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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워쇼스키 디센딩…영화 '주피터 어센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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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뉴스 김한나 기자] '매트릭스' 시리즈(1999~2003) 때부터 조짐이 보였다. 철학과 액션을 결합한 높은 완성도로 전 세계 영화팬의 마음을 완전히 사로잡았던 워쇼스키 남매는 속편을 내놓을수록 관객을 더 크게 실망시켰다. '스피드 레이서'(2008) '클라우드 아틀라스'(2013)는 더 좋지 않았다. '클라우드 아틀라스'에선 동양철학에 대한 얄팍한 지식이 들통났다.

그들이 '매트릭스'를 만들 수 있었던 건 우연일까. 그들은 '매트릭스' 팬들이 다시 고개를 돌리게 한다. 신작 '주피터 어센딩'의 설정은 새로워 보이지만 새롭지 않고, 서사는 대단한 메시지를 담은 듯 보이지만 아무 이야기도 하지 않는다. 물량공세와 시각적 화려함으로 약점을 가릴 수는 없었다. 관객은 날로 똑똑해지는데, 워쇼스키는 디센딩(퇴보) 중이다.

러시아계 이민자인 주피터 존스(밀라 쿠니스)는 매일 새벽 일어나 가족과 함께 남의 집 청소를 하면서 살아간다. 정체불명의 남자 케인(채닝 테이텀)이 나타나면서 주피터의 인생이 달라진다. 케인에 따르면, 주피터는 지구의 주인이며, 인간은 지구를 만든 아브라삭스 가문의 농작물과 같은 존재라는 것. 주피터는 케인과 함께 아브라삭스 가문이 사는 다른 우주로 향한다.

'주피터 어센딩'의 설정이 '매트릭스'의 그것과 유사하다고 지적하는 일은 무의미하다. 예술가는 누구나 자신만의 세계를 가지게 마련이고 '매트릭스'식 디스토피아를 워쇼스키 남매의 세계관이라고 본다면 오히려 그 세계관을 어떻게 변주했느냐를 짚어보는 게 더 합당하다. 워쇼스키 남매의 신작이 함량 미달인 이유는 매트릭스와 유사한 설정 외에 다른 어떤 새로움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워쇼스키 남매가 처음으로 가족을 이야기하지 않았느냐고 반문할 수 있다. 그들이 가족에 대해 처음으로, 매우 적극적으로 이야기한 것은 맞다. 하지만 우주라는 '거대한' 공간을 통해 지구의 '가장 작은' 단위인 가족의 소중함을 전하는 우주가족서사는 흔하다. 또 그들이 '빅브라더'(아브라삭스 가문)를 통해 메시지를 전하는 방식은 너무 관습적이어서 촌스럽다.

논리의 허술함은 '주피터 어센딩'이 가진 치명적인 약점이다. 신에 가까운 힘을 가진 발렘(에디 레드메인)은 왜 하찮은 인간 한 명(주피터 존스)을 죽이지 못할까. 주피터는 왜 데리고 왔는가. '생산된' 군인 케인은 왜 죽이지 못할까. 아브라삭스 가문은 왜 이렇게 지구에 집착하는가. 영화는 수많은 질문을 유발하는데, 어떤 것에도 명확하게 답하지 못한다.

어차피 액션 블록버스터 장르의 영화이니 액션만 좋다면 어설픈 서사는 눈감아줄 수 있지만 '주피터 어센딩'은 그것도 아니다. 한때 창의적인 액션으로 중무장했던('매트릭스'의 명장면들을 보라!) 워쇼스키는 이 영화에서 마이클 베이식(式) 무한 폭파 액션에 집착한다. 러닝타임이 두 시간을 조금 넘지만 지루하게 느껴지는 건 같은 액션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시종일관 진지하게 연기하는 배우들이 우스꽝스럽게 느껴진다. 밀라 쿠니스, 채닝 테이텀, 에디 레드메인은 어느 영화에서나 좋은 연기를 보여줄 수 있고 제 몫을 다하는 배우들이지만, 이번 영화에서는 과하게 연기에 몰입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는 연기 방식의 문제라기 보다는 연출의 실패다. 

워쇼스키 남매의 특별한 사랑을 받고 있는 배두나의 모습을 '주피터 어센딩'에서도 짧게나마 볼 수 있다. 매번 우스꽝스러운 분장을 하고 그들의 영화에 등장하는 게 배두나 필모그래피의 어떤 부분을 채워주는 것인지 의문이다. 도전을 마다치 않는 배두나이지만, '도희야' 같은 영화에서 보여준 그의 뛰어난 연기력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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