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창진 기자] 울리 슈틸리케(60·독일) 축구대표팀 감독이 제주전지훈련 기자회견 도중 첫 발탁한 이정협(23·상주)을 공개거론함에 따라 대표팀 내 공격수 경쟁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것인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10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제주 전지훈련 관련 기자회견에서 "이번 대표팀에는 정기적으로 소집됐던 선수 외에도 최초로 발탁된 선수들도 많이 있는데, 그 중 한 명이 이정협이다"며 상대적으로 무명에 가까운 선수를 수면 위로 끄집어 냈다.
이정협은 지난해 부산아이파크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한 2년 차 선수다. 공격수인 그는 데뷔 첫 해 27경기에서 2골에 그친 뒤 곧바로 군입대를 결정했다. 올시즌 상무에서는 25경기에서 4골을 넣었다.
기록만 살펴보면 대표팀 발탁에 많은 의문이 남는 것이 사실이다. 그는 20세 이하(U-20) 대표팀에 2회 소집됐던 것을 제외하면 연령별 대표팀을 통틀어 이번이 첫 발탁이다. 그나마도 실제 경기에 나선 적은 없다.
평범한 축구 선수로 남을 것 같았던 이정협에게 있어 축구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된 것은 최근의 경기에서였다. 공격수 기근으로 K리그 현장을 찾았던 슈틸리케 감독의 레이더에 포착됐다.
지난 3월 인천유나이티드와의 시즌 개막전에서 1골을 넣은 이후 10월까지 총 2골에 그쳤던 이정협은 지난달 29일 경남FC와의 시즌 최종전에서 2골을 몰아치며 슈틸리케 감독의 눈을 사로잡았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두 번 지켜본 결과로 소집한 것이 아니다. 이정협이 뛴 상주 경기를 보러 5차례 경기장을 찾았다"고 말했다.
이어 "이정협은 (지켜 본)5경기 내내 경기당 20~25분을 뛰는 등 주전급의 활약을 보이지는 않았지만 경기내내 흥미로운 움직임을 보여줬다"고 발탁 배경을 설명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아시안컵행이 확실시 되던 이동국(35·전북)과 김신욱(26·울산) 등 대표팀의 주전 공격수 2명이 부상으로 낙마하며 대체 공격수 찾기에 열을 올렸다.
지난달 중동 원정 2연전에서는 박주영(29·알 샤밥)을 테스트했지만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를 얻었다. 최근 소속팀에서는 2경기 연속 풀타임을 소화하고도 골을 넣지 못해 아쉽다는 것이 슈틸리케 감독의 설명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기대를 걸었던 중동파의 최근 부진도 슈틸리케 감독의 고민을 깊게 만들고 있다.
그는 "조영철은 두 달 전까지 소속팀에서 선발로 출전을 했지만 지금은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등 소속팀에서의 입지가 줄어든 상황이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골 결정력이라는 최대 해결 과제를 안은 슈틸리케 감독은 한·중·일 3개국에서 뛰고 있는 선수로 구성된 이번 제주 전지훈련에 김승대(23·포항)를 제외한 공격수 4명을 새로운 얼굴로 채웠다. 그 중 한 명이 이정협이다.
그는 "많은 분들이 대표팀에는 경험있는 선수가 필요하다고 한다. 하지만 경험이 부족한 선수들은 더이상 잃을 것이 없다는 점이 어떻게 보면 장점이 될 수도 있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186㎝·76㎏의 신체조건을 갖춘 이정협은 큰 키에 걸맞은 공중볼 처리 능력에다가 스피드, 유연함까지 두루 갖춘 공격수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이정협 뿐만 아니라 이번 전지훈련에는 이용재(23·V-바렌 나가사키)·황의조(22·성남)·강수일(27·포항) 등 3명의 공격수가 함께 시험대에 오른다. 기존 해외파들과의 궁극적인 경쟁도 고려해야 한다.
이례적으로 슈틸리케 감독에게 공개적으로 신임을 받은 이정협이 자신에게 처음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고 호주행 비행기에 오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