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박철호 기자] 강원도가 3수 끝에 어렵게 유치한 평창동계올림픽 개최를 불과 3년 앞두고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돌연 '분산개최'카드를 뽑아들며 무언의 압박에 나섰다.
이에 개최지인 강원도(도지사 최문순)를 비롯한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위원장 조양호) 등은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지만, 사회·환경단체 등에서는 덮어놓고 반대만 할 것이 아니라 검토할 가치가 있는 일이라며 환영하는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강원도의 환경과 경제적인 면 모두 냉정하게 고려해 봤을 때 분산개최가 효율적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지난 11일 국내 대표 환경단체 가운데 하나인 녹색연합은 IOC의 '아젠다 2020'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것이 강원도가 살 길이라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아젠다 2020'은 올림픽 유치 과정 간소화, 국가 간 올림픽 분산 개최, 올림픽 종목 탄력 채택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IOC의 올림픽 미래 전략과 계획을 담은 개혁안이다. 특히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복수 국가 개최가 가능하게 된 부분이다.
성명서를 통해 녹색연합은 "1국가 1도시 만을 기본으로 개최하는 올림픽이 개최국과 개최도시에 재정악화, 환경훼손 등 막대한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며 "이 상태로는 올림픽 자체의 지속가능성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IOC의 자구책"이라고 분석했다.
더구나 지난 8일(한국시간) 총회 결과 만장일치로 분산개최 방안이 통과되면서 일파만파 논란이 퍼졌지만 이미 약 1년 전부터 내·외부 전문가, 대중들에 의한 충분한 논의 과정을 거쳐온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올림픽은 곧 빚더미'라는 말이 현실화 되면서 갈수록 기피하는 상황이다. 2022년 동계올림픽 유치신청 과정에서는 독일 뮌헨과 스위스 생모리츠, 다보스가 주민 반대로 유치를 포기했고 노르웨이 오슬로도 유치 신청을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올림픽 개최국과 개최도시의 부담이 커져가면서 이를 줄이기 위한 오랜 논의 끝에 채택된 개혁안인만큼 강원도의 자연과 국민 혈세 낭비를 막아줄 '둘도 없는 기회'라는 주장이다.
녹색연합은 "오히려 IOC가 지난 1년간 평창올림픽의 경제성 대책을 마련하고 있을 때 우리 정부와 조직위는 무엇을 하고 있었나"라며 "개최국의 여건에 맞게 경기를 치르는 것이 이번 올림픽 개혁안에 부합하는 길"이라고 지적했다.
또 "폐막식은 배후인구가 충분한 대도시의 기존 시설이나 사후활용이 확실한 지역의 신규시설을 고려할 수 있다"며 "스케이트 등 빙상경기는 태릉 빙상장에서, 활강경기는 완화된 FIS 기준으로 하이원, 용평, 무주 등 기존 스키장에서 진행하면 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녹색연합은 강원도와 올림픽조직위가 실패한 국책사업의 대표격인 매몰비용 이야기를 들고 나온다면 "분산개최로 인한 경제적 환경적 편익에 대한 분석이 우선"이라며 "매몰비용 타령에 수렁에 빠진 사업들의 예는 부지기수"라고 일침을 놓았다.
최문순 도지사가 지난 10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밝힌 발언들도 비난을 받고 있다. 특히 "신설되는 6개 경기장 중 4개는 사후활용 방안이 마련됐고 남은 스피드스케이팅장과 개·폐막식장이 사후활용 방안을 마련하지 못하면 경기장을 해체하도록 설계할 것"이라는 발언에 비난이 이어졌다.
강원평화경제연구소는 최 지사의 이같은 발언에 "두 경기장의 공사 비용은 총 2500여억원이 소요된다"며 "15일간의 올림픽에 2500억원을 들여 경기장을 짓고 관리기관이 마땅치 않으면 헐어버리겠다는 발상은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비난했다.
또 이들은 4개 경기장의 사후활용방안이 마련된 상태라는 주장에 대해 확인결과 신설경기장 건설비용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슬라이딩경기장, 중봉알파인스키장, 스피드스케이트장, 아이스하키경기장 2곳 등 대부분 경기장의 사후 방안은 전혀 마련되지 않은 상태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슬라이딩경기장의 경우 한국체대와 협의중이라 밝혔지만 매년 100억원 가량의 유지비가 드는 경기장을 국립대학에서 운영한다는 것은 현재 예산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고려하면 불가능하다"며 "확정된 경기장은 아이스하키1경기장(관동대)과 피겨스케이팅장(강릉시)뿐"이라고 주장했다.
강원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도 앞선 10일 성명서를 통해 "재정 대책 없이 무책임하게 명분만 내세우는 동계올림픽으로 도민들을 몰아가고 있다"며 "흑자, 균형, 민생, 환경올림픽을 하겠다던 약속은 온데간데 없다"고 비난했다.
이들은 "단 6시간의 개·폐회식을 위해 1400억의 재정을 투여하고 500년 넘게 지켜온 보호림을 6일 간의 경기를 위해 밀어버리는 것이 상식이냐"며 "분산 개최가 강원도의 재정 악화를 최소화하고 환경 훼손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라면 이를 수용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강원도는 '알펜시아 리조트'와 '오투리조트' 등으로 빚더미에 앉아 있는 만큼 과연 어떤 것이 환경과 경제성을 살리는 것인지 냉정하게 판단하고 멀리 내다보는 중대한 결정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