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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병’ 숙희 "슬픈 앨범,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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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뉴스 김한나 기자] 최근 발매된 가수 숙희(32)의 미니앨범 ‘이별병’은 영리한 앨범이다. 흔히들 그냥 넘겨버리는, 혹은 한 번 듣고 좀처럼 들을 일이 없는 인트로곡 대신 가사를 붙인 ‘잠 못 드는 밤’을 마련한 것부터가 그렇다.

‘잠 못 드는 밤’은 ‘밤새 쏟아지는/ 우리 추억들이/ 어두운 밤보다 더 깊어지는 이 밤’ 등 서정적인 가사를 들으며 절정을 기대하던 이들을 배신하고 한숨 같은 보컬, 곡의 시작부터 함께했던 피아노가 곡을 닫는다.

인트로곡 성격의 ‘잠 못 드는 밤’은 그렇게 절절한 이별을 겪은, 그 이별을 견디고 있는 여자의 일상을 열어젖힌다.

‘어제까지 내 사람이었는데/ 어제까지 넌 내 꺼였는데/ 어제도 날 바래다줬는데’(‘어제까지’)

‘이별병’ 속 여자는 ‘잠 못 드는 밤’에 ‘어제까지’ 전부였던 사람을 추억하고, 추억에 몸부림치는 자기를 알아달라고 ‘한잔했어요’라고 고백한다. 그럼에도 무감한 남자를 향해 ‘얼굴 보고 얘기 하자’고 애원하듯 매달린다.

‘나 오늘 한잔했어요/ 그대가 보고 싶어서/ 날 떠나던 그 날처럼 술이 쓰네요/ 한잔했어요/ 추억이 너무 많아서/ 오늘따라 더 그리워 나 한잔했어요’(‘한잔했어요’)

‘이별병’의 수록곡은 곡의 감정, 스토리를 고려해 배치됐다. 떼어놓고 보면 흔하디흔한 이별 노래지만, 앨범 안에서 힘을 받는 까닭이다.

“누구나 이별을 하잖아요. 노래를 듣고 위로받으셨으면 좋겠어요. ‘나만 힘든 게 아니구나. 누구나 만나고 사랑하고, 또 이별하고 아파하는구나’하셨으면 해요. 노래를 듣거나 부르시고 울면 시원해지는 느낌, 그런 느낌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숙희의 말처럼 누구나 이별을 한다. 하지만 이별은 당사자에게 특별하다. 살면서 경험하는 이별의 횟수와 아픔의 크기도 반비례하지 않는다. 숙희에게도 그랬다.

“밤이 무서운 거 같아요. 낮에는 괜찮다가 밤에 집에 들어가서 혼자 있으면 못 견디게 힘들더라고요. 못 해준 게 미련이 많이 남아요. 너무 받기만 해서, 해준 게 없어서…. 그동안 헤어지고 좋았던 사람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는데 이 사람은 좋았던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6개월이 지난 이별을 말하며 울컥거리는 숙희는 수록곡 ‘얼굴 보고 얘기 하자’를 썼다. 소속사가 ‘전형적인 발라드곡’이라고 소개하는 곡이지만, 디테일한 가사가 이별을 경험한 사람에게 특별하게 와 닿는다.

‘하루종일 침대에 누워 천장만 보다가/ 우리 함께 나눈 문자들을 꺼내어보다가/ 왈칵 눈물이 쏟아져 내려 모든 게 내 탓인 것만 같아’(‘얼굴 보고 얘기하자’)

숱한 이별 노래들 각각에 특유의 슬픈 보컬로 생명력을 불어넣어 ‘청승보컬’로도 불리는 숙희는 자신이 잘하는 걸 했다. “너무 우는 보컬이라는 말을 들어서 이번에는 슬픈 감성을 극대화 시킨다기보다는 담담하게 불렀다”는 숙희의 보컬은 여전히 슬프다.

‘똘아이박’ ‘신또’ ‘피터팬’ 등 기이한 이름의 작사, 작곡가들도 이름으로는 쉽게 연상되지 않는 유려한 멜로디와 서정적인 가사를 만들어냈다.

“‘어제까지’ 정말 좋지 않나요? 가사도 공감되고요. 이별이라는 게 세상에서 가장 친밀했던 사람이 하루 만에 먼 사람이 되는 거잖아요. 그게 너무 슬펐어요.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는 거잖아요.”

못 견디게 힘들지만, 대부분 사람이 이별을 견딘다. “이별했을 때는 이별노래만 찾아들어요. 그러면서 폭풍 오열하는 거죠.(웃음)”

어찌 됐든 다들 그렇게 산다. 우리는 “이 가을에 슬픔 가득한 앨범을 들고 나온 게 즐거운 일”이라는 숙희처럼 다시 웃는다. 그러다 보면 숙희처럼 “이별을 겪어본 사람들이 다음 사람에게 더 잘할 수 있는 거 같다. 정말 사랑했던 여자가 있었던 남자를 만나고 싶다”는 여유도 생길까.

‘이별병’ 속 여자의 이야기는 숙희가 12월 발표하는 새 노래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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