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박철호 기자] 프로배구 현대캐피탈 김호철(60) 감독의 한숨이 짙어졌다. 반등을 위해 준비한 묘수(?)마저 실패로 돌아가면서 사면초가에 놓인 김호철 감독은 조급함을 감추지 않았다.
김호철 감독이 이끈 현대캐피탈은 1일 오후 2시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NH농협 2014~2015 V-리그 4라운드 대한항공과의 홈경기에서 0-3(25-27 18-25 22-25)으로 완패했다.
경기 후 인터뷰실을 찾은 김호철 감독은 "크리스마스 날도 지고, 새해 첫 날도 졌다. 액땜을 해야하든지 할 것 같다"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농담조로 던진 한 마디이긴 하지만 김호철 감독의 솔직한 심경이 담겨있었다. 백약이 무효한 팀의 어려운 현재 상황을 단적으로 엿볼 수 있게 해준 말이기도 하다.
그는 "(이날 패배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들이 리드를 하면서도 안정적인 플레이를 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그것이 오늘의 패인"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그런 부분이 모두가 전부 내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팀이 분위기상 전체적으로 가라앉은 상태에서 경기를 시작했다. 최대한 분위기를 안정되게 가져가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최근 무산된 트레이드 건이 컸다.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현대캐피탈과 한국전력은 지난달 29일 세터 권영민과 레프트 박주형, 레프트 서재덕이 포함된 2대1 트레이드를 단행했지만 실패로 돌아갔다.
'국내 구단간 선수임대차 및 원소속 구단으로의 복귀는 정규리그(포스트시즌 포함) 기간 중에는 할 수 없다'는 한국배구연맹 선수등록규정 제12조 2항에 따라 트레이드는 없던 일이 됐다.
경기 전에도 우려의 뜻을 나타낸 김호철 감독이다. 그는 이날 사전 인터뷰에서 "아무리 노력한다고 해도 한 번 입은 상처를 치료한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면서 "그래도 선수들 다친 마음을 빨리 치료하는 것 감독인 내 역할"이라고 걱정했다.
현대캐피탈은 3연패에 빠지면서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8승11패(승점 27)를 기록, 5위에 그쳤다. 4위 한국전력(승점 28)과의 차이는 얼마 안 나지만 3위 대한항공(승점 34)을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다.
김호철 감독은 "남이 도망가느냐 여부가 중요한 것은 아니"라면서 "우리팀 분위기가 살아나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짧은 시간 내에 빨리 추스려서 좋은 경기를 하는 모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케빈이 새로 왔을 때처럼 활기찬 경기를 해야 한다. 그것이 없어지면서 우리 팀이 전반적으로 어두운 경기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감독은 문성민의 부진에 대해서도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경기당 평균 17득점으로 이 부문 7위를 달리고 있는 문성민은 이날 10득점에 그쳤다.
그는 "문성민이 오늘 같은 경기를 한다면 우리 팀은 어렵다. 여태까지 잘 해오다가 오늘 처음 못했다는 것을 떠나서 문성민의 책임감은 아쉽다. 에이스로서 책임감을 조금 더 가져줘야 한다"고 분발을 촉구했다.
김호철 감독은 1세트 23-23 박빙의 상황에서 수비형 레프트 임동규를 빼고 트레이드 무산 이후로 심란한 박주형을 교체투입시켰다. 하지만 박주형은 인상 깊은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
김호철 감독은 "박주형은 들어가서 자기가 할 것은 했다고 본다"면서 "그것(트레이드 무산) 때문에 선수들이 어수선했다기 보다는 오늘따라 선수들 모두가 악착같은 모습들이 안 나타난 것이 많은 작용을 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