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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단언할 필요는 없다"…문채원이 '현우'를 연기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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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뉴스 김한나 기자] 문채원(29)을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카페가 막 문을 연 시간이어서 실내와 실외의 온도 차는 크지 않았다. 이른 시간이어서인지 공기가 차가워서인지 카페 안의 사람들은 대체로 소리 없이 차분히 움직였다. 문채원이 출연한 영화 '오늘의 연애'(감독 박진표)와는 사뭇 분위기가 달랐다. 인터뷰 직전, 문채원은 조용히 카페 안을 오가며 사진 취재에 응했다.

문채원은 질문을 정확하게 듣기 위해 몸을 앞으로 숙이기도 하고 가끔 얼굴을 찡그렸다. 집중해서 들었고 잠시 생각하다가 조용히 천천히 말했다. 뜨거운 차를 두 손으로 잡고 후후 불어가면서도 답변은 명확하게 했다. '오늘의 연애'의 발랄하기만 한 '현우'는 온데간데없었다.

문채원이 영화에서 연기한 현우는 인기 기상캐스터다. 기상 정보를 전할 때는 누구보다 단아하지만, 회사 밖으로 나오면 달라진다. 현우는 18년 지기 친구인 준수(이승기)의 이름을 부르는 대신 욕을 하는 여자다. 기억을 잃을 정도로 소주를 마신 뒤 심한 주사를 부리고, 집 안 청소 같은 건 뒷전이며 준수에게 성적인 농담도 거리낌 없이 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아무리 연기라고 해도 문채원과 현우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어 보였다.

따지고 보면 문채원은 밝은 성격의 인물을 거의 연기한 적이 없기도 하다. 이름을 알린 드라마인 '바람의 화원'(2008)에서 뿐만 아니라 드라마 '로드 넘버원'(2010) '공주의 남자'(2011)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남자'에서도 그랬다. 영화 '최종병기 활'(2011)에서도 문채원은 밝았던 적이 없다.

"관객으로서 로맨틱 코미디를 좋아하지 않았어요. 밝은 이야기와 캐릭터에 끌리지 않았거든요. 아픔이 있거나 성장통이 있는 인물, 어두운 이야기를 좋아해서요. 솔직히 말해서 저도 제가 '현우' 같은 인물을 연기하게 될지는 몰랐어요."

문채원의 생각이 '조금' 바뀐 건 가까운 지인과의 대화에서였다. 그는 이전부터 주변에서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는 왜 출연 안 하느냐'는 질문을 자주 받았다. 하지만 그 지인은 '너의 로맨틱 코미디 연기가 궁금하다'고 말했다. 그때 연기는 단언(斷言)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자 해보고 싶은 욕구가 솟았다.

"조금은 어두운 캐릭터에 제가 지겹거나 한 건 아니었어요. 보시는 분들이 지칠 것 같다는 게 더 크더라고요. 물론 짧게나마 밝지 않은 인물들을 연달아 연기하니까 저 자신이 소진되고 있다는 생각도 들기도 했고요. 아직 풋풋함이 남아있을 때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 출연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았어요."

문채원은 스스로 "조용하고, 차분한 성격"이라고 했다. 또 "어두운 면도 많다"고 했다. 그는 좀 더 내밀한 이야기를 했다. "로맨틱 코미디가 그리는 진짜 세상이 아닌 것 같았다"는 말이 그것이다. "오래 산 것도 아니고 많은 경험을 한 것도 아니지만, 영화가 그리는 어두운 현실이 더 편하게 다가왔달까요."

어린 시절부터 남들보다 더 예민한 성격이었다는 게 문채원의 설명이다. 남들은 사소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일도 그에게는 더 날카롭게 느껴졌다. 섬세한 감성이 만들어 놓은 자아가 우울한 성향을 낳은 것 같다는 게 그의 자체 분석이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모서리가 닳더라고요."

"성격도 그러한데 사람들이 아는 직업을 갖게 되니까 더 갇혀 지내게 되는 것 같았어요. 제 안의 답답함이 현우를 고르게 했을지도 모르죠. '오늘의 연애'를 찍는 동안 제 안의 밝은 성향을 증폭시킬 수 있었어요. 확실히 뭔가 해소되는 게 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작품에 기댔던 게 맞아요."

'오늘의 연애'는 문채원이 처음으로 주연한 영화다. 이승기가 연기한 준수의 시각에서 흘러가지만, 영화의 실질적인 주인공은 현우다. 현우가 주도하고, 준수는 끌려간다.

여배우가 극을 이끄는 로맨틱 코미디는 여주인공을 조금은 특별한 성격을 가진 인물로 그린다. '엽기적인 그녀'에서 전지현이 맡은 '그녀'나 '브리짓 존스의 일기'에서 러네이 젤위거가 연기한 '브리짓 존스'가 대표적이다. '오늘의 연애'의 현우는 전지현이 연기한 '그녀'에 가깝다.

"당연히 생각했죠. 비슷하기도 해요. 그런데 저는 제가 처음 주연한 영화에서 맡는 캐릭터가 더 명확하기를 바랐어요. 대중은 지금까지도 저를 어떤 캐릭터로 기억하지는 않으시잖아요."

전지현은 '엽기적인 그녀'의 '그녀' 혹은 '별에서 온 그대'의 '천송이'로 기억된다. 고(故) 장지영은 '싱글즈'의 '나난'으로 아직도 기억된다. 문채원은 자신이 연기할 캐릭터가 그런 인물이 됐으면 한다고 했다. 그는 자신만의 주체적인 캐릭터를 갖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왜 부담스럽지 않았겠어요. 더군다나 촬영 분량도 많았으니까요. 일단 처음 보여드리는 모습이니까, '어, 문채원이 저런 것도 할 줄 아네' 정도로만 봐주시면 된다고 봐요. 분량이 많은 건 좋게 생각했어요. 제 연기를 더 많이 보여줄 기회니까요. 캐릭터를 구축하는 데 더 도움이 될 테니까요."

문채원은 "즐겁게 작업했다"고 만족해했다. 그는 조곤조곤 이 말을 설명했다. "'작업환경이 좋았다', '배우들끼리 사이가 좋았다' 이런 말이 아니에요. 제가 현우를 연기하는 게 즐거웠어요. 평가는 보시는 분들의 몫이겠죠. 이 과정에서 오는 즐거움에 제가 만족했으면 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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