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6.03.16 (월)

  • 맑음동두천 1.5℃
  • 맑음강릉 5.1℃
  • 맑음서울 3.6℃
  • 맑음대전 3.1℃
  • 맑음대구 5.7℃
  • 맑음울산 6.3℃
  • 구름많음광주 4.3℃
  • 흐림부산 8.8℃
  • 흐림고창 1.5℃
  • 흐림제주 8.3℃
  • 구름많음강화 0.7℃
  • 맑음보은 -0.6℃
  • 맑음금산 0.6℃
  • 구름많음강진군 4.7℃
  • 구름많음경주시 6.5℃
  • 구름많음거제 6.7℃
기상청 제공

문화

"정말 어려웠어요"… '내 심장을 쏴라' 여진구의 고민

URL복사

[시사뉴스 김한나 기자] "학교만 가면 청소 당번에 걸려요. 참 이상해요. 친구들이 짜고 하는 건 분명히 아닌 것 같은데 말이죠.(웃음)"

"아, 예전에 대학은 쉽게 가는 줄 알고 말실수했어요.(웃음) 지금은 생각이 좀 달라졌어요. 대학을…잘 갈 수 있을지….(웃음)"

건조한 말투의 진지한 질문이 던져진 20분 동안 여진구(18)는 긴장한 듯 허리를 곧게 펴고, 다리를 모으고 앉아 낮게 깔리는 목소리로 차분히 답했다. 잠시 분위기를 바꿔 "남자 기자랑 대화하는 거 별로 재미 없죠?"라고 물었다. 그러자 여진구는 그제야 웃어 보이며 "전 형들이랑 이야기하는 게 더 편해요. 정말이에요"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청소 얘기, 대학 얘기 등 이런저런 수다를 늘어놨다. 목소리는 분명히 배우의 것인데, 말투는 소년이었다. 여진구는 영락없는 남고생이었다.

하지만 여진구라는 이름을 고등학교가 아닌 한국 영화계로 옮겨 놓으면 얘기가 달라진다. '애'라는 말은 절대 하지 못한다. 여진구는 드라마 '해를 품은 달'(2012) '자이언트'(2010) 등에서 주인공의 어린 시절을 연기했지만, 누구도 그를 '아역' 정도로 가볍게 보지 않았다. 그는 분명히 어디에서나 '배우' 대접을 받았다. 수많은 재능있는 배우들이 아역으로 등장했다가 사라지지만, 여진구와 같은 위치에 있었던 건 여진구가 유일하다.

특히 장준환 감독의 영화 '화이:괴물을 삼킨 아이'에서 여진구의 연기를 보고 있노라면, 이렇게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낸 10대 배우가 우리 영화계에 있었나 생각이 들 정도다.

그런데 이 넘치는 재능의 배우가 두 번째 영화 '내 심장을 쏴라'의 촬영을 마치고, "가장 힘들었다"고 말하고 있었다. 정유정 작가의 소설 원작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 영화에서 여진구는 자기 안에 갇힌 스물 다섯 청년 '수명'을 맡았다. 이 소년은 연기에 대해 말할 때, 고등학생이 아닌 배우가 됐다.

"시나리오를 받고 나서 바로 읽지 않고, 먼저 소설을 읽었어요. 그래야 더 인물에 대해 정확하게 알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아무래도 시나리오보다 소설이 인물에 대한 설명이 더 잘 풀어져 있을 걸로 생각했거든요. 아무래도 그게 실수였어요. 그래서 아쉬운 부분이 많아요."

여진구가 소설을 먼저 읽은 이유는 분명하다. 욕심 때문이다. '수명'이라는 인물을 더 잘 표현하고 싶었다. 캐릭터를 더 근사(近似)하게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소설 속 수명은 등장인물 중 가장 어둡다. 여진구는 시나리오 속 수명도 그렇게 연기했다. 촬영 내내 여진구는 불안했다.

"그 불안감이 처음에는 뭔지 몰랐어요. 그때까지만 해도 제가 시나리오가 아닌 소설에 빠져서, 얽매여 있었거든요. 그런데 민기 형(이민기)이 연기한 승민과 대사를 주고받는 연기를 하는데, 순간 알겠더라고요. '아 내가 하고 있는 건 영화였지.' 원작의 수명이 영화 속 수명의 자리를 차지하지 못하게 촬영 내내 노력했어요. 내려놓는 게 그런 느낌이었던 것 같아요."

'내 심장을 쏴라'는 한 수리희망병원이라는 정신병원이 배경이다. 문제용 감독은 이 폐쇄병동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원작보다 더 밝게 그린다. 등장인물들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지만, 마음의 문이 닫힌 사람은 아니다. 특히 승민이 그렇다. 하지만 수명은 다르다. 그의 병명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굳게 닫힌 마음의 문이다. 수명은 연기하기 쉽지 않은 캐릭터다.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왕자, 살인청부업자들에게 길러진 고등학생 등 여진구는 쉬운 연기를 한 적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명은 여진구에게도 큰 도전이었다.

"화이도 현실에는 없는 인물이잖아요. 그런데 이해가 됐어요. 오히려 너무 많은 이해와 감정이 몰려와서 그걸 정리하는 게 어려웠죠. 이번에는 어떻게 해도 상상이 안 되더라고요. 공감이 전혀 안 됐어요. 수명이는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갇혀 있는지 알지 못하겠더라고요. 수명이처럼 폐쇄병동에 있는 사람들은 만나보지도 못해요. 정말 답답했어요."

'내 심장을 쏴라'는 여진구가 시사회에서 본 첫 영화다. '화이:괴물을 삼킨 아이'는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을 받아 정작 주연배우인 여진구는 영화를 보지 못했다. 자신의 연기를 큰 스크린에서 본 건 '내 심장을 쏴라'가 첫 경험이다. 자신의 연기가 낯설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여진구는 "그건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수명은 똑똑한 아이다." 정유정 작가가 수명이 어떤 인물인지 묻는 여진구의 말에 짧게 답했다. 여진구는 이 말을 듣기 전까지 수명을 얌전하고, 소심한 아이로만 생각했다. '똑똑하다'는 말이 도움됐다. 전부는 아니어도 수명이 조금씩 이해됐다.

"느낌이라서 말로 전부 설명을 못 하겠어요. 연기적으로는 힘을 주지 말자는 것이었다고 해야 할 것 같아요."

소년의 얼굴에 남자의 목소리, 여기에 나이를 무색게 하는 감정 연기. 여진구를 활용하면 더 다양한 캐릭터를 조형할 수 있다. 그래서 그를 찾는 시나리오가 많다. 다시 말해, 굳이 어려운 역할을 선택하지 않아도 된다. 여진구는 굳이 '내 심장을 쏴라' 원작 소설을 정독하고 나서 수명을 택했다.

"'화이'를 넘어서야 한다는 부담감은 없었어요. 수명을 하게 된 이유는 이 연기가 힘들었던 이유와 같은 것 같아요. 어려워서 도전해보고 싶었던 거였어요. 제가 이걸(수명을) 표현할 수 있을지 궁금했어요. 도전과 욕심이었죠."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정치

더보기
이정현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 복귀, 16일 서울특별시장 후보자 추가 공천 접수 공고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지난 13일 사퇴를 선언했던 이정현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 위원장이 업무에 복귀했다. 이정현 공천관리위원회 위원장은 15일 입장문을 발표해 “지금 국민의힘은 정치적으로 심각한 위기 속에 있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은 작은 처방이 아니라 근본적인 변화다”라며 “의사가 심장이 멈춘 환자를 살리기 위해 전기충격을 가하듯이 지금 우리 당에도 그 정도의 결단과 충격이 필요하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국민의힘은 국민의 힘에 의해 존망이 위태로울 수준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러한 상황에서 어제 저녁 당 대표께서 공천혁신을 완수해 달라며 공천관리위원장인 저에게 공천과 관련된 전권을 맡기겠다는 뜻을 전해왔다”며 “저는 그 말씀을 권한이나 힘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은 지금의 위기 속에서 누군가는 책임지고 결단하라는 당과 국민의 요구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저는 그 권한을 무거운 책임으로 받아들이고 염치없지만 다시 공천관리위원장직을 수행하겠다. 결과에 대한 모든 책임 역시 제가 지겠다”고 밝혔다. 공천관리위원회는 이날 보도자료를 발표해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오는 월요일(3월 16일) 서울시장 후보 추가 공천 접

경제

더보기
대미투자특별법 국회 통과, 불가피한 사유 있으면 상업적 합리성 확보 안 된 투자 허용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대미투자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국회는 12일 본회의를 개최해 대미투자특별법인 ‘대한민국과 미합중국 간 전략적투자의 운영 및 관리를 위한 특별법안’(대안)을 통과시켰다. 대미투자특별법 제2조(정의)는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1. ‘전략적 산업 분야’란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산업 분야를 말한다. 가. 조선. 나. 반도체. 다. 의약품. 라. 핵심광물. 마. 에너지. 2. ‘전략적투자’란 ‘대한민국 정부와 미합중국 정부 간의 전략적 투자에 관한 양해각서’(이하 ‘양해각서’라 한다)에서 대한민국이 전략적 산업 분야에 투자하기로 약정한 2,000억 미합중국 달러의 투자(이하 ‘대미투자’라 한다)와 조선 분야에 대한 민간투자, 보증, 선박금융 등을 포함하여 미합중국(이하 ‘미국’이라 한다)이 승인한 1,500억 미국 달러의 투자(이하 ‘조선협력투자’라 한다)를 말한다. 3. ‘한미 협의위원회’란 양해각서에서 규정한 산업통상부 장관이 위원장이면서 대한민국과 미국이 각각 지명한 사람들로 구성된 협의위원회를 말한다. 4. ‘미국 투자위원회’란 양해각서에서 규정한 미국 상무부 장관이 위원장으로 있는 투자위원회


문화

더보기
사유와 일상을 기록한 에세이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좋은땅출판사가 ‘삶의 여백’을 펴냈다. 이 책은 백두대간 대미산 자락의 산촌에서 살아가는 저자가 인생 후반부에 마주한 사유와 일상을 기록한 에세이다. 도시에서의 치열한 시간을 내려놓은 뒤 자연 속 느린 생활을 이어 가며 삶을 다시 돌아보는 과정이 담겨 있다. 저자 박태수는 국민건강보험공단 경영전략본부장과 인천·경기지역본부장을 역임했으며, 대학에서 보건학을 연구하고 강의해 왔다. 현재 대한보건협회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느림의 모놀로그’, ‘새벽의 고요’, ‘저물녘 오솔길’ 등 에세이와 여행 에세이 ‘旅路 - 나그네 길’ 등을 통해 꾸준히 글을 발표해 왔다. ‘삶의 여백’은 은퇴 이후의 시간을 새로운 성찰의 시기로 바라본다. 책에는 어머니에 대한 기억, 아내와 함께 걷는 산길, 여행길에서 만난 사람들, 자연 속 일상의 풍경 등 다양한 장면이 등장하며 인생 후반부의 의미를 탐색한다. 특히 이 책은 개인적 경험과 문학적 사유를 연결한다는 점에서 특징적이다. 멜빌의 ‘모비 딕’, 카뮈의 ‘시지프 신화’,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 카프카의 ‘변신’, 프롬의 ‘사랑의 기술’ 등 세계문학 작품을 통해 인간 존재의 집착과 부조리, 사랑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분노를 잠재운 적절한 리액션과 공감의 힘
갈등의 시대, 우리는 왜 먼저 ‘앉아도 될까요’라고 묻지 못하는가. 지난 2월 25일 오후 4시 30분경, 오이도에서 진접역으로 향하는 지하철 4호선 안은 여느 때보다 고단한 공기로 가득했다. 출근 시간대가 아닌데도 노인석 주변은 빈틈없이 붐볐고, 연로한 분들이 서 있는 모습이 곳곳에 보였다. 어느 정류장에서인가 붐비는 노인석의 중간 한 자리가 나자마자 한 어르신이 자리에 앉았다. 하지만 평화는 채 두 정류장을 가기도 전에 깨졌다. “아 XX, 좀 저리로 가라고!” 먼저 앉아 있던 노인의 입에서 날카로운 고함과 육두문자가 터져 나왔다. 좁은 자리에 가방까지 메고 끼어 앉았다는 것이 이유였다. 새로 앉은 이는 “나도 앉을 만하니 앉은 것 아니오”라며 항변했지만, 쏟아지는 폭언 앞에 결국 자리를 피하고 말았다. 이를 지켜보던 사람들은 ‘그래, X이 무서워서 피하나 더러워서 피하지’ 라는 속담을 떠올리며 자리를 뜬 노인을 쳐다보았다. 그런데 험악해진 분위기 탓에 어느 누구도 그 빈자리에 선뜻 앉지 못했다. 분노의 에너지가 공간 전체를 지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 오지라퍼 계열인 필자는 객기 부리듯 용기를 냈다. “여기 좀 앉아도 될까요?”라고 묻자, 화를 내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