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부삼 기자]다사다난했던 2014 갑오년(甲午年)이 저물어간다. 올해는 지난 4월 16일 진도 앞바다에서 발생한 세월호 침몰 참사는 결코 잊혀질 수 없는 사건이다. 수학여행 중이던 안산 단원고 학생을 비롯한 모두 300여 명이 희생됐다. 시사뉴스는 올 한해를 뜨겁게 달궜던 10대 국내 뉴스를 정리해봤다.
◆세월호 참사
'세월호' 참사로 온 국민이 오열했다. 수학여행길에 오른 경기 안산 단원고 학생 325명을 포함한 승객과 승무원 476명을 태운 세월호는 4월15일 오후 9시께 인천 연안터미널을 출발했다. 다음날인 16일 오전 8시48분 전남 진도군 관매도 인근 해역에서 조타수의 실수로 선체가 왼쪽으로 기울었고, 과적과 부실 고박(묶기)이 더해지면서 전복 후 침몰했다. 172명만 목숨을 건지고 나머지 304명은 배와 함께 바닷속으로 사라졌다.
침몰 210일 만인 11월11일 수색 종료가 결정됐고, 이날 이준석 선장 등 승무원 15명은 1심에서 징역 5~36년을 선고받았다. 해경에는 '조직해체'라는 극약처방이 내려졌고, '언딘' 특혜 의혹을 받은 해경 차장을 비롯해 참사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388명(구속 154명 포함)이 입건됐다.
◆통합진보당 해산
제19대 총선과 18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진보진영의 단일 대오 형성을 위해 탄생한 통합진보당이 12월19일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헌법재판소의 판결로 진보당은 해산됐고 이석기 의원을 포함, 소속 지역구 및 비례대표 의원 5명도 의원직을 박탈당했다. 헌재 결정으로 인한 정당해산은 처음있는 일이다.
진보당은 2011년 12월 민주노동당과 국민참여당, 통합연대가 합당해 결성됐다. 그러나 비례대표 부정경선 논란부터 내란음모 혐의 사건까지 겹치며 논란의 중심에 서 왔다. 일련의 사건들로 국민의 여론과 시선은 싸늘해졌고 새정치민주연합 등 다른 야당도 등을 돌리면서 진보당은 고립무원으로 내몰렸다.
진보당은 정부의 정당해산 심판 청구에 맞서 법정싸움과 장외집회 등 모든 수단을 동원, 저항했지만 정당 해산을 막아내지 못했다.
◆정윤회 국정개입 의혹 파문
현 정권의 '비선 실세'로 지목된 정윤회씨의 국정개입 의혹이 연말 정국을 뒤흔들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번 사태를 '국기문란'으로 규정하고 국정개입 의혹을 강력히 부인했다. 그러나 파문은 계속 확산됐고 결국 검찰 수사로 이어졌다. 청와대 내부 문건 유출로 촉발된 사건은 비선 실세의 국정개입 의혹을 넘어 권력 실세들 간의 암투설로 비화하면서 폭발력을 키웠다.
특히 정씨와 조응천 전 공직기강 비서관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 폭로전을 벌이고,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가세하면서 정국은 극히 혼탁해지는 양상을 보였다. 대통령의 동생인 박지만 EG 회장까지 소환 조사를 받으면서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로 작용했다.
◆대한항공 조현아 '땅콩회항'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건이 공분을 불렀다.
조 전 부사장은 자신이 타고 있던 미국 뉴욕발 인천행 항공기의 이륙 과정에서 승무원이 땅콩을 봉지 째 준 기내 서비스를 문제 삼아 이미 출발한 항공기를 되돌리고 사무장을 내리게 했다. 회항 사태가 알려지면서 국내에서 비난여론이 쏟아졌고, 국제적으로는 대한항공은 물론 한국 기업 전체가 비아냥을 받아야 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조씨를 두둔한 대한항공의 사과문은 여론을 더욱 악화시켰고, 조씨는 부사장직을 내놓고 사건 1주 만인 12월12일 조양호 회장과 함께 대국민 사과를 했다. 국토부는 조씨를 검찰에 고발하고 대한항공에 대해서도 운항정지나 과징금 같은 강도 높은 제재를 하기로 했다.
◆한·중 FTA 체결
30개월에 걸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11월10일 타결됐다.
쌀은 한·중 FTA에서 완전 제외하기로 합의했다. 국내 주요 생산 농산품인 고추, 마늘, 소·돼지 고기, 사과, 배 등도 관세 철폐 대상에서 제외됐다.
한·중 FTA 체결은 중국 내수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와 함께 한·중 FTA 체결을 통해 우리나라는 중국 내 우리 기업 및 국민의 이익 보호를 위한 제도적 기반을 구축할 수 있게 됐다.
아울러 한·중 FTA 체결은 미국과 EU로의 진출을 겨냥한 중국의 대한 투자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한 미국, EU 등 선진국의 한국에 대한 투자 증가도 이뤄질 수 있다.
◆공무원연금 개혁논란
정부가 재정부담 문제를 제기하면서 공무원연금 개혁을 추진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10월29일 2015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공무원연금 개혁 추진을 공식 발표했다. 정홍원 국무총리도 11월6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공무원연금 개혁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여야는 공무원연금 관련 법 개정을 위한 국회 특위와 국민대타협기구 구성에 합의했지만, 개혁 속도와 논의 방식 등을 놓고 이견을 보이고 있다.
연내 법 개정 협상 타결이 물 건너가면서 내년 처리 여부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신설된 인사혁신처가 공무원연금 개혁을 위한 정지작업을 하고 있는 가운데, 각급 공무원 노동조합은 공무원연금 개혁을 '재벌과의 협업을 통해 공무원연금을 비롯한 공적연금을 무력화시키고 사적 금융을 활성화시키겠다는 의도'로 규정하며 반발하고 있다.
◆가계부채 급증
'한국 경제의 뇌관' 가계부채가 가파르게 상승했다. 지난해 처음으로 1000조원을 넘어선 데 이어 올들어서도 40조원 이상 증가했다.
한국은행의 '가계신용 보고서'에 따르면, 3분기 말 현재 가계신용 총액은 1060조3000억원으로 지난해 말(1021조원)보다 40조원 가량 늘어났다.
가계부채가 급증한 데는 정부가 지난 7월부터 시행한 부동산 활성화정책(LTV·DTI 규제 완화)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8·10월)로 주택담보 대출이 급증한 영향이 컸다. 3분기(7~9월) 주택담보대출 증가액만 13조2000억원으로, 지난해 연간 증가액(13조9000억원)에 육박했다.
◆폭행·성추문, 얼룩진 軍
육군 28사단 포병연대 의무대 윤승주(23) 일병이 상습 폭행과 집단 가혹 행위로 4월7일 사망했다고 군 인권센터가 7월31일 폭로했다.
윤 일병은 4월6일 생활관에서 냉동 만두를 '쩝쩝거리며 먹는다'는 이유로 선임병들에게 폭행을 당했다. 음식물이 기도를 막아 뇌손상을 입었고, 다음날 사망했다. 가해자들은 윤 일병이 먹던 음식을 흘리자 이를 핥아먹게 했고 소변을 지리면서 쓰러지자 꾀병을 부린다며 폭행했다. 주범 이모(26) 병장 징역 45년, 하모(22) 병장 징역 30년, 이모(21) 상병과 지모(21) 상병 징역 25년, 유모(23) 하사와 이모(21) 일병은 징역 15년과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10월에는 육군 17사단 송모 사단장이 여군 부사관을 지속적으로 성추행한 혐의로 긴급 체포됐다. 육군 중령도 부하 여군을 성폭행, 구속되는 등 군대 내 성범죄가 끊이지 않았다.
◆이건희 삼성회장, 장기와병
이건희 삼성 회장이 5월10일 자택에서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심폐소생술과 심장 스텐트 시술을 받은 뒤 삼성서울병원에 7개월째 입원 중이다.
이 회장은 뇌와 장기 손상 등을 막기 위한 저체온 치료를 받은 뒤 혼수상태에서 깨어났다. 하지만 아직 인지기능을 완전히 회복하지는 못했다. 휠체어 운동 등 재활치료에 집중하고 있다. 삼성은 이 회장의 폐가 다소 약한 점을 감안, 공기가 찬 겨울을 병원에서 보낸 뒤 내년 봄 한남동 자택 치료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회장이 쓰러지면서 삼성은 실적 둔화의 수렁에 빠져들기 시작, 경영 리스크가 불거졌다. 이재용 부회장의 차세대 리더십에 대해서는 관심과 기대, 막연한 불안감이 교차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대한민국은 8월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으로 들썩였다. 즉위 후 아시아 첫 방문지로 한국을 선택한 교황의 방한 목적은 제6회 아시아 청년대회 참석과 천주교 순교자인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123위 시복미사 집전이었다. 그러나 그는 방한 4박 5일, 100시간 동안 세월호 참사 유가족과 새터민, 이주노동자, 장애인과 위안부 할머니, 강정마을 주민, 쌍용차 해고노동자, 밀양주민, 용산참사 유족 등을 만나 위로하는 데 집중했다. 특히 한반도의 화해와 안정을 위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등 한국사회의 현실을 정확히 꿰뚫고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 국민들에게 큰 감동을 주는 등 깊은 인상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