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한나 기자] 설 연휴 극장가는 대목을 맞는다. 가족과 함께 영화를 보려는 사람들로 붐빈다. 사람에 치이고, 돈은 돈대로 쓴다. 극장을 다녀오는 건 쉬는 게 아니다. 피곤에 절어 집에 돌아와 그대로 누워 시간을 허비할지도 모른다.
역시 제일 편한 건 거실 바닥에 누워 설 음식이나 먹으면서 영화를 보는 일이다. 올해 설에도 TV를 통해 다양한 영화들을 볼 수 있다. 안방극장은 가족과 떠들어도 상관없고, 화장실도 편하게 다녀올 수 있다. 재미없으면 채널을 돌려버리면 그만이다.
이번 설 연휴, 볼 만한 영화를 추려봤다. 자, 날짜와 시간 잘 기억해 두시라.
◇모두 함께 즐겨요, 가족영화
제83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각본상을 받은 '킹스 스피치'(감독 톰 후퍼)는 남녀노소 불문하고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영화다.
영화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의 왕이었던 조지 6세의 이야기를 다룬다. 영국은 나치 독일의 침공에 흔들린다. 혼란에 빠진 국민을 안정시켜줄 수 있는 건 영국의 상징인 왕이다. 그런데 조지 6세는 심각한 말더듬이다. 대중 앞에서 연설하지 못한다. 말더듬이 왕이 영국인의 마음을 감싸 안을 수 있을까.
영국 최고 배우 중 한 명인 콜린 퍼스가 조지 6세를 연기했다. 제프리 러쉬는 조지 6세의 말더듬증을 고쳐주는 라이오넬 로그를 맡았다. 톰 후퍼 감독의 따뜻하고 유머러스한 연출이 돋보인다.
21일 밤 11시10분 EBS에서 방송된다.
지난해 설에 개봉해 860만 관객이 본 '수상한 그녀'(감독 황동혁)도 가족 모두가 유쾌하게 볼 수 있는 영화다.
영화는 욕쟁이 칠순 할매 오말순이 청춘사진관이라는 곳에 들어갔다가 스무살 시절의 외모로 돌아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코믹하게 그린다.
잔재미도 가득하지만, '수상한 그녀'는 역시 올해 21살이 된 주연 배우 심은경의 연기를 보는 맛이 있는 영화다. 스무살 외모를 가졌지만, 성격은 할머니인 오말순을 어린 나이가 믿기지 않는 능청스러운 연기로 보여줘 관객을 만족시켰다. 심은경은 이 영화로 각종 영화시상식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21일 밤 9시55분 SBS에서 볼 수 있다.
◇하루에 통째로 다 보자, 시리즈 영화
'미션 임파서블'은 아마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액션 시리즈일 것이다. 할리우드의 슈퍼스타 톰 크루즈가 주연한 이 영화는 1996년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의 손에서 탄생해 2000년 오우삼 감독, 2006년 J J 에이브럼스 감독, 2011년 브래드 버드 감독에 의해 다시 태어났다.
영화전문채널 OCN은 설 연휴 첫날인 18일 오전 11시50분부터 이 네 편을 연달아 방송한다. 아직 이 시리즈를 못 봤거나 네 편 중 빠트린 영화가 있다면 이날을 이용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미션 임파서블'의 팬이라면, 그 유명한 림프 비즈킷의 '테이크 어 룩 어라운드(Take a look around)'를 질리게 들을 수 있는 날이기도 하다.
OCN은 또 19일 오전 10시20분부터 '미션 임파서블'보다 더 오래된 시리즈를 통째로 내보낸다. 바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어드벤쳐 액션 시리즈 '인디아나 존스'다.
1981년 탄생한 이 시리즈는 1984년, 1989년 세 차례 관객을 만났지만, 이후 더 이상 나오지 않아 이대로 시리즈가 막을 내리는 듯했다. 하지만 스필버그 감독이 무려 20년 만인 2008년 '인디아나 존스:크리스탈 해골의 왕국'을 내놓으면서 시리즈의 부활을 알렸다. 현재 다섯 번째 '인디아나 존스'가 준비 중이다.
이 영화를 보는 재미는 역시 도시가 아닌 곳에서 일어나는 스릴 넘치는 모험이다. 이 시리즈를 연달아 보다 보면 주인공 '인디아나 존스'를 연기하는 해리슨 포드가 나이 들어가는 모습을 볼 수도 있다.
◇말랑말랑한 건 싫다, 젊은 시청자를 위한 장르영화
김성훈 감독의 스릴러 '끝까지 간다'는 강렬한 영화적 힘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이런 점을 인정받아 지난해 대종상 영화제에서는 감독상을 받았고, 청룡영화상에서는 각본상을 받았다. 청소년관람불가 스릴러 영화로는 드물게 350만 관객이 보기도 했다.
영화는 비리 경찰 고건수가 어머니의 장례식날 차 사고로 사람을 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완전 범죄가 될 뻔했던 이 일의 내막을 모두 알고 있다는 남자 박창민이 나타나면서 고건수의 삶이 꼬이기 시작한다.
고건수를 연기한 이선균과 박창민을 맡은 조진웅의 에너지가 극에 긴장감을 더한다. 코믹하면서도 흥미진진한 구성이 시청자를 화면에 묶어 둘 것이다.
18일 밤 10시 KBS 2TV를 틀면 볼 수 있다.
20일 오전 11시40분 KBS 2TV를 통해 전파를 타는 '더 테러 라이브'(감독 김병우)도 놓치면 아쉬운 영화다. 하정우가 주연한 영화는 560만명이 보며 대성공을 거뒀다.
영화는 불미스러운 일로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자로 밀려난 국민 앵커 윤영화에게 신원 미상의 인물로부터 한강 다리를 폭파하겠다는 전화가 걸려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윤영화가 범인과 단독 인터뷰를 계획하면서 일이 커진다.
김병우 감독의 데뷔작인 '더 테러 라이브'는 스튜디오에서 범인과 대화하는 윤영화의 모습만으로도 충분한 긴장감을 자아내는 연출력이 일품이다. 시시각각 변하는 윤영화의 감정을 섬세하게 연기한 하정우의 모습을 보는 것도 즐겁다.
◇또 다른 영화들이 있나
KBS 1TV는 설 특선 아시아영화시리즈를 준비했다. 17~20일 자정이면 작품성 높은 영화를 볼 수 있다. 17일에는 왕자웨이 감독의 '일대종사' 18일에는 하이파 알 만수르 감독의 '와즈다'가 시청자를 만난다. 19일에는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의 '피막'을, 20일에는 절정의 연기력을 공리를 볼 수 있는 장이머우 감독의 '5일의 마중'이 준비돼 있다.
19일 KBS 2TV에서는 로버트 다우니 주이너 주연의 '아이언맨3'를, 21일 OCN에서는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