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신철 기자]사상 초유의 '땅콩 회항' 사건을 일으킨 조현아(41) 전 대한항공 부사장에게 실형이 선고되면서 램프지역(주기장) 푸쉬백(항공기에 견인차를 연결해 뒤로 이동하는 것)으로 인해 항로변경죄가 적용된 전세계 첫 사례로 기록됐다.
서울서부지법 제12형사부(부장판사 오성우)는 12일 항공보안법상 항공기 항로변경·안전운항 저해 폭행,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업무방해, 강요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조 전 부사장에 대해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조 전 부사장은 항공기 내에서 승무원 등에게 폭언·폭행을 하고 램프리턴(항공기를 탑승 게이트로 되돌리는 일)을 지시해 사무장을 하기시킨 혐의로 지난달 구속 기소됐다.
이번 재판 최대 쟁점은 조 전 부사장의 램프리턴 지시를 놓고 항공보안법 제42조의 '운항중인 항공기의 항로를 변경'한 혐의를 적용해 처벌할 수 있을 지 여부였다.
위계나 위력으로 운항 중인 항공기 항로를 변경하게 해 정상 운항을 방해한 경우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진다. 조 전 부사장에게 적용된 혐의 중 가장 무거운 죄였다.
재판부는 “항공기는 출발 후 당초 예정된 진행경로 또는 진행방향에서 벗어나 출발점으로 되돌아 간 것으로 항로 변경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조 전 부사장의 변호를 맡고 있는 법무법인 화우 측 관계자는 “조 전 부사장이 과한 행동을 했지만 사건이 여론과 엮이면서 검찰도 기소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한다”며 “항공사 임원이 직원을 하기한 것 갖고 어느 나라 검찰이 기소를 하겠느냐”며 과한 처벌임을 주장했다.
또 “전세계에서 푸시백해서 돌아갔다고 기소를 한 사례는 한 번도 없었다”며 “항로변경죄 적용 여부에 대한 전례가 없기 때문에 만약 대법원까지 갈 경우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고 강조했다.
변호인 측은 13일 오전 판결문을 검토하고 조 전 부사장 등과 협의를 거쳐 항소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재판부에 따르면 항공보안법 제2조 제1호는 '운항중'을 '승객이 탑승한 후 항공기의 모든 문이 닫힌 때부터 내리기 위해 문을 열 때까지'로 정의하고 있다. 이는 이륙 전과 착륙 후의 지상이동 상태를 포함하는 개념이다.
'항로'는 항공보안법, 항공법 및 관련 법령에 그 정의가 없어 '항로'를 '항공로'라고 해석하면 항공보안법의 적용범위를 축소하게 된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즉 '항로'는 사전적 의미 외에 입법취지와 목적, 입법연혁, 법률체계적 연관성을 고려해 해석돼야 한다고 재판부는 주장했다.
반면 변호인 측은 '항로'의 사전적 의미에 대해 "'항공기가 통행하는 공로'"이며 "항로는 항공기가 활주로에서 이륙한 200m 지점부터"라는 주장을 내세운 바 있다.
이에 재판부는 “'항로'와 '항공로'는 사전적 의미가 동일한데 그렇다면 관계법령에 정의규정이 있는 '항공로'라는 용어를 사용했을 것”이라며 “국토부 고시인 '항공로공역설정기준'은 항로를 지표면에서 200m 이상의 공역이라는 취지로 정의하나 이는 법률 등 상위법령에까지 적용될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조 전 부사장이 사무장 하기 당시 운항중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진술한 부분에 대해선 “승객들이 탑승해 문이 닫힌 점, 좌석 밸트 전등이 켜진 점 등 항공기가 출발 준비를 마친 것을 알고 있었을 것”이라며 “사무장으로부터 항공기가 이미 활주로로 들어서 출발했다는 취지의 말을 들었음에도 하기를 지시했다”고 인정하지 않았다.
더불어 재판부는 “조 전 부사장이 승무원에게 용서받거나 합의하지 못한 점, 사무장과 승무원이 받고 있는 고통이 매우 큰 점, (사건이) 외국 언론에도 보도돼 국가 위신을 추락시킨 점 등을 고려했다”며 실형을 선고했다.
조 전 부사장의 행위에 대해선 “한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를 이해했다면 (승무원과 사무장 등을) 노예처럼 부리지 않았을 것이고, 승객들을 이해했다면 벌어지지 않았을 일”이라며“견과류 제공 서비스와 연관해 (사무장을) 하기한 것은 승객 안전을 볼모로 한 비상식적인 일”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