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박철호 기자] 박주영(29·알 샤밥)이 울리 슈틸리케(60·독일) 감독의 부름을 받으면서 명예회복의 기회를 잡았다.
슈틸리케 감독은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이달 요르란(14일), 이란(18일)과의 중동 원정 A매치 평가전에 출전할 대표팀 명단(22명)을 발표했다.
올해 브라질월드컵을 앞두고부터 끝난 이후까지 한국 축구계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로 거론됐던 공격수 박주영도 이름을 올렸다. 브라질월드컵 이후 첫 발탁이다.
당초 슈틸리케 감독은 소속팀이 없었던 박주영과 관련한 질문에 "경기에 뛰지 않는 선수의 선발은 부정적"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달 열린 파라과이·코스타리카와의 A매치에서 박주영을 부르지 않은 까닭이다.
박주영이 지난달 사우디아라비아 리그의 알 샤밥으로 이적했고 골까지 터뜨리며 분위기가 달라졌다. "다양한 선수들을 점검하겠다"는 입장에 따라 당연히 박주영도 점검 대상이 됐다.
이동국(전북), 김신욱(울산) 등 주축 공격수들이 연이어 부상으로 시즌을 접은 것도 박주영이 대안으로 부상한 배경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박주영은 약 10년 전, K리그 최고의 공격수였고, 2005~2006년에 전성기를 달렸지만 이후 하락세였다. 지금 박주영 선발에 대해 찬반 논란이 뜨거운 것으로 알고 있다"고 입을 열었다.
그러면서 "이번이 아시안컵 최종명단을 발표하기 직전의 소집이기 때문에 박주영을 평가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한다. 최근에 골을 넣었지만 듣는 것으로만 충분히 알 수 없었다. 이번에 직접 불러서 확인하고자 했다"고 선발 이유를 설명했다.
박주영은 A매치 66경기에 출전해 24골을 터뜨린 국내 대표 공격수다. 이는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곳에서 수많은 논란을 부른 것 역시 사실이다.
홍명보(45) 전 감독이 브라질월드컵 최종엔트리 발탁 과정에서 스스로 제시한 기준을 깨고, 박주영을 선발해 '으(의)리 엔트리' 논란을 일으켰고, 이후 본선에서 1무2패라는 초라한 성적과 부진 탓에 큰 후폭풍을 겪어야 했다.
결국 한국 축구의 살아있는 전설이라는 홍 감독은 여러 이유로 대표팀 감독 자리에서 사퇴해야 했다.
박주영도 어두운 터널에 있는 처지였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아스날로부터 결별통보를 받았고, 이후 무적신세로 떠돌았다.
유럽 잔류에 초점을 맞추고 새로운 팀을 물색했지만 그를 원하는 곳은 없었다. K리그로 돌아올 것이라는 소문까지 돌았다.
그의 선택은 중동이었다. 박주영을 향한 좋지 않은 여론은 그의 중동행에 대해서도 '돈 때문이다'며 일방적으로 색안경을 끼고 바라봤다.
박주영은 알 샤밥 데뷔전에서 골을 터뜨렸고, 이후 3경기 연속으로 그라운드를 밟으며 실전 감각을 끌어올렸고, 팀 내 입지를 탄탄하게 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박주영이 동료들과 어떤 호흡을 보여주는지 살펴볼 것이다. 스스로 본인의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