전지훈련 때부터 예고된 일이었다.
서울은 비시즌 기간 가진 6차례의 연습경기에서 무려 23골(2실점)을 터뜨렸다. 당시 최 감독은 "3골을 허용하면 5골을 넣겠다"며 달라진 공격력에 자신감을 나타냈다.
이날 서울의 7-0 승리는 연습경기에서 나온 경기당 3.83골 기록이 단순히 친선전 혹은 운이 좋아서 나온 결과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했다.
경기를 마친 최 감독은 "(동계훈련 기간 동안 흘린)굵은 땀은 결코 우리를 속이지 않는다"며 "팀의 전체적인 모습에는 큰 변화가 없다. 단 공격 의식을 가지고 경기에 임하자는 약속을 선수들이 잘 지켜줬다. 공을 가졌을 때 불필요한 생각을 버렸고 공이 없을 때는 다음 상황을 예측하며 유기적으로 움직였다"고 설명했다.
멀티골의 주인공 정조국도 "전지훈련 기간 동안 준비를 잘 한 덕에 오늘 같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며 "감독님이 정신적, 육체적으로 많은 부분을 성장하게 도와주셨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한 경기를 위해 그렇게 많은 준비를 한 것이 아니다"며 "대승에 도취되지 않고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다음 경기를 더 열심히 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경기 내용은 좋았지만 결정적인 득점 기회마다 마무리를 짓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던 서울이 전지훈련을 거친 뒤 환골탈태했다.
'공격 DNA'를 장착한 서울의 볼거리 많은 축구에 팬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