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임택 기자] 최근 여야 합의로 담뱃세 인상안이 2000원으로 확정된 것과 관련, 제조 원가 상승분과 담뱃세 인상으로 인한 매출 감소분을 상쇄하기 위해 담배 제조사들이 추가로 가격 인상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이미 2000원이 세금으로 인상 돼 소비자 부담이 가중된 상태고, 이에 대한 고객들의 반감도 큰 상황에서 업체들이 가격인상 카드를 내놓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9일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이 인상한 2000원은 '세금'일 뿐 제조사의 제조원가 인상분은 반영 안 된 수치"라면서 "업체들이 제품별로 담뱃세 인상과 더불어 200~300원 수준의 추가 인상안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특히 올해 점유율 약 62.3%를 기록중인 KT&G의 경우 평균 담뱃값이 2500원 정도로, 2700원 수준의 외산 담배보다 200원 정도 상승 여력이 있다.
특히 담뱃값 인상으로 매출이 하락하거나 이익이 감소할 경우를 대비해 일부 제품에 대해 가격 인상이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그동안 외산 담배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인해 프리미엄 제품의 경우도 외산 담배에 비해 저가 담배 취급을 받아 이러한 이미지 개선을 위해 가격을 인상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하지만 무리한 가격인상은 자칫 판매 감소 역풍을 불러일으킬 수 있어 신중한 상황이다.
지난해 10월 브리티쉬아메리칸토바코(BAT) 코리아가 켄트 가격을 2300원에서 2700원으로 올리는 '악(惡)수'를 두면서 점유율이 급감하자 3개월 만에 다시 켄트 값을 2500원으로 인하했다.
업계 관계자는 "담배 업체들이 내년 1월1일 담뱃세 인상과 더불어 소비자 가격을 정하려면 적어도 다음 주 안에는 인상 여부를 확정해야한다"면서 "현재 세금 인상으로 인한 매출 감소분과 이를 상쇄하기 위한 가격 인상 등을 두고 내부 회의가 끊이질 않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반면 한국필립모리스나 BAT 코리아, 제이티인터내셔널(JTI) 등 외산 업체들은 KT&G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미 외산 담배의 점유율이 조금씩 빠지고 있어 섣불리 총대를 메고 가격을 인상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글로벌 업체들은 이미 자국 시장에서 담배의 수요 감소를 경험한 바 있어 수요를 만회하는 가격 인상이 있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국필립모리스 관계자는 "현재 내부적으로 검토는 하고 있으나 가격 인상 여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 없다"면서 "아직 최종 결정을 하기까지는 좀 더 많은 부분이 검토돼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BAT코리아 관계자도 "연일 내부 회의를 통해 담뱃값 인상 여부에 대해 논의를 거듭하고 있다"면서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이 없는 상황이라 좀 더 시간이 지나봐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국내 담뱃값 평균 가격을 2500원으로 봤을 때 유통·제조원가 950원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은 세금과 부담금이다. 담배소비세 641원, 국민건강증진부담금 354원, 지방교육세 320원, 부가가치세 227원, 폐기물 부담금 7원, 부가세 227원 등 총 1551원이다.
여기에 1월1일부터 인상안이 적용되면 담배소비세 1007원, 국민건강증진부담금 841원, 지방교육세 443원, 부가가치세 227원, 폐기물 부담금 24원, 부가세 209원, 개별소비세 594원 등 총 3318원이 된다.
정부가 인용한 조세재정연구원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담뱃값 2000원 인상 시 담배 판매량은 약 34%가 줄어든다. 담배 제조·판매사의 총 수익은 약 9407억원이 감소한다.
국회예산정책처의 연구결과에는 담배 판매량이 약 20%만 감소하더라도 담배 제조사의 총 수익은 약 4623억원 줄어드는 것으로 추산된다.
업계 관계자는 "담뱃세는 정부가 결정하지만 궁극적으로 담뱃값은 담배제조사가 결정한다"면서 "담배 제조사들이 지난 10년 동안 제조 원가 상승과 매출 감소분을 상쇄하기 위해 추가적인 가격인상을 적용할 것이라는 가능성이 적지않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