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박철호 기자] 국가대표에 이어 프로선수 은퇴를 준비하고 있는 차두리(35·FC서울)가 현역 마지막 시즌에 임하는 남다른 각오를 밝혔다.
차두리는 하노이 T&T(베트남)와의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단판)를 하루 앞둔 1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 선수 대표로 참석해 "마지막 시즌을 잘 보내서 좋은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고 말했다.
최근 팬들로부터 가장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축구 선수는 단연 '차미네이터' 차두리다.
적지 않은 나이임에도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2015호주아시안컵에 참가한 그는 투혼을 불사르며 한국의 준우승을 이끌었다.
특히 우즈베키스탄과의 8강전에서 보여준 '70m 오버래핑'은 많은 축구팬들에게 재미를 넘어 감동을 선사했다.
아시안컵 종료 후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한 차두리는 또 한 번의 이별을 앞두고 있다. 그는 올 시즌을 끝으로 현역에서 물러난다.
차두리는 "현역 마지막 시즌이다. 어떤 일이든 마무리가 중요하다"며 "올 시즌을 잘 보내서 감독님이나 동료들에게 팀에 보탬이 됐던 선수, 꼭 필요했던 선수로 남고 싶다. 나아가 모든 사람들에게 좋은 선수였다는 기억을 남기고 싶다"고 전했다.
유종의 미를 위한 첫 걸음이 하노이전이다.
차두리는 "하노이전은 시즌 첫 경기이자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에 오르기 위해 꼭 이겨야만 하는 경기"라며 "선수단 전원이 내일 경기에 대한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 정신적, 육체적으로 잘 준비하고 있다. 꼭 승리해서 올 시즌에도 챔피언스리그 4강 이상까지 진출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소속팀 동료들이 새 시즌 준비를 하는 동안 차두리는 아시안컵을 소화했다. 체력적인 부담이 클 수 있지만 그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자신했다.
차두리는 "아시안컵 종료 후 최용수 감독님의 배려로 휴식을 취했다. 플레이오프 참가로 인해 예년보다 일찍 시즌 첫 경기를 치르게 됐는데 몸상태는 나쁘지 않다"며 "내게 있어 경기는 항상 즐거운 일이다. 이기면 뿌듯함도 느낄 수 있다. 소속팀 합류가 늦은 만큼 선수단 분위기를 파악하고 있다. 동료들을 보니 전지훈련 기간 동안 준비를 잘 한 것 같다"고 전했다.
아시안컵을 통해 오랜만에 축구 열기가 뜨거워졌다. 차두리는 한국 축구 발전을 위해 더 많은 사랑을 보내달라고 당부했다.
차두리는 "아시안컵에서 대표팀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팬들로부터 많은 사랑과 관심을 받았다"며 "K리그 선수들도 그라운드 안에서 더 열심히 한다면 팬들을 경기장으로 이끌 수 있다. 책임의식을 가지고 매 경기마다 혼신을 다한다면 축구 인기는 더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나는 35세 노장이고 지금 당장 K리그를 주름잡는 최고의 선수도 아니다. 그런데도 아시안컵에서 큰 사랑을 받았다"며 "K리그에는 나보다 훨씬 뛰어난 선수들이 많다. 앞으로 또 다른 선수들이 국제무대에 나가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팬들이 더 많은 응원을 보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대표팀 후배인 손흥민(23·레버쿠젠)은 지난 14일 볼프스부르크와의 2014~2015 독일 프로축구 분데스리가 21라운드 홈경기에서 해트트릭을 달성했다.
비록 경기는 4-5로 석패했지만 근성을 발휘하며 후반에만 3골을 몰아친 손흥민은 전 세계 언론으로부터 극찬을 받고 있다.
손흥민에 대한 평가를 해달라는 질문에 차두리는 "(손)흥민이는 이미 나보다 훌륭한 선수다. 내가 조언을 하긴 어렵다"며 "흥민이는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아버지(차범근)도 하지 못한 해트트릭을 만들어내며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고 있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아울러 "흥민이가 어디까지 성장할지 알 수 없다. 마음 같아서는 그가 리오넬 메시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같은 세계적인 축구 선수로 거듭났으면 좋겠다"며 "지금처럼 더 큰 것을 얻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면 흥민이는 한국을 넘어 전 세계인이 알아보는 축구스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차두리의 마지막 시즌을 함께하는 최용수(42) 서울 감독은 "(차)두리에게는 특별히 바라는 것이 없다"며 "그는 언제나 한결같은 모습을 보여줬다. 말이 아닌 행동으로 팀을 위해 헌신했다. 올 시즌 힘들었던 선수생활의 끝을 잘 마무리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