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창진 기자] '야신' 김성근 감독이 불안감과 기대감을 안고 일본으로 떠났다.
김 감독은 15일 오후 팀의 1차 전지훈련지인 일본 고지 출국 전 인천공항에서 취재진과 만나 "이번 스프링캠프 준비가 가장 우왕좌왕 한 것 같다"고 전했다.
한화는 3월3일까지 48일 간 고지와 오키나와에서 몸 만들기에 돌입한다. 이날 오전 1진 선수단이 출국한데 이어 16일에는 나머지 선수들이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김 감독은 코칭스태프 23명과 선수 58명 등 총 81명의 대규모 선수단을 손수 지휘할 예정이다. 모든 선수들을 직접 점검해보겠다는 의도다.
김 감독은 "한화에 온 뒤 모든 선수가 모인 적이 없었다. 이 팀이 어떤 힘을 갖고 있는지 현재는 알 수가 없다"면서 "모든 멤버가 모인 다음 생각을 할 것이다. 팀을 만들고 강화시키는 것은 그 다음 문제"라고 전했다.
많은 선수들이 참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들이 당장 한 곳에 모이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일찌감치 오키나와에 재활 캠프를 차린 이용규와 최진행, 박정진, 이태양 등의 회복이 아직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부상자 회복이 가장 큰 고민"이라면서 "캠프 스케줄을 몇 번이나 바꿨다. 회복될 줄 알았던 선수가 회복이 안 됐고 괜찮다고 생각한 선수는 나빠졌다. 이번 캠프 준비가 제일 우왕좌왕했다"면서 우려를 나타냈다.
재활 캠프에 머물고 있는 선수 중 대다수는 한화의 부활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이들이다. 김 감독이 가장 걱정하는 것이 이 대목이다. 그래도 김 감독은 조급히 불러들일 생각은 없다고 못 박았다.
김 감독은 "재활이 다 되기 전에는 보내지 말라고 했다. 야수 3명과 투수 6~7명이 있는데 이들이 빠져도 전술 적용은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가 정한 훈련금지 규정으로 선수들의 훈련을 지도할 수 없던 한 달여 동안 그라운드 대신 책상에서 시간을 보냈다. 지난해의 한화 기록을 유심히 들여다보는 것은 그의 일과가 됐다. 여러 문제가 나타났지만 김 감독이 우선으로 꼽은 문제점은 공격력이었다.
김 감독은 "실점도 많지만 득점이 떨어졌다. 득점권 타율과 대타 확률도 낮고 병살타도 많았다. 나쁜 것은 한화가 전부 1위였다"면서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겨우내 문제 파악에 열을 올렸던 김 감독은 이제는 미래를 위한 구상에 돌입할 계획이다.
"책상 앞에 앉아도 답이 안 나왔다. 기록을 볼 때마다 놀랐다"던 김 감독은 "그저께 밤에 답이 나왔다. 사람들이 (호성적을) 기대하는데 끌려 다니지 않고 있는 그대로 가자고 맘을 먹었다. 답이 나오니 편해졌다. 결과는 의식하지 않고 시작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김 감독은 가장 빨리 전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방법은 훈련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양보다는 질에 중점을 두겠다"고 했지만 오전 8시30분부터 시작되는 13시간의 훈련 스케줄을 쫘놨을 정도로 양 또한 만만치 않다.
20명이 넘는 대규모 코치진을 구성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화는 지난 14일 올 시즌을 함께 할 코치진을 발표했다. 이들은 모두 캠프에 합류, 야구장 두 곳을 오가면서 선수들을 관찰하게 된다.
김 감독은 공격력 강화를 위해 훈련 프로그램에도 손을 댔다. 이 결과 SK 시절에는 시도하지 않았던 팀 배팅 훈련이 추가됐다.
김 감독은 "매일 40~50분씩 팀배팅 연습을 시킬 생각이다. SK에서는 홍백전을 통해 연습을 했지만 이번에는 홍백전을 한 뒤 팀배팅 훈련을 별도로 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김 감독은 펠리페 피에의 자리를 메울 외국인 타자 나이저 모건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모건은 중견수로 배치될 예정이다.
김 감독은 "모건은 타격은 떨어지지만 수비는 제대로 할 것 같다. 중견수로 들어가면 양 사이드가 넓어지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모건이 보여준 기행에 대한 질문에는 "난동을 부리면 보내면 된다"면서 웃었다. 그러면서 "(전 소속팀인) 요코하마에 알아보니 착하다고 하더라"면서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