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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절름발이' 영화 '카트', 응원할 수밖에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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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뉴스 김한나 기자] '카트'(감독 부지영)는 소중한 영화다. 존재 자체가 고맙다. 길어봐야 세 시간이 넘지 않는 영화 한 편이 세상을 바꿀 수는 없다. 물론, 세상을 움직일 수 있어야 의미가 있는 건 아니다. 성취보다는 목적 그 자체가 울림을 주기도 한다. 비정규직 문제를 정면에서 다룬 상업영화는 없었다. 그런 점에서 '카트'는, 영화 속 메시지만으로도 한 발 나아갔다고 평가할 수 있다.

선한 의지와는 별개로 '카트'는, 그럼에도 영화다. 영화는 영화적으로 평가해야 부분이 있다. 이렇게 표현할 수 있다. 메시지가 오른쪽 다리라면 미학적 성취는 왼발이다. 메시지만으로는 한 발을 내딛는 데 그친다. 왼발이 있어야 걸을 수 있다.

'선희'(염정아)는 정규직 전환을 눈앞에 둔 비정규직 마트 직원이다. 외국에 돈을 벌러 간 남편을 대신해 마트에서 번 돈으로 어렵게 아들과 딸을 키운다. 선희는 자신의 직장과 가족을 위해 수당도 받지 못하는 야근도 마다치 않는다. 그런데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떨어진다. 회사 구조조정으로 비정규직 직원을 해고하겠다는 공고가 붙었다. 선희를 비롯한 마트 여직원들은 노조를 만들어 회사에 맞선다.

'카트'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눈물겨운 투쟁기를 다룬다. 영화의 화법은 정직하다. 마트 직원의 사생활과 비정규직 문제를 연결지어 감동을 짜내기보다는 대체로 노조원이 회사에 맞서 투쟁하는 모습 그 자체로 관객의 마음을 흔들기 위해 노력한다. 노조의 의견을 전하고자 시민들에게 전단을 나눠주거나 천막을 치고 장기 농성에 들어가며 노래 부르고 춤을 추며 촛불 문화제를 여는 장면은 실제 노조가 투쟁할 때 볼 수 있는 모습이다.

부지영 감독이 노조 자체의 흥망성쇠를 최대한 사실적으로 그리려 하는 것은 이들의 투쟁이 얼마나 지난한 것인지 보여주려는 의도로 보인다. 부 감독의 이런 시도는 일정 부분 성공한다. 일부 노조원에 대한 회사의 회유, 노조 지도부에 대한 사측의 고소 등 노조에 닥칠 수 있는 다양한 위기를 보여주려고 노력하는 것이 그렇다.

'카트'에서 눈에 띄는 점은 출연 배우들의 연기다. 염정아, 문정희, 김영애 등 주요 배역을 맡은 배우들뿐만 아니라 노조원으로 출연하는 모든 배우의 연기가 훌륭하다. 배우들이 영화에 얼마나 몰입하고 있고 영화의 메시지를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연기력이다.

이들의 연기가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노조원들이 한 명씩 자기소개하는 시퀀스다. 흡사 다큐멘터리의 한 장면처럼 느껴질 정도다. 노동자 해고 문제를 소재로 삼아 실제 노동자에게 해고를 통보하는 장면을 화면에 담은 영화 '인 디 에어'가 떠오르기도 한다.

아쉬운 것은 장점보다 단점이 많이 보이는 점이다. 영화가 진행될수록 '비정규직'이라는 무거운 주제에 짓눌린다. 무엇을 말해야 할지는 알고 있지만, 어떻게 전달해야 할지는 알지 못하는 모양새다.

'카트'는 전진하지 못한다. 노조의 투쟁을 간절하게 그리지만, 그들의 행위를 반복해서 묘사해 서사는 제자리를 맴돈다. 그러다 보니 과한 극적 설정이 반복해서 삽입된다. '카트'는 관객의 공감이 중요한 영화다. 메시지에 보편성을 담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 메시지가 노조가 아닌 노조에 몸담은 개인의 사생활로 표현될 때 관객은 그것을 자신의 이야기가 아닌 불운한 개인 혹은 남의 이야기로 치부하기 쉽다.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하는 선희 아들의 이야기가 필요했을지 의문이다. 또 혜미의 아들이 회사가 고용한 용역회사 직원에 의해 다치는 설정 또한 과해 보인다. 이런 에피소드는 비정규직 문제를 영화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했다기보다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하기 위한 기능적인 장치로 사용됐다.

'카트'가 앞으로 걷지 못하는 이유는 영화의 가장 핵심적인 요소인 노조에 대한 표현에 깊이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사측에 대한 묘사도 마찬가지다. 선과 악을 떠나 매우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힌 두 집단을 단순하게 표현했다. 동시에 비정규직 문제를 대체로 이분법적으로 접근한다. '카트'는 러닝타임 내내 비정규직이 문제라고 외쳐대지만, 왜 문제인지 전달하지 못한다.

치명적인 약점을 품었지만, '카트'를 응원한다. 그래야 우리 사회에 더 강력한 메시지를 담은, 동시에 두 발로 걸을 수 있는 완성도를 갖춘 영화가 나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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