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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 '빅매치' 이정재 " 이런 액션 보여줄 순간 많지 않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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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뉴스 김한나 기자] 배우 이정재(41)는 영화 '빅매치' 촬영에 앞서 액션 연기를 연습하다 어깨를 다쳐 인대가 찢어졌다. 커피잔을 들 수 없을 정도로 큰 부상이었다. 병원에서 진단을 해보니 전신마취를 하고 봉합 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의사는 영화촬영에서도 하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당장은 움직일 수 있을지 몰라도 몸을 무리해서 쓰면 잠도 못잘 정도로 큰 통증이 있을 것이고 그 때는 바로 수술에 들어가야 한다는 게 이유였다. 반깁스하고 3개월, 이후에는 재활에만 전념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영화가 촬영 도중에 엎어질 수도 있었다.

그런데 이정재는 촬영을 강행했다. 다행히 이정재는 몸에 큰 문제 없이 촬영을 마쳤다. 그리고 나서 수술을 받았다. 이정재는 현재 재활치료 중이다.

이정재는 인터뷰 초반 '빅매치'에 출연한 이유에 대해 "'하녀' '신세계' '관상'에서 연달아 무거운 역할을 맡았는데, 조금 가벼운 영화에 출연해 유쾌하게 촬영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정재의 차기작은 최동훈 감독의 '암살'이다. '빅매치'는 '관상'과 '암살' 사이의 소품 같은 영화로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보기에 따라선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작품이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정재는 부상을 입은 몸으로 '빅매치'를 찍었다. 액션 장면의 90% 이상을 스턴트맨 도움 없이 직접 소화했다.

"연습했던 게 아까웠어요. 6개월 동안 운동을 정말 열심히 했습니다. 오전에 2시간, 오후에 4시간씩 했거든요. 조심해서 하면 큰 문제가 없을 거라고 봤어요."

연습한 게 아까웠다는 말이 이해되지 않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오롯이 수긍하기는 어려웠다. 배우는 몸이 재산이다. 몸이 망가지면 연기를 할 수 없다. 만약 더 크게 다치고 어깨가 완치되지 않으면 더는 액션 연기를 할 수 없을지 모른다. 이정재에게 재차 물었다. 그럼에도 '빅매치'를 해야만 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은 이렇게 아주 강도 높은 액션을 최대한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순간이 많지 않을 거라고 판단했어요. 이제 저도 사십대인데, 이번에 운동을 해보니까 몸이 예전 같지 않더라고요.(웃음) 지금 이 순간이 지나면 아마 더 힘들어질텐데. 관객분들에게 한번 최대치의 액션을 보여 드리고 싶었습니다."

이정재가 '빅매치'에서 연기한 '최익호'는 이종격투기 선수다. 전직 축구선수였던 그는 경기 도중 싸움이 벌어지자 상대편 11명을 모두 그라운드에 때려눕히고 영구 제명됐다. 이후 격투기 선수로 전업, 승승장구해 세계 챔피언 도전자가 됐다. 그런데 어느 날 형이 정체불명의 남자에게 납치된다. 최익호는 형을 찾기 위해 뛰고 또 뛴다.

영화에서 이정재는 잘 다듬어진 근육을 보여준다. 또 40대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액션 연기를 보여준다. 이정재의 대답은 그래서 의외였다. 이정재는 20년 전 처절한 액션 연기를 선보이며 스타덤에 올랐다. 시청자는 아직도 드라마 '모래시계'의 '희재'를 기억한다. 연기로도 인정받았지만, 그래도 '몸'하면 이정재, 이정재 하면 '몸'이었다. 대중은 물론 드라마·영화 연출가들도 이정재의 몸을 사랑했다. 2010년 '하녀'에서 상체를 드러낸 채 팔을 벌리고 침대에 누워있던 그의 모습은 상징적이었다.

그런 그도 어느덧 40대가 됐다.

"노력한 만큼 나왔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과정은 쉽지 않았죠. 회복이 느려요. 예전에는 운동 심하게 해도 조금만 쉬고, 밥 잘 먹으면 금방 몸이 돌아왔는데….(웃음) 이번에 격투기 선수 몸을 만들려고 살을 찌웠거든요. 살도 잘 안 찌더라고요. 그래서 목표했던 것만큼 몸을 못 키웠어요. 예전에는 맘만 먹으면 몸이 잘 불었거든요."

액션은 인간의 신체를 가장 흥미롭게 다루는 장르다. 이소룡이 신화로 남을 수 있었던 건 인간이 보여줄 수 있는 액션을 극한까지 몰아붙였기 때문이다.

"남자 배우는 액션을 통해서 남성성을 보여주고 싶어하는 로망이 있어요. 여자 배우들이 아주 순수하고 감수성 깊은 멜로 영화를 하고 싶어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죠. 저에게도 액션은 그런 의미예요. '빅매치'는 저의 남성성을 극대화해 보여주는 기회였습니다. 그래서 더 확실하게 보여주고 싶었던 거죠."

연기생활 20년, 이정재의 몸만 변한 게 아니다. 연기에 대한 생각도 많이 변했다. 데뷔 후 쉬지 않고 작품 활동에 전념하던 이정재는 2000년대 중반 작품수가 급격히 줄어든다. 2003년 '오! 브라더스'와 2010년 '하녀' 사이, 7년 동안 이정재는 단 두 편의 영화에 출연했다. 거칠 것 없던 그의 연기 인생에 말하자면 '슬럼프'가 찾아왔다.

2010년 임상수 감독의 '하녀'에 출연하면서 슬럼프 탈출에 성공했다. 이후 이정재는 쉬지 않고 영화에 등장하고 있다. '도둑들' '신세계' '관상' 그리고 '빅매치', 현재는 최동훈 감독의 신작 '암살' 촬영 중이다. 앞서 내놓은 작품들은 모두 흥행에 성공했다.

"2000년대 중반에 정말 그랬어요. 많이 가렸던 것 같아요. 그렇다고 지금은 아무 작품이나 한다는 말은 아닙니다만. 그 당시 제가 작품을 가렸던 이유는 제가 부족한 부분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어요. 창피하고 두려웠어요. 들키기 싫었죠. 그런데 다시 작품을 하기 시작하면서 생각이 바뀌더라고요. 내가 혼자서 하는 게 아니라는 거죠."

이정재는 "나의 부족한 부분은 촬영장에 함께 있는 사람들이 채워준다"며 "스태프 등 모두 나를 도와주고 있음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작품수를 의도적으로 늘렸다"고 말했다. 내 캐릭터가 돋보이는 영화에 출연하기보다는 좋은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게 더 좋은 반응을 얻을 수도 있고, 자신에게도 더 큰 도움이 된다고 느꼈다. 멀티캐스팅으로 성공을 거둔 '도둑들'도 그런 의도에서 고른 작품이었다. "주연급 배우들이 분량을 나눠 가질 수밖에 없다. 상관없었다. 함께 한다는 게 더 중요했다. 잘했던 것 같다."

"저만 생각하던 때가 있었어요. 조금씩 생각이 바뀐 거죠. 상대방의 처지에서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됐어요. '좋은 프로젝트에 참여한다'는 건 이런 제 생각의 변화 때문이겠죠."

'빅매치'를 촬영하면서 그는 촬영장에서보다도 감독과 스태프, 동료 배우들과 의논을 많이 했다고 한다. 이번 작품을 참여도가 가장 높았던 작품으로 꼽았다. 그리고 이제는 이런 노력은 기본이라고 말한다.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한 그의 필모그래피가 더 흥미로운 건 그가 맡았던 캐릭터가 모두 다른 색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하녀'에서는 욕망에 가득 찬 남자, '도둑들'에서는 능글맞은 도둑, '신세계'에서는 범죄조직원이 된 경찰, '관상'에서는 왕의 자리를 노리는 왕족을 연기했다.

그는 "의도적인 것"이라고 답했다.

"제가 안 쓰던 사고, 안 쓰던 감성을 사용하고 싶었어요. 캐릭터가 달라질 때마다 두뇌 회전이 다르니까요. 안 쓰던 근육을 단련시키는 느낌이죠. 이런 작업 방식은 앞으로도 계속될 겁니다. 이건 예전에도 그랬던 것 같아요. 관객과의 소통이 문젠데, 관객도 저처럼 같이 나이를 먹어가니까 잘 봐주실 거라고 믿어요.(웃음)"

이정재는 1998년 '태양은 없다'에 정우성과 함께 출연해 흔들리는 청춘을 담아냈다. 그는 이 영화로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이십대 중반의 일이었다.

"시간이 많이 지나긴 했죠. 그런데 저는 사십대는 배우가 할 수 있는 역할이 가장 많은 시기라고 봐요. 제일 일을 왕성히 할 나이죠. 풍부하게 연기할 수 있고요. 불안감이 왜 없겠어요. 그래도 재밌게 일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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