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5.12.16 (화)

  • 흐림동두천 2.6℃
  • 흐림강릉 9.7℃
  • 서울 3.6℃
  • 흐림대전 6.7℃
  • 흐림대구 4.7℃
  • 맑음울산 10.3℃
  • 흐림광주 8.6℃
  • 맑음부산 12.4℃
  • 흐림고창 8.5℃
  • 구름많음제주 15.9℃
  • 구름많음강화 4.7℃
  • 흐림보은 3.4℃
  • 구름많음금산 7.1℃
  • 구름많음강진군 8.4℃
  • 흐림경주시 5.6℃
  • 구름조금거제 9.9℃
기상청 제공

영화가 왜 오락이면 안 돼?…영화 '빅매치'

URL복사
[시사뉴스 송경호 기자] 주변 사람이 정체불명의 누군가에게 납치됐다. 어떻게 할 것인가. 

리엄 니슨('테이큰')이었다면 "찾아서 죽일 것"이라고 했을 것이다. 그리고는 처절한 응징에 나섰을 것이다. 브루스 윌리스('다이하드')였다면 "오늘은 일진이 더럽다"며 자동차, 비행기 할 것 없이 다 박살 낸 뒤 일을 '처리'하고 절뚝거리며 집으로 돌아갔을 것이다. 덴젤 워싱턴('맨 온 파이어')이었다면 한마디 말 없이, 쿨하면서 잔인하게 상대를 고문하고 정보를 얻어 임무를 완수하고 산화했을 것이다. 원빈('아저씨')이었다면 시종일관 노려보다가 자신이 '옆집 아저씨'라고 운을 뗀 뒤 치고받고 싸우다 상대를 죽인 뒤 눈물 흘리며 감옥으로 갔을 것이다.

그렇다면 영화 '빅매치'(감독 최호)의 '최익호'(이정재)는. 

이 해맑은 남자는 자신에게 닥친 상황이 '몰래 카메라'라고 생각하다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매달리고 그러다가 잠시 멈춰 정말 몰래 카메라가 아니냐고 되묻는다. 이 긍정주의 스포츠맨은 복수에 관심이 없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굳이 알고 싶어하지도 않는다. 단지 사랑하는 형을 찾고자 지칠 줄 모르는 체력으로 치고 달릴 뿐이다. 유머를 잃지 않은 채 그의 과거 별명 '돌아오지 않는 포워드'처럼 한 번도 뒤돌아보지 않고, 격투기 선수가 돼 얻은 별명 '좀비 파이터'처럼 강한 맷집으로.

'빅매치'는 '최익호라는 캐릭터'가 만드는 액션 활극이다. '빅매치'를 단순히 액션영화로 분류하는 건 의미 없다. 액션에도 캐릭터의 특성이 묻어나는 법. '빅매치'는 '최익호식 액션 영화'다. 액션보다는 최익호의 캐릭터가 포인트다. 최익호라는 인물의 성격 자체가 이 영화의 지향점이다.

최익호는 이종격투기 세계 최강자 중 한 명이다. 전직 축구선수였던 그는 불미스러운 사건에 휘말려 격투기 선수로 전업, 승승장구한다. 챔피언 결정전이 취소된 다음 날 조깅을 마치고 온 최익호는 형이자 코치인 영호가 살인 사건에 휘말렸고 자취를 감췄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최익호 또한 용의자로 경찰에 붙잡힌다. 경찰서에 갇힌 그에게 갑자기 걸려온 전화 한 통. "내가 네 형을 붙잡아 두고 있다. 내 지시를 따라야 형을 만날 수 있다." 익호는 형을 구하기 위해 영문 모를 목소리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기 시작한다.

최호 감독은 장르의 결을 살릴 줄 아는 연출가다. 그의 최근작인 '고고70'(2008)은 한국 음악영화의 새로운 장을 연 작품이었다. 허다한 음악영화가 음악을 삶의 애환을 담아내기 위한 도구로 사용하지만, '고고70'은 달랐다. 이 영화의 러닝타임은 온전히 '데블스'라는 밴드의 생로병사를 담기 위해 소진된다. 본연의 목적에 충실함으로써 밴드 음악이 줄 수 있는 짜릿함을 영화적으로 재현한다. '사생결단'(2006)에서도 그랬다. 선과 악의 경계가 일그러진 누아르 장르의 음울함 그 자체를 담아내려고 했다.

최호 감독은 영화가 메시지를 줘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 듯하다. 장르의 본질을 살리는 것 자체가 곧 메시지라는 믿음이다.

'빅매치'는 액션이 주는 카타르시스에 영화적 힘을 옹골지게 쏟아부었다. 납치소재 영화 특유의 응징과 복수가 주는 끈적함은 없다. 납치한 사람이 있고, 납치당한 사람이 있고, 찾으려는 사람이 있다는 단순한 설정만 있다. 이들 사이에 장애물을 만들어 놓고 '찾는 사람'이 어떻게 관문을 차례로 통과해 마지막 스테이지에 도달하는지를 관찰할 뿐이다.

이런 연출은 정확히 액션어드벤처 게임의 형식과 일치한다. 이런 종류의 게임은 캐릭터를 선택하고, 그 캐릭터가 전진하면서 적을 하나씩 제거해 나간다. 스테이지가 진행될수록 난도가 높아지고, 마지막에는 최종 보스를 만난다. 영화는 이를 노골적으로 흉내낸다. 최익호가 '에이스'(신하균)의 명령에 따라 움직이고 그는 시간 안에 에이스가 설계한 게임을 차례로 '클리어'해야 한다.

'빅매치' 연출은 스스로 정한 콘셉트를 명확하게 이해하고 영화의 세부사항을 정확하게 통제한다는 점에서 평가할 만하다. 최익호는 누군가를 해치기 위해 싸우지 않는다. 다만 내가 가는 길을 막기 때문에 잠시 옆으로 치우는(클리어) 식이다. 이런 액션은 게임이라는 설정에 부합한다. 기계적으로 적을 처치하는 게임 속 캐릭터와 최익호의 행동은 똑 닮았다. '빅매치'의 액션은 실감을 살리기보다는 쾌감을 살리기 위해 스턴트와 컴퓨터그래픽(CG)을 적당히 섞는다. 이는 실제 인간이 구현하기 힘든 동작을 만들어 내기 위한 것이다. 과장된 액션이나 설정이 보인다면 그것은 '빅매치'가 철저하게 유도했다고 봐야 한다. 그 과함은 게임을 할 때 적을 무너뜨리는 순간의 짜릿함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다. 촬영 방식도 다양하다. 컷을 잘게 나누기도 하고 롱테이크를 쓰기도 한다. 아래에서 위로, 위에서 아래로 카메라를 자유자재로 움직여 액션의 질감을 더욱 풍부하게 보여준다.

'수경'(보아)의 과거가 드러나는 장면 등 몇몇 장면은 매우 관습적이다. 도형사(김의성), 도끼(배성우) 등 주변 인물들이 도구적이고 기능적으로 쓰인다. 그럼에도 '빅매치'가 러닝타임 내내 힘을 잃지 않을 수 있는 건 마치 게임 같은 액션이 주는 짜릿함을 선명하게 구현했기 때문이다.

'빅매치'의 가장 큰 장점은 최익호를 조형하는 방식이다. '빅매치'는 아주 짧고 효과적으로 최익호가 어떤 인물인지 설명한다. 많은 영화가 인물의 성격을 설명하기 위해 인위적인 에피소드를 집어넣으면서 시간을 소비하는 데 반해 '빅매치'는 짧은 오프닝 시퀀스만으로 최익호의 모든 것을 말한다. 그가 어떻게 격투가가 됐는지, 격투기 선수 이전과 이후의 별명은 무엇인지, 그가 어떤 유형의 파이터인지를 격투기 캐스터의 목소리로 설명하는 방식은 어쩌면 이 영화에서 가장 뛰어난 장면이다. 그리고 이런 최익호의 개성은 영화 내내 지속된다. 어설픈 감동 따위를 최익호에게 기대해선 안된다. 

최익호가 영화상에서 딱 두 번 보여주는 일명 '좀비 댄스' 하나만으로도 그가 어떤 인물인지 알 수 있기도 하다. 이 액션영화는 캐릭터의 특성과 액션의 특징, 연출 방식을 통일시켜 영화가 정신없이 진행되는 듯한 상황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는다.

이정재는 '관상'(2013)과 '암살'(2015년 개봉 예정) 사이 소품처럼 찍은 이 영화에서 오히려 최근 가장 좋은 연기력을 보인다. 힘을 완전히 빼고 즐기면서 연기하는 듯한 그의 모습은 최근 제2의 전성기를 맞이했다는 말이 허언이 아님을 증명한다.

신하균, 이성민, 라미란, 김의성, 배성우 등 조연 배우들의 연기도 탁월하다. 특히 김의성과 배성우는 앞으로 더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최호 감독은 애초에 걸작 같은 걸 만들 생각이 없었다. '빅매치'는 영화가 왜 '오락(게임)'이면 안 되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일 뿐이다. '뭐 어때.'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정치

더보기
李 대통령 "공무원, 탁월한 성과 내면 파격적 포상…부적격자는 엄중 문책"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이재명 대통령은 "탁월한 성과를 내는 공무원들에게는 파격적인 포상이 이뤄지도록 하고, 부적격 공직자는 엄중하게 문책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16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공무원 특별성과 포상금 제도를 보고 받고 "성과에 대한 포상도 매우 미약하지만, 부정행위나 부적격 행위에 대한 문책도 매우 부족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통령은 "고위직이 되고 정치에 휘둘릴수록 능력은 없는데 연줄로 버티는 경우들이 꽤 있다"며 "그런데 감시나 징계 등 문책이 매우 너무 온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책 감사도 없어서 정치적 이유에 의한 먼지떨이를 못 하게 만들었는데 한편으로 보면 무능하고 무책임하고 국가, 국민에 대한 충성심 애정도 없이 자리만 차지하고 그런 사람들이 없지 않다"며 "복지부동을 없애서 우수 성과자에 대한 포상도 하고, 인사상 이익도 명확하게 주되, 부정 또는 부패행위 무능자는 문책을 엄중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신상필벌이 중요하다며 "각 부처의 감사 기능을 강화하라"고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한번 걸리면 곤란해지도록 잘못한 데 대해서는 아주 엄정하게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 한다"

경제

더보기

사회

더보기
최호정 의장, 의정활동을 빛낸 ‘의회전문도서관 이용 우수의원’ 15명 시상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서울특별시의회 최호정 의장은 16일 의장접견실에서 ‘2025년 서울특별시의회 전문도서관 이용 우수의원’으로 15명을 선정하여 감사장을 시상했다고 밝혔다. 서울시의회는 2019년부터 서울시의회 전문도서관 이용성과 (도서대출 등)에 따라 ‘도서관 이용 우수의원’을 선정하여 시상하고 있다. 전문도서관의 다양한 자료를 효율적으로 활용하여 서울시 정책과 의정활동 연구에 반영함으로써 의회 역량 강화에 기여한 11대 의원 15명의 의원이 올해 수상자로 선정됐다. 심도 있는 입법․정책 개발을 통해 의정활동의 내실화를 도모하고 지역발전과 서울시의회 역량을 높이는 데 기여한 도서관 이용 우수의원은 앞으로도 끊임없이 공부하고 연구하는 의원으로서의 역할이 기대된다. 최호정 의장은 수상자들을 축하하며 “꾸준한 독서와 연구가 깊이 있는 의정활동의 근간이 됨을 확인하였으며, 서울시의회전문도서관 자료를 활용하여 시민의 삶을 개선하는 데 노력해 주신 의원님들께 존경과 감사”의 말을 전했다. 또한 “수상의원들이 ‘전문성을 갖춘 현장 중심의 서울시의회’의 대표로서, 앞으로도 서울시와 지방의회 발전을 위해 선도적인 역할을 다해 주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수상자 15명

문화

더보기
서로의 감각이 예술로 소통하고 연결되는 지점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성북문화재단(대표이사 서노원)은 오는 12월 18일(목) 오후 6시 성북문화예술교육센터 5층에서 장애·비장애 통합 문화예술교육의 방향과 가능성을 모색하는 ‘모두를 위한 문화예술교육 ‘모두 예술로’ 오픈테이블 - 연결되는 사이’를 개최한다. 이번 행사는 장애 유무를 떠나 서로 다른 신체와 경험, 감각의 경계를 넘어 예술로 연결되는 현장의 다양한 실천 사례를 공유하고, 장애·비장애 통합 문화예술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과제를 함께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1부에서는 ‘장애·비장애를 넘나드는 지역의 예술적 실험’을 주제로 성북문화예술교육센터에서 올해 시도한 모두를 위한 문화예술교육 ‘모두 예술로’ 워크숍 사례와 일본 ‘랜드 페스(LAND FES)’의 사례 발표가 진행된다. 김은설 시각예술작가와 원우리 사운드 아티스트는 농인, 청인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워크숍으로 각각 진행한 ‘소리 풍경’, ‘소리와 그림 사이’ 사례를 중심으로 감각적 예술활동으로 나눈 소통 방식의 시도들을 공유한다. 이어 일본의 무용가이자 ‘랜드 페스’의 디렉터 마츠오카 다이는 퍼포밍 아트 프로젝트를 통해 장애·비장애인이 함께하는 일본의 사례를 나눈다. 이어지는 종합토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마음이 전하는 따뜻한 이야기: 아직 살 만한 세상이다
일상생활과 매스컴 등을 통해 우리가 마주하는 세상은 때로는 냉혹하고, 험악하고, 때로는 복잡하게 얽혀 있어 사람들의 마음을 삭막하게 만든다. 하지만 문득 고개를 돌렸을 때, 혹은 예상치 못한 순간에 마주하는 작고 따뜻한 선행들은 여전히 이 세상이 살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마치 어둠 속에서 빛나는 별들처럼, 우리 주변에는 서로를 향한 배려와 이해로 가득 찬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끊임없이 펼쳐지고 있다. 최근 필자가 경험하거나 접한 세 가지 사례는 ‘아직 세상은 살 만하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해 소개할까 한다. 첫 번째 이야기: ‘쪽지 편지’가 부른 감동적인 배려 누구나 한 번쯤은 실수를 저지른다. 아무도 없는 어느 야심한 밤. 주차장에서 타인의 차량에 접촉 사고를 냈는데 아무도 못 봤으니까 그냥 갈까 잠시 망설이다가 양심에 따라 연락처와 함께 피해 보상을 약속하는 간단한 쪽지 편지를 써서 차량 와이퍼에 끼워놓았다. 며칠 후 피해 차량의 차주로부터 뜻밖의 연락을 받았다. 보통 이런 상황에서는 손해배상 절차에 대한 이야기부터 오가기 마련이지만, 차주분은 “요즘 같은 세상에 이렇게 쪽지까지 남겨주셔서 오히려 고맙다”며, 본인이 차량수리를 하겠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