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박철호 기자] 루키 정효근(22)이 프로 데뷔 3개월 만에 인천 전자랜드의 중심에 우뚝 섰다.
정효근은 6일 인천삼산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4~2015 KCC 프로농구 원주 동부와의 경기에서 14득점 7리바운드를 책임지며 팀의 80-75 승리를 이끌었다.
김주성(35·동부)의 대기록 달성에 관심이 모아진 경기였다. 김주성은 이날 경기 전 3829개의 리바운드를 기록하며 KBL 역대 통산 리바운드에서 조니 맥도웰(44·은퇴)과 공동 2위였다. 리바운드를 한 개만 더 잡아내면 단독 2위에 올라 설 수 있었다.
2연승을 달리고 있던 동부는 '김주성 효과'까지 등에 업으며 전자랜드전 승리를 자신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루키 정효근의 맹활약에 고개를 떨궜다.
3번(스몰포워드)으로 나선 정효근은 골밑과 외곽을 오가며 동부를 괴롭혔다. 공수 양면에서 제 역할을 톡톡히 했다. 경기 외적인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았다.
가장 빛났던 것은 정효근의 3점포였다. 골밑에서 적극적으로 몸싸움을 벌이던 그는 공간이 생기면 외곽으로 빠져 나와 슈팅을 시도했다. 그렇게 개인 최다인 4개의 3점슛을 림에 꽂았다. 성공률 80%.
순도도 높았다. 1쿼터에서 3점슛 한 개를 넣으며 몸을 푼 정효근은 3쿼터 중반 동부의 추격에 동점을 허용한 상황에서 연속 3점슛을 터뜨렸다. 4쿼터 종료 29초 전에도 외곽포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2014 KBL 국내 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전체 3순위로 전자랜드 유니폼을 입은 정효근은 될 성 부른 나무였다.
200㎝ 장신인 그는 고교시절까지 가드를 맡았을 만큼 돌파, 패스, 득점력 등이 모두 뛰어나고 한양대 진학 이후에는 골밑에서 뛰었다. 대학 3학년이던 지난해 프로 조기 진출에 도전장을 내밀었음에도 뛰어난 재능을 인정받아 전자랜드의 첫 번째 선택을 받았다.
시련은 있었다. 정효근은 프로 입성 후 적응에 애를 먹었고 그 사이 전자랜드도 9연패의 수렁에 빠져 허우적댔다. 악몽 같은 시기였다.
흔들리는 정효근을 잡아준 이는 유도훈(48) 전자랜드 감독이었다. 유 감독은 정효근을 '전자랜드의 미래'로 낙점하고 꾸준히 출전 기회를 부여했다. 잘못된 부분은 엄하게 꾸짖으면서도 개인훈련을 지시할 만큼 애정을 쏟았다.
'유심(心)'을 사로잡은 정효근은 그렇게 한 단계씩 성장했다. 프로 데뷔 후 3라운드를 마친 현재 전자랜드의 핵심 멤버로 자리매김했다.
정효근은 "경기를 치를수록 점점 좋아지고 있다. 데뷔 직후에는 대학 시절의 화려했던 플레이만 생각하며 경기에 나갔다가 감독님께 혼도 많이 났다"며 "그 과정을 통해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 이제는 멋진 플레이를 하려고 하기보다는 팀에 필요한 선수가 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 감독의 보살핌 속에 꿈도 커지고 있다. 프로 무대에 안착한 뒤 태극마크를 다는 것이 그의 목표다.
정효근은 "프로에 1년 일찍 나온 것에 대해 개인적으로 만족하고 있다"며 "내 문제점을 그만큼 더 일찍 깨닫게 됐다. 대학에서는 얻지 못했을 소중한 경험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운동선수인 만큼 내 가장 큰 목표는 국가대표로 뛰는 것이다. 대표팀 안에서 제 몫을 다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며 "유 감독님의 지시에 잘 따르고 하나하나 습득하다 보면 앞으로 1~2년 후에는 그 꿈을 이룰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유 감독은 "정효근은 재능이 풍부한 선수다. 신인이지만 팀에 꼭 필요한 선수"라며 "다만 올 시즌은 정효근의 진짜 시즌은 아니다. 지금은 더 배운다는 생각으로 자신이 어떤 부분을 더 개선해야 할지, 뭘 더 만들어야 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자기개발에 더 무게를 둬야 국가대표까지 갈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