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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나의 독재자' 설경구 "부담스런 역이라 욕심 생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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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뉴스 송경호 기자] 설경구가 돌아왔다. 그의 영화 데뷔를 1999년 작 '송어'로 본다면 설경구는 이후 7~8년을 자신의 시대로 만들었다. '박사하탕'(2000)의 영호,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2001)의 김봉수, '공공의 적'(2002)의 강철중, '오아시스'(2002)의 홍종두, '실미도'의 강인찬, '역도산'(2004)의 역도산, '열혈남아'(2006)의 심재문을 통해 보여준 그의 연기는 분명 영화사에 각인될만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후 6~7년은 실망스러웠다. 설경구는 혼란스러운 내면을 가진, 입체적이며 복잡한 인물 혹은 발산하는에너지를 가진 캐릭터를 더 이상 연기하지 않았다. '해운대'(2009) '해결사'(2010) '스파이'(2013) 등에서의 설경구는 특별하지 않다. 찬사 일색이던 그의 연기에 대한 평가도 변했다. 더 이상 관객 모두가 그에게 환호하지는 않는다. 그 스스로도 최근 자신의 연기에 대해 "단선적인 역할을 맡았다"고 평가했다.

설경구가 '나의 독재자'(감독 이해성)에서 연기한 무명 연극배우 '성근'은 그의 연기력이 절정이던 때를 환기시킬만한 인물이다. 우연한 기회에 대통령 앞에서 김일성을 연기할 기회를 얻은 성근은 이 연극이 수포로 돌아간 뒤에도 배역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 설경구의 표현대로라면 성근은 김일성 역에서 "빠져나오지 않는" 사람이다. 그는 김일성이 되기 위해 모든 것을 버린다. 그토록 사랑해 마지 않던 아들마저 내팽개친다.

이 이상한 인물이 되기 위해 설경구는 최근 몇 년간 하지 않던 '변신'을 감행했다. 김일성과 닮은 체형을 만들기 위해 살을 찌우고 촬영 때마다 6시간 넘게 분장을 했다. 또 북한 사투리를 완벽하게 익혔고 잠깐이나마 주체사상까지 공부했다.

김일성 역을 맡았다가 평생을 김일성으로 살게 된 무명 배우이자 가족을 버린 아버지란 캐릭터는 전례없이 기묘하다. 설경구는 이전에 연기했던 강철중이나 홍종두 같은, 매우 특이하고 연기하기 까다로운 인물을 오랜만에 맡았다.

"부담스러웠죠. 정말 부담스러웠어요. 찌그러진 내면을 가진 인물을 내가 어떻게 연기해야할지 고민이 되더라고요. 그런데요, 부담스러워서 하고 싶더라고요. 부담을 갖고 하고 싶었어요.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그는 "캐릭터가 어렵다는 게 배역을 거절할 이유는 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리고 "그런 이유로 역할을 떠미는 배우가 있다면 그 사람은 배우가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어려운 역할일수록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배우이고, 나 또한 그렇다"고 설명했다.

설경구는 전작인 '소원'(2013)에서 자신의 연기를 "리액션으로 채웠던 연기"였다고 짚었다. 하지만 '나의 독재자'의 성근은 리액션만 하는 인물이 아니다. 오히려 상대의 리액션을 만들어내는 액션을 취하는 주도적인 캐릭터다. 연기하는 재미가 있다.

다작 배우들은 영화 여러 편을 한꺼번에 촬영하기도 한다. 한 영화가 크랭크업하면 바로 이어 다른 영화에 들어가기도 한다. 설경구는 특별한 준비가 필요 없는 배역은 2개월 정도 쉰 뒤 촬영에 들어간다고 한다. 하지만 '나의 독재자'는 10개월 동안 준비했다. 배역의 무게감 때문이었을까. 그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천천히 준비하고 싶었다"고 했다.

"곧바로 연기할 수 있는 인물은 아니라고 봤어요. 성근은 이상한 사람이잖아요. 편하게 할 수는 없죠. 촬영 전 시간을 좀 비워두고 싶은 생각도 있었고요. 마음을 비우고 한 영화만 오래 생각하는 시간을 갖고 싶었어요. '나의 독재자'만 생각하겠다는 마음이 있었어요."

궁금했다. 그렇다면 설경구는 왜 최근 몇 년간 이런 인물을 연기하지 않았던 것일까.

"글쎄요. 잘 모르겠어요. 어떤 역할을 맡아야 겠다고 생각하고 연기하는 건 아니거든요. 그렇게 연기할만한 캐릭터가 없었던 것 같기도 해요. 최근에는 빠른 영화가 많잖아요. 저도 그런 영화에 출연했고요. 그런 분위기에 따라갔던 것도 있었겠죠. 그렇다고 해서 이 역할은 쉽고, 저 역할은 어렵다 이런 건 없었어요. 더 어려운 역할이 있는 거죠. 다 똑같이 어려워요."

성근은 김일성을 '연기'하는 인물이다. 성근이 꼭 김일성의 외모와 비슷해져야 할 이유는 없다. 배역에 빠져있다는 것만 표현해도 충분한 일이다. 설경구의 연기력이라면 어려운 일만은 아닌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설경구는 "관객에 대한 성의가 있어야 한다"고 딱 잘라 말했다.

"모든 인물은 첫 등장이 가장 중요하다"며 "20년 후 성근이 처음 등장했을 때 관객에게 머리를 치는 뭔가를 주고 싶었다"고 했다. "외모가 비슷해지면 연기표현도 더 풍부해지는 법이어서 외형적인 변신이 반드시 필요했다"고 짚었다.

'나의 독재자'는 배우인 아버지의 이야기다. 성근이 그토록 김일성 역에 집착했던 것도 결국 아들을 위해서였다. 설경구 또한 배우 성근보다 아버지 성근에 집중했다.

"관객들이 아버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해요. 성근은 우리들의 아버지들과 정말 비슷해요. 어떤 깨달음이나 이런 걸 원하지 않아요. 다만 아버지라는 존재에 대해서 한 번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설경구에게도 아들이 하나 있다. 그는 어떤 아버지일까.

"잘 하려고 하는데, 잘 못하는 것 같아요. 어떻게 하는 건지 못 배운 거죠. 저도 제 아버지와 비슷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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