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한나 기자] 싱어송라이터 시와(37)의 3집 음반 '머무름 없이 이어지다'는 조용한 곳에서 들으면 좋다. 음과 음 사이 여백을 주변 소리가 차지해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수록곡 '당부'의 '언제든지 사라질 수 있다는 걸 잊지 마라. 변함없이 그 자리에 그대로인 것은 없다'는 노랫말은 조용한 곳에서 더 큰 설득력을 얻는다.
주변의 소리에 여백을 내줘가며 들어도 좋다. 같은 곡의 '보이는 게 전부라고 믿어왔던 긴 시간이 소용없다 말하는 건 아니니 실망 마라'는 노랫말은 주변과도 잘 어우러진다. 음반에 자주 마련된 여백에는 이미 시와의 깊은숨, 마른 입술을 적시는 소리가 자리해 있기도 하다.
"여백이 어떤 역할을 할지 예상할 수 없는 거잖아요. 여백이 주는 미지의 가능성을 믿고 여백 그대로 두는 거죠."
음반의 백미는 시와의 목소리다. 노래 곳곳에 자리한 여백을 비롯해 느슨한 멜로디, 많지 않은 가사, 몇 안 되는 악기를 하나로 엮는 시와의 목소리는 무릎담요를 닮았다. 따뜻함, 포근함, 위로, 치유 등과 쉼표로 엮으면 잘 어울린다.
"예전 음반들에서는 제가 기타 등 연주에 참여하면서 집중이 분산됐었거든요. 이번에는 편곡도 다른 분이 다 해주시고 저는 노래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었어요. 여전히 목소리가 중심에 있길 바라며 편곡을 했죠."
음반은 '평온한 오후의 실내악'으로 설명된다. 피아노를 중심으로 바이올린과 첼로, 비올라 등 현악기가 전면에 등장하고 플루트나 하프 같은 고전음악의 악기들이 각각의 트랙에 등장한다. 정갈하다.
"누가 말하더라고요. 제 공연에 오는 관객들은 다 착한 거 같다고요. 음악이 차분해서 그런 거 아닐까요?"
'평온함' '정갈함' '차분함'은 시와가 자신의 삶을 오래 뜸을 들여 얻어낸 결과다.
"무기력하고 우울할 때는 그 시간이 끝나지 않을 것처럼, 힘들어하는 게 힘들어질 정도잖아요. 그런데 결국 그런 힘든 시간도 끝이 나요. 마찬가지로 좋은 순간도 영원한 건 아니니까 기쁘고 즐거울 때 충분히 즐겨야겠다는 생각이에요. 수록곡 '당부'는 저 자신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죠."
왈츠풍의 곡 '서두르지 않을래'가 타이틀곡이다. 사랑으로 들뜬 마음을 누르는 느린 걸음이지만, 침착한 음반의 색과 비교하면 튀는 곡이다.
"조금은 화려한 곡이죠. 수록곡 중에서는 밝고 친근한 느낌이 도드라져서 타이틀곡으로 하게 됐어요. 이 노래를 듣고 다른 노래도 찾아들었으면 하기를 기대하면서 결정했죠."
음반을 열면 시와의 어머니 사진이 CD 겉면에 프린팅돼 있다. CD를 빼낸 곳에는 오늘의 시와가 있다. 음반 이름 '머무름 없이 이어지다'의 표현이다.
"콘셉트로 묶은 음반은 아니에요. 곡이 쌓인 다음에 이 곡들에 어울리는 말이 무엇일까 생각하다 보니 '시간'이 떠올랐죠. 제가 살아온 시간 동안 겪은 일이 가사가 됐으니까요. 시간이라고 하면 재미가 없을 것 같아서 사전을 뒤졌죠. '시간이란 과거, 현재, 미래로 이어져 머무름 없이 무한히 연속되는 흐름'이라고 설명돼 있더라고요."
올봄부터 전국을 돌며 3집 수록곡을 먼저 들려주고 펀딩을 받았다. 재킷에 등장하는 수많은 이름은 "계속 음반을 내고 싶다. 계속 노래할 수 있는 장소가 있었으면, 누군가가 계속 찾아줬으면 좋겠다"는 시와의 시간을 응원하는 이들이다.
"잔잔한 호수같이 안정적이고 평화로운 마음이 지속하면 좋을 것 같아요. 어떤 일이 있어도 크게 흔들리지 않았으면 하는 거죠. 노래도 그런 마음으로 만들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