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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강남1970'의 넝마주이 이민호 "저도 20대초반엔 꽤나 막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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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뉴스 김한나 기자] "방 한 칸 없어서 우리가 얼마나 쫓겨 다녔어? 나 서 의원 사업 도와가지고 내 땅 한번 원없이 만들어 볼거야."

김종대(이민호)의 꿈은 막연하다. 종대의 꿈에는 단계가 없다. 방법이야 어찌 됐든 그는 목표를 향해 달리고 달려, 있는지 없는지 모를 끝에 가닿으려고 한다. 그래서 그의 매순간 삶은 고달프다. 그는 오토바이 시동을 걸고 비포장도로를 달리면서 소리친다. "지금 내가 달리는 데까지가 다 내 땅이야!" 같은 길을 가는 백용기(김래원)가 화답한다. "땅종대, 돈용기! 그래 우리 끝까지 한번 가보자!"

고아 종대는 출생신고도 돼 있지 않은 거지다. 세상은 벼랑 끝에 매달려 사는 그의 손을 짓밟는다. 그런 그가 택할 수 있는 건 그 손을 밟고 있는 발을 잘라버리는 것 외에는 없다. 가족이 생겼지만 크게 달라지지 않은 삶 속에서 종대의 욕망과 1970년 강남으로 모여들던 권력이 조우하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

"강남 남자 이미지의 제가 강남이 막 개발되던 시기에 살던 한 사람을 연기한다는 게 흥미롭게 느껴졌어요."

단순히 '강남'이라는 키워드가 이민호(28)를 '강남1970'으로 소환한 것은 아니다. 2009년 '꽃보다 남자'로 단번에 스타가 된 그는 빗발치는 영화 출연 섭외를 묵묵히 거절해왔다. 드라마를 통해 보여줄 것이 더 많다고 판단했고 스스로 좀더 농익었다고 생각될 때 영화를 하고 싶었다. 배우와 연기에 대한 욕망을 점점 키워나가다가 정말 좋은 작품을 만났을 때 폭발시키고 싶었다.

이민호가 종대를 만난 건 어쩌면 연기에 대한 그의 욕망이 막 발산하는 순간이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영화라는 장르 특성상 제가 더 성숙했을 때 하고 싶었어요. 한 영화를 책임질 수 있는 나이가 됐을 때 하겠다는 판단이었죠. 영화를 하려면 '꽃보다 남자' 끝나고도 충분히 할 수 있었어요. 그런데 기다렸습니다. 억지로 하거나 어설프게 영화를 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다행히 좋은 시기에 유하 감독님이 시나리오를 건넸고 드라마 '상속자들'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주셨어요."

종대는 이민호가 지금껏 쌓아왔던 이미지를 모두 버려야 하는 캐릭터다. '대중은 이민호를 '재벌 3세'로 기억한다. 꽃보다 남자'의 구준표, '상속자들'의 김탄이 그랬다. 종대는 정반대의 인물이다. 종대는 고아이고 넝마주이다. 우연히 가족을 갖게 되지만 삶은 나아지지 않는다. 내면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그가 택할 수 있는 건 맨몸으로 세상과 맞부딪히는 것 뿐이다.

"이 영화를 어떤 기점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아예 없었던 건 아닌 것 같아요. 그런 생각도 있었고, 종대 같은 인물이 사실 저와 좀 더 맞는 것 같기도 하고요. 이미지를 말씀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크게 신경 안 써요. 연기를 어떻게 해냈느냐가 더 중요한 거겠죠. 이미지나 물질적인 것에 휘둘리지는 않습니다. 하나하나 도전해 가는 과정이 있으니까요."

종대의 삶이 서글픈 것은 그의 행동이 일정 부분 가족을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아버지 같은 존재인 강길수(정진영)의 세탁소는 빚에 묶여있다. 아끼는 여동생 선혜(설현)는 가난한 형편 때문에 시집을 갈 수 없다. 이민호의 말처럼 종대는 "답이 안 나오는 삶"이다.

"20대가 그런 것 같아요. 막막하고 한 치 앞도 안 보이고…." 최고의 한류스타인 이민호가 이런 말을 하자 궁금해졌다. 모든 걸 가진 듯한 그가 종대를 정말 이해했을까. 연기는 물론 상상력의 영역이지만, 또 다른 방향에서 볼 때 경험이라는 것을 완전히 무시할 수 없기도 하다.

"저도 20대 초반에는 꽤나 막막했어요.(웃음)"

아주 긴 시간은 아니지만 이민호에게도 무명시절이 있었다. 연기자의 꿈을 한창 키워나가던 2006년 그는 큰 교통사고를 당했다. 그때 다리를 심하게 다쳐 1년 가까이 병원에 누워있었다. "그때부터 '꽃보다 남자' 찍기 전까지가 저의 흑역사죠.(웃음)"

"병원에 누워 별의별 생각을 다했어요. 그때 생각을 많이 하면서 제 자아가 자리 잡은 것 같아요. 목표 같은 것을 설정하거나 그랬던 것은 아니었어요. 그때 제가 가장 많이 생각했던 건 밴을 타는 배우가 되자는 것이었죠.(웃음) 그렇게 되고 싶었던 건 역시 엄마, 가족 때문이었죠. 그래서 성공한 연예인이 되자는 막연한 꿈을 꿨어요."

이래저래 이민호가 종대와 만난 건 우연이 아닌 것 같았다. "그렇게 보니 또 비슷한 것 같기도 하네요.(웃음)"

하지만 이민호는 자신과 닮은 종대가 처음부터 끌렸던 것은 아니다. 그는 오히려 김래원이 연기한 백용기 역이 더 마음에 들었다. 종대는 자신의 감정을 안으로 삭히고 고민하다가 행동하는 인물이다. 용기는 머리보다 몸이 빠르다. 용기가 종대보다는 튀어 보이는 게 사실이다.

'강남1970'을 진짜 배우로서 첫발을 내딛는 분기점이라고 본 이민호가 표현할 부분이 더 있어 보이는 용기 역을 탐낸 건 당연해 보인다. 하지만 유하 감독이 그를 설득했다.

"종대는 감정을 억누르는 캐릭터니까, 좀 답답할 것 같기도 하더라고요. 그래서 매력이 안 느껴졌어요. 주도적으로 움직이는 인물이 아니라고 봤거든요. 그래서 용기 캐릭터를 더 개발하는 건 어떠냐는 논의도 있었어요. 그런데 감독님께서 그러면 '비열한 거리'와 다를 게 없어진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바로 수긍했죠."

첫 도전이나 다름 없는 영화라는 장르, 해본 적 없는 역할을 통해 새롭게 출발하기 위해 이민호는 지금까지 해왔던 연기 방식을 버렸다.

"전 이미 객관성을 잃었어요. 관객분들이 제 도전을 평가해주실 거라고 생각해요. 영화가 흥행하느냐 잘 안 되느냐의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강남1970'을 통해서 배우로서 더 성장했기를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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