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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부부의 사랑과 이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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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 있는 이야기로 전하는 진실한 사랑의 의미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76년을 연애하듯, 긴 생을 함께 해온 89세 할머니와 98세 할아버지의 사랑과 이별의 러브스토리를 통해 사랑의 본질에 대해 이야기하는 다큐멘터리다. 2014년 DMZ국제다큐멘터리 영화제 관객상 수상하고 2015년 산타바바라국제영화제 다큐멘터리 경쟁 부분에 초청됐다.

신혼부부 버금가는 달콤한 백발부부

 조그만 강이 흐르는 강원도 횡성의 아담한 마을. 소녀감성 강계열 할머니, 로맨티스트 조병만 할아버지 이들은 어딜 가든 고운 빛깔의 커플 한복을 입고 두 손을 꼭 잡고 걷는 노부부다. 봄에는 꽃을 꺾어 서로의 머리에 꽂아주고, 여름엔 개울가에서 물장구를 치고, 가을엔 낙엽을 던지며 장난을 치고, 겨울에는 눈싸움을 하는 매일이 신혼 같은 백발의 노부부.
 백발의 노부부의 일상은 웬만한 20대 신혼부부 버금가는 달콤함 그 자체이다. 마당에 굴러다니는 가시오가피 낙엽들을 쓸다 말고, 낙엽더미로 서로 장난을 치는 것은 물론 샛노란 국화꽃을 서로의 머리 위에 꽂아준다. 남편은 소년처럼 장난기가 많아 수시로 부인에게 장난을 걸고 부인은 짐짓 삐치고 화난 척을 하지만, 어느 사이 돌발적으로 귀여운 복수를 감행하기도 한다. 게다가 한밤중 화장실 가는 것이 무섭다며 같이 가달라는 부인을 위해 남편은 동행은 물론, 화장실 앞에 지켜 서서 ‘정선아라리’를 목청껏 불러주는 로맨틱함을 발휘한다.
 이들 노부부의 귀엽기 그지없는 애정행각은 이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부부는 앉아 있든, 서 있든, 걸어가든 늘 손을 잡고 있다. 잡고 있는 손은 로맨틱하고 자세히 살펴보면 뜨겁게 맞잡은 손이 움직거린다. 심지어 이들 두 사람은 100세가 다 되어가는 나이에도 서로 존댓말을 쓰기도 한다. 아직도 서로의 살이 닿아야 잠이 오고, 잠결에 뺨이며 귀를 만져야 잠이 드는 게 오랜 습관이란다. 한 마디로 닭살이 따로 없다. 그런데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문득 이들 백발의 노부부를 평생 해로하게 만든 그 사랑의 동력이 무엇인지, 참으로 궁금해진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100살이 다 된 나이에도 불구하고 서로에 대한 사랑을 이렇게 잘 표현하는 부부는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가만히 살펴보면 그 경이로움의 근원에는 이들 노부부의 상대를 향한 진심 어린 배려와 그에 따르는 표현이 큰 동력으로 작용한다. 부부는 영화 상에서 ‘사랑해요’, ‘고마워요’를 남발하며 다닌다. 사실 이 애정 표현은 남발이 아니라, 진심 어린 배려다. 진심 어린 배려가 상대를 행복하게 만들고, 더 나아가 자신을 행복하게 만들며, 진정한 사랑을 유지하게 만드는 동력이라는 것을, 이들 노부부는 아주 간단한 삶의 방식으로 그것을 체화시켜 보여준다.
 하지만 영원할 것 같았던, 사랑으로 넘치는 이들의 결혼생활에도 거스를 수 없는 이별이 찾아온다. 장성한 자녀들은 모두 도시로 떠나고 서로를 의지하며 살던 어느 날, 할아버지가 귀여워하던 강아지 ‘꼬마’가 갑자기 세상을 떠난다. ‘꼬마’를 묻고 함께 집으로 돌아온 이후부터 할아버지의 기력은 점점 약해져 간다. 비가 내리는 마당, 점점 더 잦아지는 할아버지의 기침소리를 듣던 할머니는 친구를 잃고 홀로 남은 강아지를 바라보며 머지않아 다가올 또 다른 이별을 준비한다.
 집 앞에 유유히 흐르는 강의 물줄기처럼 남편의 죽음이 그렇게 불현듯 찾아왔기 때문이다. 남편과 더 이상 함께 할 수 없는 이별의 시간이 멀지 않았음을 느낀 부인은 남편의 귓가에 이렇게 속삭인다. “할아버지요, 먼저 가거든 좋은 곳에 자리를 잡아두고 얼른 나를 데리러 와요. 나만 홀로 오래 남겨두지 말고… 우리 거기서 같이 삽시다” 그녀는 이승 너머 저승에서의 삶에서도 남편과 함께 꿈꾸고 사랑하고 싶어한다.

소박한 일상이 주는 그리움과 향수

 제작진은 1년 4개월에 걸쳐 강원도 횡성군 청일면 고시리 부부의 집을 비롯해 그 집 주변의 수려한 자연경관을 이들 노부부의 일상과 함께 아름답게 담아냈다. 덧없이 바뀌는 계절이지만, 그 덧없는 시간 안에서도 노부부의 일상은 참으로 소박하기 그지없다. 봄이면 함께 나물을 캐서 먹고, 여름이면 시원한 바람이 부는 툇마루에 앉아 담소를 나누고, 가을이면 마당의 낙엽을 함께 쓸고, 겨울이면 눈싸움을 즐기고 서로의 언 손을 호호 불어주며 녹인다. 한편 남편은 집에서 키우는 두 마리의 개 ‘꼬마’와 ‘공순이’와 함께 놀아주는 게 취미다. 마당 한 켠의 작은 의자에 앉아 남편이 꼬마를 무릎 위에 앉혀두고 햇살 아래 기분 좋게 졸고 있으면, 부인은 마루에 앉아 그런 남편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본다. 그렇게 백발의 노부부는 서로를 바라보며 함께 늙어간다.
 고향을 떠난 이들이 그리워하는 많은 것들이 영화 속에 담겨 있기도 하다. 부부의 집 아궁이 속에는 장작이 이글거리고 가마솥에는 하얀 김이 솟는다. 부부는 화롯가에서 옥수수를 구워 먹으며 정담을 나눈다. 두 부부의 시골생활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우리 모두의 마음을 어루만져주고 치유해 주는 고향에 대한 강렬한 그리움과 향수의 감동이 느껴진다.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의 조재현 집행위원장은이 영화에 대해 “요즘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앞으로 어떻게 사랑하고 어떻게 이별해야 하는지를 가르쳐주는 좋은 영화이고,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사랑과 삶을 통해 많은 배움을 얻을 수 있는 영화”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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