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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주체적인 공효진· 지적인 강혜정, '리타'의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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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뉴스 송경호 기자] 배우 공효진(34)과 강혜정(32)은 가장 개성 강한 여배우다. 

공효진은 주연을 맡은 로맨틱 코미디물이 잇따라 흥행에 성공하면서 '로코퀸'(로맨틱 코미디의 여왕)이라는 수식을 달았다. 그녀는 '눈사람' '네 멋대로 해라' '파스타' '최고의 사랑' '괜찮아, 사랑이야' 등에서 내면에 아픔을 갖고 있지만 주체적으로 성장해 가는 역을 연기했다. 

강혜정은 지적이며 생각과 호기심이 많다. 파격적인 영화 '올드보이'에서는 끔찍할 정도로 비극적인 연기를 보여줬다. '연애의 목적' '미스리플리'에선 착하고 순수하면서도 영민함이 엿보였다.

이런 두 사람에게 2인 연극 '리타'(Educating Rita)는 안성맞춤이다. 뮤지컬 '블러드 브라더스'의 극작가로 유명한 윌리 러셀의 작품이다. 

주부인 미용사 '리타'가 뒤늦게 배움에 대한 열망에 불타 개방대학에 입학, 그곳에서 권태로운 삶에 지쳐있던 '프랭크' 교수를 만나 함께 변화하는 과정을 그린다.

사회계층 간 갈등, 인생의 가치에 대한 물음, 지식의 허위성과 교육의 효용 등을 다룬 작품으로 호평받았다. 특히 통속적인 로맨틱 코미디에서 벗어나 남녀의 만남을 '자아발견과 인생찾기'로 해석한다.

거친 말투의 직선적이고 쾌활한 주부 모습부터 영문학 작품에 대해 거침없이 토론하는 지적이고 세련된 모습까지 연기의 폭이 넓어 여배우라면 누구나 탐낼만한 역이다.

그간 최화정, 전도연, 이태란 등의 여배우가 리타 역을 거쳤다. 

공효진은 14일 오후 서울 대학로 DCF 대명문화공장 1관 비발디파크홀에서 열린 '리타' 제작발표회에서 "첫눈에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에는 흥미가 없어요"라고 말했다. 

"(그간 대사) 분량이 남자배우보다 많고 고생스러운 작업이 많았는데 다 제가 골랐더라고요. 리타 역시 본인이 무엇을 갈망하는지 알고 성장을 하죠. 여성들은 스물아홉 수라고 하잖아요. 나는 누구고, 어디에 있고, 결혼은 못 했는데 돈은 없고. 성인여성의 사춘기가 오죠. 리타는 그 고민 과정에서 '이것이 고민된다'고 특별하게 말하는 캐릭터에요."

1980년 6월 영국 런던의 웨어하우스 극장에서 가장 권위 있는 극단인 로열 셰익스피어 컴퍼니가 초연한 이 작품은 국내에서는 1991년 '리타 길들이기'라는 이름으로 관객과 처음 만났다. 

황재헌 연출은 "원작이 처음 소개됐을 때에 비해 시대가 많이 변했다"면서 "길들이기라는 단어가 혹시 원작의 본질적 의미에 선입견을 품게 하지 않을까 노파심이 들었어요. 리타와 영향을 주고받는 프랭크가 바라본 리타의 이야기이기도 해서 제목을 리타로 정한 것이 이 시점에서 최적의 선택이 아닐까 용기를 냈습니다"라고 알렸다. 

공효진은 그래서 '리타 길들이기'라는 원래 제목보다 연출님 말씀처럼 '에듀케이팅'을 강조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해요." 역시 주체적인 리타가 겹쳐진다. 

4년 전 연극 데뷔작인 '프루프'에서 천재수학자 '로버트'의 딸 '캐서린'으로 지적인 모습을 뽐낸 강혜정은 "리타와 캐서린의 공통점은 고독하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이 친구나 저 친구나 자아를 인정받지 못하죠. 자아에 대한 갈망, 만족하지 못하는 부분이 발랄한 열정으로 나오죠. 그런 점이 공통점 같아요. 정보(지식)가 많이 없다고 지혜롭지 못하거나 현명하지 않은 건 아니잖아요. 현명함을 가지고 있는 캐릭터, 현명해지고자 하는 캐릭터에 대해 호기심이 많이 생기고, 동정하게 돼요." 지적인 리타가 떠오를 수밖에 없다. 

'리타'로 데뷔 15년만에 연극에 첫 출연하는 공효진은 "걱정이 많아서 잠이 안 올 지경"이라고 했다. '리타' 제작자인 수현재컴퍼니 대표이자 공효진과 '눈사람'에 출연하며 친분을 다진 조재현이 출연 제의를 했다. 

"조재현 선배랑 극장에 왔는데 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객석에 앉은 분들의 초롱초롱한 눈빛의 집중도 받고 싶고요. 15년 정도 스크린 안에 갇혀 있다가 라이브로 관객들을 만날 생각에 설레기도 해요. 요즘 제 무덤을 팠고 그 안에 누워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호호호."

특히 "지금껏 함께 출연한 상대 배우들이 대사를 외우지 못한다고 뭐라고 했는데 '리타'를 통해 그렇지 않다는 걸 보여줄 것"이라고 웃었다. "무대에서 생기는 순수한 에너지가 발산됐으면 좋겠어요"라고 눈을 반짝였다. "재미있을 것 같아요. 드라마 안 하고 연극만 할 수 있다는 생각도 들어요."

지난 6월 '괜찮아 사랑이야' 촬영 이후 서울로 올라오던 중 교통사고를 당했던 그녀는 팔과 무릎 수술을 받았으나 현재 몸에 이상은 없다고 했다. 

두 번째 연극 출연인 강혜정은 무대의 매력을 높게 평가했다. "연극의 매력 중 하나는 매일매일 똑같은 장면, 똑같은 배우와 함께 연기하기 때문에 (오히려) 매번 다르게 접근할 수 있다는 거죠."

두 사람은 절친하다. 함께 출연한 작품은 없다. 배우 조은지, 강세미 등 둘이 서로 친했던 배우들로 인해 급격히 가까워졌다. 공효진이 '리타'에 발을 담그기로 한 뒤 강혜정을 꾀었다. 본래 출연 제의를 받았던 강혜정도 공효진이 출연한다는 말에 선뜻 합류를 결정했다. 

"연극을 할 수 있는 깜냥이 안 된다"고 생각했던 강혜정은 "(출연을 결정하는데)효진 언니의 제안이 크게작용했다"고 했다. "리타를 나와 함께 만들어가면 어떻겠냐고 제안했어요. 무엇보다 공효진이라는 배우와 한 작품에 함께 할 수 있다는 점이 컸죠. 영화에서나 드라마에서도 만나기 쉽지 않거든요."

서로의 연습을 보고 싶은데 황재헌 연출이 만나는 걸 막는다고 했다. 공효진은 "연출님이 저는 얄미운 느낌의 리타고, 혜정이는 귀여운 리타라고 했다"고 알렸다. 강혜정에 대해서는 "몇 명 안 되는, 동시대에 가장 무서운 배우죠. 괴물같이 등장한, 대단한 놈이라고 여겼죠"라고 말했다. "연기를 보면서 보통내기는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포스가 있고 영특하죠. 어떻게 보면 (개성이 강하다는 점에서) 비슷한 배우라고 생각했어요. '넌 누구냐'라는 느낌이 들었죠. 두 명의 리타가 너무 다를 것 같아요. (강혜정 연기를 보고) 어쩌면 크게 저 자신이 실망스러울 수도 있고요."

강혜정은 공효진에 대해 "속박당하지 않고 자유로운 느낌의 연기가 아주 좋다"고 화답했다. "눈치 안 보고 천재적으로 연기하잖아요. 스마트폰 업그레이드 되듯이 매번 업그레이드 되고요. 호호호. 언니에게 책임감, 부담감, 눈치 다 벗어젖히는 연기를 배우고 싶어요."

리타와 프랭크는 서로를 통해 서서히 성장한다. 살아온 배경이 다른 만큼 초반에는 티격태격한다. 프랭크 역의 전무송(73)은 그러나 "두 여배우가 아주 예뻐 보여서 문제"라고 웃었다. 공효진 역시 "선생님의 미움을 받아야 하는데 잘해주신다"고 맞받았다. 

2년 전 연기 데뷔 50주년을 넘긴 전무송은 젊은 두 여배우를 보고 있으면 새로운 기를 받는다고 했다. "스타라는 것이 괜히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했죠. 이런 힘과 노력이 있어서 가능하구나라고 느꼈습니다. 오히려 제가 기를 받으면서 하고 있어요. 허허허."

두 리타의 차이점에 대해서는 "한 사람은 또릿또릿(공효진)하고 한 사람은 생각하는 사람(강혜정)"이라고 했다. "외양이 다른 것처럼 표현하는 것도 달라요. 한 사람은 좀 사고적이고, 한 사람은 능동적으로 활발합니다." 그러나 "결국 리타가 성장하는 것은 같죠"라고 했다. "표현의 차이가 있지만 전반적인 이야기 전개는 똑같이 느껴집니다."

두 사람을 못 만나게 하는 주인공인 재헌 연출의 시선도 비슷하다. "공효진 씨는 자기 말처럼 얄밉고 당돌한 면이 있어요. 그럼에도 그 밑에 리타가 숨겨놓은 부드러운 속살, 즉 슬픔 같은 걸 가지고 있더라고요. 본능적이고 직관적인데 설득력이 있죠. 강혜정 씨는 만나기 전부터 대본을 다 읽고 와서 철저하게 질문을 하는데 이 분이 배우인지 연출인지 선생님인지 헷갈렸습니다. 날카로운 지성이 느껴졌어요." 주체적인 리타, 호기심 왕성한 리타. 결국, 둘 다 봐야 리타가 완성될 듯하다. 

12월3일부터 2015년 2월1일까지 DCF 대명문화공장 1관 비발디파크홀 무대에 오른다. 4만~6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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