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한나 기자] "음악을 하면서 아프고 힘들었어요. 포기하고 싶었고 도망가고 싶었죠. 하지만 역시 음악이 힘을 줬어요."
가수 바비킴(41)이 2010년 발표한 정규 3집 '하트 앤드 솔(Heart & Soul)' 이후 4년 만에 정규 앨범 '거울'을 발표했다.
바비킴은 1994년 '닥터레게', 2001년 '부가킹즈'로 데뷔 앨범을 냈지만 주목받지 못했다. 그 시절만큼이나 많은 고민이 지난 4년 동안 바비킴을 오갔다. 2층 높이의 난간에서 떨어져 크게 다쳤던 일, 절친하던 친구가 하늘나라로 먼저 떠난 것이 계기다.
"2004년 '고래의 꿈'으로 이름을 알린 뒤로 10년 동안 달리기만 했어요. 정신적으로 쉬지 못했던 거죠. 어느 날 거울을 보는 데 제 모습이 안 보이더라고요."
수록곡 '스타'에 관련된 이야기를 담았다. 트럼펫 아버지의 무대를 보며 막연하게 품었던 스타의 꿈, 그 꿈을 마주하고 다가온 감상이다.
"'꿈꿔왔던 스타라는 의미가 이거였구나' 깨닫는 순간 행복하다는 마음보다는 지친 마음이 들었어요. '이게 그 느낌이구나, 그런데 왜 행복하지 않지?'라고 반문했죠."
자신을 힘들게 했던, 지겹도록 함께해 온 음악이 위기를 견디게 했다. 거울 속 자신의 모습처럼 언제나 함께한 음악에 대한 고찰은 수록곡과 앨범의 제목이 됐다.
"지난 4년간 거울에 비친 제 모든 시간을 앨범에 담았습니다. 많은 일이 있었죠."
타이틀곡은 '사과'다. 특유의 읊조리는 창법을 선보이는 발라드곡으로 가을 냄새가 물씬 풍긴다. 가수 이적이 작사로, 트럼펫 연주자인 바비킴의 아버지 김영근씨가 연주로 참여했다.
이적은 영상을 통해 "바비킴이 멋있는 곡을 줘 가사를 어떻게 써야 하나 고민했다"며 "익숙한 사랑이라 쉽게 생각했던 남성이 여자에게 사과하는 내용의 곡이다. 쓰레기처럼 생긴 가수가 사과를 하니까 마음에 와 닿지 않느냐"라고 농담했다.
앨범에는 '사과'를 비롯해 바비킴이 프로듀싱한 솔 음악 12곡이 담긴다. 거울 속 내 모습처럼 늘 곁에 있는 음악을 노래한 '거울', 삶의 버팀목들에게 전하는 사랑을 그린 '굿 싱(Good thing)', 나만의 삶을 살고 싶은 사람의 이야기를 담은 '나만의 길', 사랑의 끝을 노래한 '나의 눈물로' 등이다. 이 중 '굿 싱'은 영화배우 강혜정, '나만의 길'은 가수 휘성이 가사를 썼다.
"저는 욕심이 많아요. 특정 장르를 꼽기보다는 다 섞여 있는 거 같아요. 한국에 온 지 20년인데 가면 갈수록 더 한국적인 멜로디 형태, 편곡 등이 나와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죠. 한국에 살면서 환경이나 모든 색이 제 음악을 변화하게 하는 거 같아요.
수록곡은 4년간의 바비킴만큼이나 다채롭다. 솔 발라드 가수로 소개되는 그의 본적은 '부가 킹즈'다. '부가 킹즈'는 드렁큰 타이거·다이나믹 듀오·에픽하이 등과 함께 2000년대 한국 힙합을 끌었던 힙합 크루 '무브먼트'에 속해 있었다.
"기회가 있으면 같이 뭉쳐서 공연이나 앨범에 참여하고 싶고 도움도 주고받고 싶어요. 요즘에는 워낙 바뻐서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 연락을 하죠. 얼마 전에는 개코가 예능 프로그램에서 제 성대모사를 했더라고요. 전화해서 적당히 하라고 해줬죠."
'부가킹즈'로의 활동을 미뤄두고 당장은 새 앨범 활동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밴드 'YB'와 12월 27, 28일 경희대 평화의전당에서 조인트 콘서트를 펼친다. 내년 봄 단독 콘서트도 계획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