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박철호 기자] 두산 베어스가 예비 자유계약선수(FA)들에게 연일 예상을 상회하는 거액을 선사하고 있다. 그동안 투자에 인색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두산이 지갑을 연 배경에는 1년 전 FA 시장에서 얻은 교훈이 적잖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두산은 2013년 시즌을 끝난 뒤 팀내 FA 자격을 취득한 이종욱과 손시헌(이상 NC), 최준석(롯데)을 모두 놓쳤다.
이종욱을 제외하고는 반드시 잡아야겠다는 의지를 보여주지 않았던 것이 협상 결렬의 가장 큰 이유였지만 두산이 장기적인 전략을 수립하지 않아 위기를 자초했다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두산은 2012년이 끝난 뒤 FA 자격 취득에 1년을 남긴 세 선수의 연봉을 모두 삭감했다. FA 특수성을 배제한 채 오로지 성적만을 잣대로 삼았다.
이종욱은 2억500만원에서 1억9700만원으로 800만원이 깎였고 손시헌도 1억9700만원에서 1700만원이 줄어든 1억8000만원에 도장을 찍었다. 최준석의 경우 2500만원 삭감된 1억4500만원을 받았다.
통상 구단들은 FA 자격 취득을 앞둔 선수가 떠날 것을 대비해 많은 연봉을 안겨준다. 성적이 썩 좋지 않아도 삭감을 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일례로 롯데는 2012년 타율 0.273으로 부진한 강민호에게 2억5000만원이나 오른 5억5000만원을 선사하며 다른 팀들의 부담감을 증폭시켰다.
하지만 두산은 지나칠 정도로 냉정하게 접근했고 이는 결과적으로 집토끼들을 모두 빼앗기는 아찔한 상황으로 이어졌다. 결국 두산은 지난해 3년 만에 가을야구를 경험하지 못했다.
올해 분위기는 당시와 정반대다. 두산은 지난 4일 오재원에게 연봉 4억원을 선사한 뒤 하루 뒤에는 김현수와 7억5000만원에 도장을 찍었다. 각각 2억3000만원과 3억원이나 올랐다.
두 선수가 연봉 인상 대상자라는 점에 이의를 다는 이는 없다. 여기에 두산은 과거에 찾기 어려웠던 FA 프리미엄을 더해주면서 '우리 선수'라는 인식을 확실히 심어줬다. 덕분에 두산은 하루 사이에 두 차례나 구단 역대 최고 인상액 기록을 새롭게 쓰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이번 대형 계약으로 두산은 내부 FA와의 협상을 좀 더 수월하게 펼칠 수 있게 됐다. 만일 다음 시즌 김현수를 영입하려는 국내 구단은 두산에 15억원과 선수 한 명 혹은 22억5000만원을 내줘야 한다. 김현수의 몸값을 고려하면 100억원 이상의 영입자금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