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박철호 기자] 지난해 12월초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올림픽 복수 국가·도시 개최안이 담긴 '어젠다 2020'이 통과되면서 2018 평창동계올림픽 분산개최에 대한 여론이 들끓었다.
'어젠다 2020'에 속한 올림픽 복수 국가·도시 개최안이 통과되기 전날 토마스 바흐(61·독일) IOC 위원장이 "'어젠다 2020'이 확정되면 비용 절감을 위해 평창올림픽을 분산개최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언급한 탓에 평창올림픽 분산개최는 한층 더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이를 통과시킨 IOC 쪽에서는 개혁안이 적용되는 효과를 한시라도 빨리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하는 분위기다.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은 당장 내년에 열리기 때문에 바흐 위원장이 야심차게 내놓은 복수 국가·도시 개최가 힘들다. 따라서 평창올림픽이 개혁안을 적용할 수 있는 유력한 후보로 떠오른 것이다.
IOC는 건설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데 비해 사후 활용이 가장 힘든 것으로 평가되는 슬라이딩센터를 핵심적으로 거론했다. 1998년 동계올림픽을 치른 일본 나가노에 썰매 경기장이 있고, 일본은 2020년 도쿄하계올림픽을 개최하기 때문에 교류 개최도 가능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IOC의 의견대로 일본에서 썰매 종목을 분산개최했을 때 당초의 비용이 얼마나 절감될지에 대한 객관적인 수치는 나와 있지 않다.
다만 외신들은 건설비용과 함께 매년 유지비용으로 들어갈 300만(약 33억원)~500만 달러를 절약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2018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조직위)의 입장은 다소 다르다. 실제로 비용이 절감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슬라이딩 센터 건설에 배정된 예산은 1288억원인데 매몰 비용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조직위 관계자는 "현재 공정률이 12.5%인데 매몰을 하면 600억원 정도의 비용이 소모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고 해서 나머지 600억원이 절약된다고 볼 수는 없다. 분산개최를 할 때 따로 드는 비용도 생각해야 한다"고 밝혔다.
조직위와 강원도, 중앙정부는 모두 "분산개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도 나서 "분산개최 논의는 의미가 없다"고 단호히 밝히기도 했다.
실제로 비용 절감의 효과는 크지 않다는 것이 조직위와 강원도, 중앙정부의 입장이다. 올림픽 개최로 인한 경제적 효과까지 고려하면 분산개최는 힘들다는 것이다.
조직위 관계자는 "국민 정서상 세 번의 도전 만에 유치한 동계올림픽을 일본과 나눠 분산개최하기는 힘들다"고 주장했다. 박 대통령도 "세 번 만에 어렵게 유치한 대회"라고 강조했다.
분산개최에 찬성하는 여론도 거세다. 경제적인 측면과 환경 문제 등을 이유로 찬성하는 이들도 적잖다.
분산개최에 찬성하는 이들은 '경제올림픽'을 외치는 평창올림픽이 원안대로 진행될 경우 과연 경제적인 올림픽을 할 수 있느냐는 입장이다.
찬성하는 측에서 주장하는 올림픽의 경제적 효과가 과장된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괜히 국민들의 세금 부담만 늘리는 올림픽이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조직위의 스폰서 유치가 지지부진해 빚이 187억원으로 늘었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가 발표되면서 분산 개최 찬성 여론에 힘이 실렸다.
강원도 정선군 가리왕산 중봉 알파인스키 활강경기장 건설이 환경을 크게 훼손한다며 반대해왔던 환경 단체들은 환경 문제를 위해서라도 분산개최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북한이 평창올림픽에 북강원도 원산에 위치한 마식령스키장을 사용하는 것이 어떠냐는 의견을 개진하면서 남북공동 개최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남북공동 개최 강원지역 13개 시민사회단체와 4대 종단이 참여하는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강원본부는 지난달 중순 성명서를 발표해 이 기회에 남북이 민족적 지혜와 역량을 모아 동계올림픽을 남북 강원도에서 분산 개최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분산개최가 가능해지자 전북 무주, 강원도 원주시 등은 분산개최를 하자는 요구를 하기도 했다.
찬성과 반대를 떠나 어느 쪽으로든 빠른 결론을 내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은 공통된 의견이다. 분산개최가 무조건 된다, 안된다고만 주장할 것이 아니라 객관적인 이유를 들어 한시 빨리 결론을 내리고 평창올림픽 성공 개최에 매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느 쪽으로 결론이 나든 이번 분산개최 논란을 가라앉힐 수 있는 설득 논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조직위는 이달 15~16일 IOC와 프로젝트 리뷰를 가진다. 오는 3월 열리는 조정위원회를 앞두고 안건을 심의하는 자리다. 조직위 관계자는 "분산개최가 거론될지 알 수 없다"고 했지만 이 자리에서 분산개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IOC는 이번 프로젝트 리뷰를 비공개로 진행하기로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