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수기자] 대학교 내의 연구윤리위원회들이 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새정치민주연합 유은혜 의원(고양 일산동구)이 교육부에서 제출받은 대학교 연구윤리관련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절반이 넘는 대학교에서 연구윤리위원회가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다. 또 연구윤리위원회에 외부인사가 전혀 포함되지 않은 학교는 82.2%에 달했다.
교육부는 대학 및 연구기관, 학술단체 등의 연구부정행위를 방지하고 연구윤리를 확보하기 위해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교육부 훈령)을 두고 있다.
이 지침을 바탕으로 각 대학들은 자체적인 연구윤리 관련 규정을 마련하고, 연구윤리위원회를 통해 대학의 연구 과정에서 부정행위를 방지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대학내에서 연구윤리위원회의 역할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최근 3년간 대학들의 연구윤리위원회 개최 실적을 보면 2012년엔 137개 대학 중 62.8%인 86개 학교에서 단 한번도 윤리위원회를 개최하지 않았다.
2013년은 144개 대학중 55.6%인 80개 대학에서, 2014년 9월까지 88개 대학 중 67.%인 59대학에서 연구윤리위원회를 열지 않았다. (국내 대학원대학 포함 4년제 대학 262개 중 자료 제출 학교 기준)
연구윤리위원회 개최 실적이 저조한 이유로는 실제 연구부정 행위가 매우 적어서 일수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연구윤리위원회의 조사의 시작을 ‘제보’에 기대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 지침 및 각 대학교의 연구윤리 관련 규정을 살펴보면, 연구윤리위원회의 ‘자체 인지’에 의한 조사 착수보다는, 누군가의 제보가 있을 경우에 조사를 시작하는 내용만 규정돼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연구자의 부정행위를 알만한 사람은 대부분 해당 연구자의 ‘조교’ 등 상대적 약자인 경우임을 감안한다면, 제보에만 의존하는 조사 방식은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연구윤리위원회의 구성에 외부 인사의 비율이 매우 낮은 것도 문제다. 관련 자료를 제출한 90개 대학 중 연구윤리위원회에 상시적으로 외부 인사를 두고 있는 대학은 17.8%인 16개에 불과했다. 외부 인사를 두고 있더라도 그 비율이 교육부 지침인 30%이상을 유지하고 있는 대학은 5개 뿐이었다. 누군가의 제보를 통해 조사가 시작되더라도 대학 구성원들 간 ‘제 식구 감싸기’로 인해 부정행위가 무마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2012년부터 현재까지 해당 대학들이 연구부정행위와 관련해 조사한 65건 중 징계가 이루어진 것은 27건으로 41.5% 정도였다. 파면, 면직, 정직 등 중징계는 15.4%로 10건에 불과했다. 아직 대학들이 연구 부정행위 문제를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반증이다.
한편, 학술진흥법 시행 체계가 현실과 맞지 않는 문제점도 있다. 「학술진흥법」에는 교육부가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시책을 마련하고 이를 효율적으로 위해 대학에 필요한 경비를 지원할 수 있도록 했으나 교육부가 대학별로 몇 차례씩 ‘연구윤리확보를 위한 교육’을 실시하는 것 외에는 별도의 경비를 지원하지 않고 있다.
또한 「학술진흥법 시행령」에는 아래와 같이 연구부정행위에 대한 검증과 교육부 보고, 교육부의 점검 등이 규정되어 있으나 이는 교육부의 각종 학술연구 사업비를 지원받는 연구만 대상으로 삼아 시행되고 있어 실효성이 떨어진다.
유은혜 의원은 “고위공직자의 논문 표절 등 연구부정 문제가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닌데도 대학들의 대응은 아직 미흡하다”며 “연구윤리위원회의 외부 인사 비율을 높이고 제보에만 의존하는 조사 절차를 재검토하는 등, 연구윤리 강화를 위해 대학 스스로 보다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교육부도 대학별로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예산을 적극 지원하고, 각 대학들이 연구윤리확보를 위한 노력을 얼마나 하는지를 점검하여 학술연구비 지원시 반영하는 등 보다 실효성 있는 법령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