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박철호 기자] 슈틸리케호의 오른쪽 측면 라인에 이상 징후가 나타났다. 오른쪽 공격과 수비를 책임지는 이청용(27·볼턴)과 김창수(30·가시와 레이솔)가 부상을 입었다.
울리 슈틸리케(61·독일) 감독이 이끈 한국축구대표팀은 10일 호주 캔버라의 캔버라스타디움에서 열린 오만과의 2015 호주아시안컵 A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1-0으로 이겼다.
첫 단추를 잘 뀄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첫 경기부터 부상자가 나왔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선수들의 초반 부상이 향후 대회를 계속 치르는 과정에서 변수로 떠오를 수 있다.
먼저 쓰러진 것은 김창수였다. 그는 전반 19분 만에 차두리(35·서울)와 교체됐다. 경기 초반 상대와의 몸싸움 과정에서 넘어지면서 오른쪽 허벅지 통증을 호소했다.
오른쪽 붙박이 공격수 이청용은 후반 33분 상대의 깊은 태클을 피하지 못하고 들것에 실려나갔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팀 닥터 차원에서 김창수는 오른쪽 허벅지 타박상, 이청용은 오른발 정강이 타박상 소견을 보였다"면서 "상태를 지켜보면서 병원에 가서 정밀 검진을 받을지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슈틸리케호의 오른쪽 라인에 한꺼번에 이상이 생긴 셈이다. 두 선수 모두 공수에 있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점을 고려할 때 남은 일정을 소화하는 데에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박문성(41) SBS해설위원은 "부상은 항상 나타나고 또 예상 가능한 변수다"면서 "선수들이 부상을 당하면 감독 차원에서 고민은 많아지게 마련이다"고 말했다.
이어 "부상 정도를 최종 확인해 봐야겠지만 돌발 변수에 대비한 2~3번째 플랜을 가동할지 아니면 아예 새로운 선수를 부상자 위치에 투입시켜 변화를 줄 지 생각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청용은 대표팀의 붙박이 오른쪽 공격수다. 창의적인 플레이로 상대 밀집 수비를 벗겨내는 데에 능하다.
그는 오만전에서 오른쪽 측면과 중앙을 끊임없이 오가면서 공격 루트를 창출해냈다. 중원에서의 기성용(26·스완지시티), 앞선에서의 구자철(26·마인츠)·조영철(26·카타르SC) 등과의 연계 플레이로 상대 수비를 흔들었다.
김창수는 이번 대표팀에서 남다른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맏형 차두리(35·서울)가 대회 전 부상과 회복의 과정에서 대표팀의 오른쪽 주전 수비수로 자리매김했다.
이들의 부상 정도가 예상보다 심각하다면 슈틸리케 감독으로서도 고민이 아닐 수 없다. 오만전에 나선 멤버가 사실상의 베스트 멤버다. 플랜 B의 가동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청용이 결장한 4일 사우디아라비아전을 통해서 그의 존재감은 이미 확인됐다. 조영철이 오른쪽 측면 미드필더에 섰지만 전방으로 배치됐을 때보다 파괴력은 없었다.
한교원(25·전북)과 남태희(24·레퀴야)가 그 위치에 설 수 있지만 얼마나 빨리 녹아드느냐가 관건이다.
김창수의 공백은 더욱 고민이다. 차두리는 호주 전지훈련 과정에서 오른쪽 무릎 통증을 호소했다. 회복과정에 있지만 100% 컨디션은 아니다.
차두리 혼자 남은 경기를 계속 소화하기에도 체력적인 문제가 따를 수 있다. 김창수가 빨리 회복해야 더 큰 고민을 막을 수 있다. 오른쪽 풀백 자리는 두 선수 이외에는 마땅한 대안이 없다.
작은 부상이든 큰 부상이든 대회 초반에 일찍 나타났다는 점은 55년 만의 아시아 정상을 노리는 한국축구에 달갑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슈틸리케 감독의 위기 관리 능력이 일찍 시험대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