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5.08.02 (토)

  • 흐림동두천 29.3℃
  • 흐림강릉 30.6℃
  • 흐림서울 32.3℃
  • 구름많음대전 30.7℃
  • 구름조금대구 32.7℃
  • 구름많음울산 30.7℃
  • 구름조금광주 31.8℃
  • 맑음부산 32.0℃
  • 구름조금고창 32.7℃
  • 구름조금제주 31.6℃
  • 흐림강화 30.0℃
  • 흐림보은 29.2℃
  • 구름많음금산 31.4℃
  • 구름조금강진군 31.5℃
  • 맑음경주시 32.0℃
  • 맑음거제 31.0℃
기상청 제공

시네마 돋보기

노부부의 사랑과 이별

URL복사

깊이 있는 이야기로 전하는 진실한 사랑의 의미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76년을 연애하듯, 긴 생을 함께 해온 89세 할머니와 98세 할아버지의 사랑과 이별의 러브스토리를 통해 사랑의 본질에 대해 이야기하는 다큐멘터리다. 2014년 DMZ국제다큐멘터리 영화제 관객상 수상하고 2015년 산타바바라국제영화제 다큐멘터리 경쟁 부분에 초청됐다.

신혼부부 버금가는 달콤한 백발부부

 조그만 강이 흐르는 강원도 횡성의 아담한 마을. 소녀감성 강계열 할머니, 로맨티스트 조병만 할아버지 이들은 어딜 가든 고운 빛깔의 커플 한복을 입고 두 손을 꼭 잡고 걷는 노부부다. 봄에는 꽃을 꺾어 서로의 머리에 꽂아주고, 여름엔 개울가에서 물장구를 치고, 가을엔 낙엽을 던지며 장난을 치고, 겨울에는 눈싸움을 하는 매일이 신혼 같은 백발의 노부부.
 백발의 노부부의 일상은 웬만한 20대 신혼부부 버금가는 달콤함 그 자체이다. 마당에 굴러다니는 가시오가피 낙엽들을 쓸다 말고, 낙엽더미로 서로 장난을 치는 것은 물론 샛노란 국화꽃을 서로의 머리 위에 꽂아준다. 남편은 소년처럼 장난기가 많아 수시로 부인에게 장난을 걸고 부인은 짐짓 삐치고 화난 척을 하지만, 어느 사이 돌발적으로 귀여운 복수를 감행하기도 한다. 게다가 한밤중 화장실 가는 것이 무섭다며 같이 가달라는 부인을 위해 남편은 동행은 물론, 화장실 앞에 지켜 서서 ‘정선아라리’를 목청껏 불러주는 로맨틱함을 발휘한다.
 이들 노부부의 귀엽기 그지없는 애정행각은 이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부부는 앉아 있든, 서 있든, 걸어가든 늘 손을 잡고 있다. 잡고 있는 손은 로맨틱하고 자세히 살펴보면 뜨겁게 맞잡은 손이 움직거린다. 심지어 이들 두 사람은 100세가 다 되어가는 나이에도 서로 존댓말을 쓰기도 한다. 아직도 서로의 살이 닿아야 잠이 오고, 잠결에 뺨이며 귀를 만져야 잠이 드는 게 오랜 습관이란다. 한 마디로 닭살이 따로 없다. 그런데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문득 이들 백발의 노부부를 평생 해로하게 만든 그 사랑의 동력이 무엇인지, 참으로 궁금해진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100살이 다 된 나이에도 불구하고 서로에 대한 사랑을 이렇게 잘 표현하는 부부는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가만히 살펴보면 그 경이로움의 근원에는 이들 노부부의 상대를 향한 진심 어린 배려와 그에 따르는 표현이 큰 동력으로 작용한다. 부부는 영화 상에서 ‘사랑해요’, ‘고마워요’를 남발하며 다닌다. 사실 이 애정 표현은 남발이 아니라, 진심 어린 배려다. 진심 어린 배려가 상대를 행복하게 만들고, 더 나아가 자신을 행복하게 만들며, 진정한 사랑을 유지하게 만드는 동력이라는 것을, 이들 노부부는 아주 간단한 삶의 방식으로 그것을 체화시켜 보여준다.
 하지만 영원할 것 같았던, 사랑으로 넘치는 이들의 결혼생활에도 거스를 수 없는 이별이 찾아온다. 장성한 자녀들은 모두 도시로 떠나고 서로를 의지하며 살던 어느 날, 할아버지가 귀여워하던 강아지 ‘꼬마’가 갑자기 세상을 떠난다. ‘꼬마’를 묻고 함께 집으로 돌아온 이후부터 할아버지의 기력은 점점 약해져 간다. 비가 내리는 마당, 점점 더 잦아지는 할아버지의 기침소리를 듣던 할머니는 친구를 잃고 홀로 남은 강아지를 바라보며 머지않아 다가올 또 다른 이별을 준비한다.
 집 앞에 유유히 흐르는 강의 물줄기처럼 남편의 죽음이 그렇게 불현듯 찾아왔기 때문이다. 남편과 더 이상 함께 할 수 없는 이별의 시간이 멀지 않았음을 느낀 부인은 남편의 귓가에 이렇게 속삭인다. “할아버지요, 먼저 가거든 좋은 곳에 자리를 잡아두고 얼른 나를 데리러 와요. 나만 홀로 오래 남겨두지 말고… 우리 거기서 같이 삽시다” 그녀는 이승 너머 저승에서의 삶에서도 남편과 함께 꿈꾸고 사랑하고 싶어한다.

소박한 일상이 주는 그리움과 향수

 제작진은 1년 4개월에 걸쳐 강원도 횡성군 청일면 고시리 부부의 집을 비롯해 그 집 주변의 수려한 자연경관을 이들 노부부의 일상과 함께 아름답게 담아냈다. 덧없이 바뀌는 계절이지만, 그 덧없는 시간 안에서도 노부부의 일상은 참으로 소박하기 그지없다. 봄이면 함께 나물을 캐서 먹고, 여름이면 시원한 바람이 부는 툇마루에 앉아 담소를 나누고, 가을이면 마당의 낙엽을 함께 쓸고, 겨울이면 눈싸움을 즐기고 서로의 언 손을 호호 불어주며 녹인다. 한편 남편은 집에서 키우는 두 마리의 개 ‘꼬마’와 ‘공순이’와 함께 놀아주는 게 취미다. 마당 한 켠의 작은 의자에 앉아 남편이 꼬마를 무릎 위에 앉혀두고 햇살 아래 기분 좋게 졸고 있으면, 부인은 마루에 앉아 그런 남편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본다. 그렇게 백발의 노부부는 서로를 바라보며 함께 늙어간다.
 고향을 떠난 이들이 그리워하는 많은 것들이 영화 속에 담겨 있기도 하다. 부부의 집 아궁이 속에는 장작이 이글거리고 가마솥에는 하얀 김이 솟는다. 부부는 화롯가에서 옥수수를 구워 먹으며 정담을 나눈다. 두 부부의 시골생활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우리 모두의 마음을 어루만져주고 치유해 주는 고향에 대한 강렬한 그리움과 향수의 감동이 느껴진다.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의 조재현 집행위원장은이 영화에 대해 “요즘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앞으로 어떻게 사랑하고 어떻게 이별해야 하는지를 가르쳐주는 좋은 영화이고,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사랑과 삶을 통해 많은 배움을 얻을 수 있는 영화”라고 평가했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정치

더보기
방송3법·노란봉투법, 여당 주도로 국회 법사위 통과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방송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과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이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다. 국회 법사위는 1일 전체회의를 열고 방송3법과 노란봉투법을 여당 주도로 의결했다. 이춘석 법사위원장은 방송3법에 대한 질의응답이 진행되는 중 국회법에 따라 토론을 중단시키자는 민주당 측의 제안을 받아들여 곧바로 방송3법 개정안을 표결에 부쳤다. 이에 국민의힘 의원들은 "무슨 토론 종료냐" "이렇게 진행하는 게 어디 있느냐"라며 항의했다. 국민의힘 간사인 박형수 의원은 "몇 시간을 준비한 토론 절차를 생략하면 국회랑 의회는 왜 있나. 헌법재판소 판결에도 소수의 의견 표명 기회가 있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 상황에 대해 법사위원장이 사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이 일방적인 법안 상정과 발언 기회 박탈을 놓고 지속적으로 항의하자, 이 법사위원장이 "회의장 질서를 어지럽혔다"며 한때 퇴장을 요구하기도 했다. 방송3법은 KBS·MBC·EBS 공영방송 이사 수를 확대하고 이사 추천 주체를 늘리는 내용이 골자다. 노란봉투법은 '사용자'의 개념을 근로계약 체결 당사

경제

더보기
IBK기업은행, 창립 64주년 기념식 개최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IBK기업은행은 1일 창립 64주년을 맞아 서울 중구 기업은행 본점에서 임직원 약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창립 64주년 기념식’을 가졌다고 밝혔다. 이날 김성태 은행장은 중소기업을 향한 사명감과 진심을 원동력으로 성장해 온 기업은행의 역사를 돌아보며 글로벌 초일류 금융그룹으로 도약하기 위한 도전과제를 밝혔다. 김 행장은 “특히 올해 전례 없는 각종 위기상황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며 정책금융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면서, 미국 발 관세위기 등 대내외 위기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인 중기대출 지원으로 중기금융 역대 최대 점유비를 달성하는 한편, 소상공인의 금융비용 부담을 완화하고 상생금융을 적극 실천한 직원들의 노고를 치하했다. 아울러 ‘하남데이터센터 이전’과 ‘나라사랑카드 3기 사업 유치’ 등 미래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사업자등록 원스톱 서비스’, ‘AI 기술을 활용한 보이스피싱 탐지기술 도입’ 등을 통해 고객가치를 최우선하며 사회적 책임을 다한 것도 그간의 주요 성과로 꼽았다. 이어 “불확실성의 위기가 심화할수록 변하지 않는 가치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고객을 향한 진실 되고 선한 마음으로 고객의 가치를 높이는 혁

사회

더보기

문화

더보기
KNSO아카데미 ‘컬러풀’ 공연... 지휘자 크리스토프 포펜 협연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예술감독 다비트 라일란트)는 오는 8월 20일(수)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KNSO아카데미 5기 청년 교육단원들의 성과를 담은 무대 ‘컬러풀’을 선보인다. KNSO아카데미는 클래식 음악의 다양한 무대 경험과 실무 교육을 통해 균형 잡힌 역량을 갖춘 차세대 음악가를 양성하는 실전형 교육 프로그램으로,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가 2020년부터 운영해오고 있다. 올해 초 통합 공모를 통해 교육단원 60명이 선발됐다. 4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입단한 이들은 국립심포니뿐 아니라 파리 오케스트라와 베를린 방송교향악단 등 내한한 세계 유수 교향악단의 단원들과 솔리스트들의 마스터클래스를 통해 국제적인 수준의 밀도 높은 교육을 받았다. 또한 올해 총 14회의 실내악 및 지역 공연에 참여하며 무대 경험과 앙상블 역량을 실전에서 체득할 예정이다. 이번 공연은 이들이 상반기 동안 갈고닦은 성과를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자리로, 현대음악, 협주곡, 교향곡을 아우르며 단원들의 음악적 스펙트럼과 가능성을 보여준다. 공연의 포문은 김은성 작곡가의 ‘오케스트라를 위한 만화경’이 연다. 2023년 ‘작곡가 아틀리에’ 우수작으로 선정된 이 작품은 국립심포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의대생 전공의 복귀하려면 무조건 사과부터 해야
지난해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에 반발해 집단 이탈했던 의대생과 전공의들이 지난 14일 전격 복귀 의사를 밝히면서 17개월 만에 의정 갈등이 마침표를 찍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다만 복귀자들에 대한 학사일정조정, 병역특례, 전공의 시험 추가 응시기회 부여 등 특혜 시비를 슬기롭게 해결하지 못하면 의정갈등의 불씨는 계속 남아있게 된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서 1년5개월 만에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 있는 의정 갈등의 해법은 의대생, 전공의들이 무조건 국민과 환자들에게 의정 갈등으로 인한 진료 공백 사태에 대해 사과부터 하고 그 다음 복귀 조건을 제시하는 수순을 밟는 것이다. 지난해 2월부터 발생한 의정 갈등은 정부가 고령화 시대 의료 수요 증가와 지역·필수의료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대 정원 2000명 증원과 지역의료 강화, 필수 의료 수가 인상 등을 묶어 필수 의료 정책 패키지 추진을 강행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의료계는 이에 대해 의사 수 부족이 아닌 ‘인력 배치’의 불균형 문제이며, 의료개혁이 충분한 협의 없이 졸속으로 추진되었다고 반발하며 집단행동에 나섰다. 의료계는 의사 수 증가가 오히려 과잉 진료와 의료비 증가를 야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