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신철 기자]경품행사를 미끼로 고객들의 개인정보를 취득한 후 보험회사에 팔아넘긴 홈플러스를 상대로 한 민사상 손해배상 소송이 17일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지난 2012년 개인정보 유출 사고로 피해를 본 KT 가입자들이 낸 소송에서는 법원이 '개인정보 유출 방지의무'를 다하지 않은 KT 측 과실에 대해 책임을 물은 바 있다. 반면 이번에는 업체의 '고의적' 고객 정보 유출에 대한 첫 집단소송인 만큼 KT 소송과 달리 법원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1인당 배상액 얼마나 되나?
이날 홈플러스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낸 피해자는 모두 152명으로 이들은 1인당 30만원씩 배상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번 소송의 법률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예율에 따르면 손해배상액 30만원은 KT에게 내려진 1인당 10만원의 배상액을 기준으로 삼았다. 고객 정보로 장사한 고의성이 충분히 입증되는 만큼 민사상 손배 책임을 더 물어야 한다는 취지다.
예율 관계자는 “고의적인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는 이번이 첫 사례”라며“피해가 더 크다고 판단될 경우 1인당 배상액을 30만원에서 50만원으로 올려 청구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법조계 내에서도 이번 집단소송에서 고의성이 인정될 경우 '과실' 부분에 대한 책임을 물어 각 10만원씩 배상한 KT 사례보다 3배 정도의 배상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개인정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홈플러스 경영진과 보험사 관계자들에 대해 법원이 유죄를 선고할 경우 배상 규모는 더 커질 수 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법원 관계자는 “고의적인 불법행위로 개인정보가 유출됐다면 이로 인한 재산상의 손해가 입증되지 않아도 위자료를 받을 수 있게 된다”며 “배상액 규모는 법원에서 최종적으로 판단하게 되지만 관련 사건의 형사재판에서 '유죄'가 선고될 경우 배상액이 커지는 게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집단소송, 얼마나 늘어날까?
이전에 진행된 정보유출 사태에 대한 집단소송과 달리 '고의성' 여부가 입증될 경우 홈플러스가 유출한 고객정보가 수천만건에 이르는 만큼 대규모 집단소송으로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예율에 따르면 현재 홈플러스 개인정보 유출사태에 대한 집단소송을 문의한 피해자는 600여명 정도다. 이들은 주로 경품행사에 응모했다 개인정보가 유출된 피해자로 인터넷 카페를 통해 접수문의가 계속 이어지는 상황이다.
홈플러스가 경품행사를 통해 확보한 고객 정보를 보험사 7곳에 넘긴 것은 총 712만건에 이른다. 또 홈플러스는 1694만건의 회원 정보를 보험사 2곳에 넘기기도 했다.
대규모 집단소송이 이어질 경우 손해배상액 또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 만약 유출된 개인정보 712건 중 피해자 1만명만 집단소송에 참가해도 1인당 30만원씩만 계산하면 홈플러스가 물어줘야 할 돈은 30억원에 달한다.
예율 측은 “홈플러스 사태의 경우 고객 정보로 장사를 한 것”이라며 “집단소송 문의가 계속되고 있는 만큼 다음달 말께 개인정보 유출사태에 대한 2차 소송인단을 모집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금융권의 고객 개인정보 활용 방식에 있어서도 문제가 될 소지가 있어 보인다”며“이러한 부분에 대해서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