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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하와얼굴들, 로큰롤 기본 충실 '사람의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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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버전과 CD 버전의 트랙리스트 달라


[시사뉴스 송경호 기자] 전국 각지의 CD플레이어가 13일 밤 서울 합정동 복합문화공간 무대륙으로 몰려들었다. 음원에 익숙한 젊은 세대들에게는 영화 '건축학개론'(2012)에서 젊은 날의 '서연'(수지)이 '승민'(이제훈)에게 이어폰 한쪽을 건네며 "같이 들을래?"라고 말하는 장면에서 눈에 익었을 장치다. 

이날은 밴드 '장기하와얼굴들'이 3년 4개월 만인 15일 발표하는 정규 3집 '사람의 마음' 음악감상회를 위해 여러 미디어의 대중음악 담당 기자들 손에 쥐어졌다. 장기하와얼굴들 팬들이 가지고 있던 CD플레이어다. 행사를 위해 팬들이 기꺼이 빌려줬다. 

이어폰을 타고 CD플레이어에서 흘러나오는 '사람의 마음' 수록곡들은 단순하면서도 강렬했다. CD플레이어로 음악을 듣던 1990년대 록 사운드가 떠올랐다. 

장기하와얼굴들의 보컬 장기하(32)는 이날 "로큰롤 기본에 충실한 사운드를 만들려고 노력했다"고 이번 앨범에 대해 축약했다. 3년 4개월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았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열심히 작업한 음반"이라 했다. 

온라인 버전에서 타이틀곡 '사람의 마음'으로 시작하는 앨범에는 영국의 전설적인 록밴드 '비틀스'의 곡들에 사용한 악기인 '멜로트론' 소리가 삽입된 내 이름을 불러주세요', 선 공개한 '내 사람', 벤조 기타와 빈티지 오르간의 구수한 소리가 인상적인 '구두쇠', 후반부 합창과 트롬본 연주가 인상적인 '올 생각을 않네', 지난해 현대카드 뮤직 프리마켓과 손잡고 진행한 '백지수표 프로젝트' 때 공개한 '좋다 말았네' 등이 실렸다. 

80년대 리듬머신을 사용한 '잊혀지지 않네', 블루지한 그루브가 귀에 감기는 '기억 안 나', 내달리는 리듬이 인상적인 '알 수 없는 사람', 장기하가 DJ를 맡는 SBS 파워FM '장기하의 대단한 라디오'에서 청취자가 들려준 사연들에서 모티브를 얻은 '사람의 마음', 첫 부분이 '장기하의 대단한 라디오'의 로고송과 일치하는 '착한 건 나쁜 게 아니야 파트. 1', 록그룹 '들국화' 출신의 전인권(60)이 피처링한 '착한 건 나쁜 게 아니야 파트2.', 장기하가 밴드 '청년실업'에 몸담을 당시 2005년에 발표한 곡을 장기하와얼굴들 버전으로 다시 녹음한 '기상 시간은 정해져 있다' 등도 포함됐다.

모든 곡은 장기하가 작사·작곡했다. 장기하와 함께 MBC TV '무한도전'에서 양평이 형으로 유명해진 하세가와 요헤이(43)가 공동 프로듀싱했다. 두 사람을 비롯해 베이시스트 정중엽(31), 기타리스트 이민기(32), 키보디스트 이종민(30), 드러머 전일준(24) 장기하와얼굴들 멤버들 모두가 편곡 작업에 참여했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특정 주제를 정해놓고 앨범을 만들지 않았다. 장기하는 "만들어놓고 보니 전부 다 사람의 마음과 관련이 있었다"면서 "어떤 곡은 지고지순, 어떤 곡은 파렴치한, 어떤 곡은 불안한 마음이 느껴졌다. 누구나 겪을 만한 마음"이라고 했다.

'내 사람'과 '사람의 마음' 뮤직비디오에는 장기하가 막춤을 추는 모습이 담겼다. 안은미컴퍼니의 김기범 안무가로부터 현대무용을 배웠던 그다.

"춤을 통해 로큰롤의 기초, 기본에 충실함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로크롤의 어원부터 몸을 움직이다는 뜻이 있잖아요. 다른 멤버들은 모르겠지만, 지난 6년간 공연을 해오면서 흥이 많아졌어요. 스스로 볼 때도 잘 놀더라고요. 장기하가 흥이 있다는 걸 춤으로 표현하고 싶었어요. 개인적으로는 한살이라도 젊었을 때 건강한 신체를 영상에 담아놓고 싶은 마음도 있었죠."

장기하와얼굴들은 앨범을 내지 않은 동안에도 열심히 살았다. 지난해 6월 영국 런던에서 열린 'K뮤직 페스티벌'에서 한국적인 록을 선보였다. 같은 해 5월에는 자신들의 공연 '얼굴들과 손님들 1탄'에서 미국 아트 펑크계의 전설로 통하는 록밴드 '텔레비전'을 소개했다. 

또 그 해 3월에는 '백지수표 프로젝트'의 하나로 싱글 '좋다 말았네'를 발표, 노래의 음원을 사려는 소비자가 가격을 직접 책정하는 프로젝트를 시험하기도 했다. 

모두 이번 앨범에 직간접적으로 도움이 됐다. "백지수표 프로젝트'의 초점은 음악적인 시도는 아니었지만 '좋다 말았네'를 처음부터 3집에 담으려고 해서 이번 앨범의 방향성을 미리 조금이라도 보여 드릴 수 있는 계기가 됐죠. 영국 공연은 모두에게 좋은 자극이 됐어요. 멤버들 모두 한국 음악 외에 영국 음악을 가장 좋아해요. 유서 깊은 공연장에서 좋은 뮤지션들 공연하면서 로큰롤 뮤지션, 사이키델릭 뮤지션들에게 배운 것도 있고, 구체적인 음악보다 그 기운을 느꼈죠. 텔레비전 역시 좋은 기운을 느낄 기회였고, 그렇게 대외적으로 시도했던 여러 가지들이 이번 앨범에 속속들이 묻어났어요."(장기하)

앨범은 로큰롤에 충실한 음악이라기보다는 로큰롤의 기초에 충실한 음악이라고 했다. "복잡한 리듬이나 형용적인 사운드보다는 툭툭, 간결한 요소를 이용한 쉬운 로큰롤 음악을 해보고 싶었어요. 보컬 스타일은 음높이가 약간씩 높아졌어요. 아무래도 공연을 많이 하니 흥이 많아져서 크게 부르고 싶다는 생각에 그랬죠. (데뷔곡인) '싸구려 커피'는 방 안에서 만들었거든요. 하하하."(장기하)

장기하와얼굴들 1집 '싸구려 커피'는 사실상 장기하 개인의 싱어송라이터 음반의 성격이 짙었다. 하세가와가 공동 프로듀서로 참여한 2집부터 밴드의 성격이 도드라졌고 그가 정식 멤버로 합류한 이번 앨범에는 밴드 사운드가 더 짙어졌다. 나중에 밴드에 합류한 하세가와는 이 팀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멤버이기도 하다. 

"장기하가 리더로 있고 '장기하'와 '얼굴들' 밴드지만, 점점 '장기하와얼굴들' 밴드 자체의 느낌이 돼 가는 것 같아요. 3집을 다시 듣다 보면 멤버들의 개성이 곳곳에 묻어나요. 그런 표현이 2집보다 잘 될 것 같아요. 멤버가 늘어나 6명이 됐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오히려 조심한 것은 소리를 빼려고 했다는 점이에요. 보통 멤버들이 늘어나면 풍부해지는 것을 생각하는데, 이 시점에서 '록에 필요한 것이 무엇이냐'에 대해 고민을 했죠. 그래서 소리를 빼는 것에 집중했어요. 소리를 더 잘 들리기 하려면 비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죠. 3집이 그런 부분이 잘 돼 뿌듯해요. 멤버들의 의견이 더 반영됐음에도 소리는 더 많이 비운 셈이죠."

예전 영국의 얼터너티브 록 그룹 '블러(Blur)'의 영향을 받은 장기하가 브릿팝을 대표하는 영국 록밴드 '오아시스'를 좋아하게 된 부분이 앨범에도 영향을 끼쳤다고 정중엽이 증언했다. 블러의 영향으로 베이스 라인이 복잡했는데 오아시스의 팬이 되면서 단순한 사운드를 추구하게 됐다는 것이다. 

장기하는 "약 2년 전부터인가, 오아시스가 좋아지기 시작했다"면서 "오아시스 스타일로 이번 앨범이 만들어졌다는 뜻은 아니에요. 다만, 2집에서 3집으로 넘어가는데 확실히 영향을 미치긴 했습니다"고 말했다. 장기하는 하세가와가 최근 홍대 인근 레코드 가게 김밥레코즈의 벼룩시장에서 내놓은 오아시스 10인치 LP를 싹쓸이해가기도 했다. 

장기하는 개인적으로 2집 '장기하와 얼굴들' 이후 새로운 활동에 돌입했다. 라디오 DJ를 비롯해 지난해 tvN 일일시트콤 '감자별 2013QR3'에 출연하며 배우로도 활약했다. "DJ와 연기를 하면서 무엇인가 다양하게 말하는 방식을 연습했고 보컬에도 영향을 미쳤죠. 덕분에 노래의 표정이 다양해졌다는 생각이에요. 들으시는 분들도 그렇게 느꼈으면 합니다."

앨범 발매가 늦어진 이유는 다양하지만, 특히 마스터링을 여러 번 거쳤기 때문이다. 하세가와와 절친한 일본인 엔지니어 나카무라 소이치로가 마스터링 엔지니어를 맡았는데 미국 엔지니어 버전 등 결과적으로 3가지 버전이 나왔다. 그중에 하세가와를 제외한 멤버들끼리 '블라인드 테스트'를 거쳐 최종본을 뽑았다. 

세계 양대 팝 시장인 영미권에 특히 1960~70년대 복고 사운드를 재현하려는 밴드들의 움직임이 있다. 한국형 '복고 사운드'를 대표하는 장기하와얼굴들 몇 년 전부터 이런 시도를 해왔다. 

"왜 그런 사운드를 재현하느냐면, '록 덕'이라서 그런 것 같아요 하하하. 재미있으니까요. 우리 세대가 음악의 전성기를 맞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비관적인 일 수 있죠.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로망으로 삼는 음악을 본받는 것도 꽤 괜찮은 시도 같아요. 반대로 이야기하면 새로운 것이 안 나오는 시대일 수도 있고."(장기하)

사람의 심장을 말 그대로 장기로 형상화한 앨범 디자인은 김기조 씨가 맡았다. 장기하가 현 두루두루amc에 몸담기 전 소속됐던 인디 레이블 '붕가붕가 레코드'의 수석 디자이너인 그는 장기하와얼굴들의 그간 앨범 재킷 디자인을 도맡았다. 장기하와얼굴들 재킷 디자인은 특이한 타이포그래피로 주목받았다. 

"앨범 전체를 들려준 뒤 뭐가 떠오르는지 묻자 혈관까지 자세히 보이는 심장 이미지를 말하더라고요. 마음에 들었어요. 보통 사람의 마음은 '하트'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근데 그건 사람의 몸과 마음을 분리할 때 사용하는 이미지 같아요. 우리 앨범 재킷 디자인의 심장은 정말 장기인데, '마음이냐 몸이냐' 그 경계가 불분명해서 마음에 들었습니다."(장기하)

전작에 대한 대중의 반응이 컸고 김동률과 서태지 등 내로라하는 가수들의 컴백 틈에서 새 앨범을 내는 만큼 부담도 클 법하다. "요즘 컴백의 성공 기준이자 이슈는 '음원차트 줄을 세웠느냐'이잖아요. 이 부분에 대해서 생각을 많이 했어요. 신경을 쓸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가도 발매가 다가올수록 부담감이 생기고, 없다면 거짓말이죠. 음원차트는 그 음악이 가진 가치보다 더 높게 평가받기도 하고 그 반대의 경우도 있고 언제든 변할 수 있는 부분이죠. 차트 성적에 신경을 쓰기보다는 음반은 만족스럽게 잘 만들었으니 들으면 좋아할 분들에게 최대한 알리는 게 우선인 것 같아요. 누구나 가져봤음 직한 다양한 마음이 있는데 한 곡이라도 듣고 '나만 혼자가 아니었구나'라고 생각하시는 음반이었으면 합니다."

온라인 앨범 버전의 트랙리스트와 CD 버전의 트랙리스트는 다르다. 예컨대 온라인 버전에서는 타이틀곡 '사람의 마음'이 1번 트랙인데 CD에서는 10번째 트랙이다. 

'백지수표 프로젝트'의 '좋다 말았네'로 소비자가 직접 책정한 음원 가격 976원을 책정받기도 했던 장기하와얼굴들이 "현재의 음원 구매와 판매 방식에 불만을 표출하고 싶어서 그렇게 한 것은 아니다"고 했다. 

장기하는 "사실은 반대에요. CD로 음악을 듣던 시대와 음원으로 듣는 지금은 음악을 듣는 자세가 달라졌죠"라면서 "우리는 대중음악을 하는 사람이라 듣는 방식에 맞춰 곡의 순서를 정하고 배치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라고 했다.

"디지털 음원으로 노래를 들으시는 분들과 이미 산 CD로 음악을 들으시는 분들의 방식은 좀 다른 것 같아요. 주제곡 '사람의 마음'을, 그래서 다르게 배치했어요. 디지털 음원은 두괄식이죠. 결론이 무엇일지, 기다리지 않는 성향이죠. CD로 들으시는 분들은 끝까지 들으시는 미괄식 성향이라고 생각했죠."

CD버전에는 음원 버전에 없는 '별일 없었니'가 첫 트랙으로 실렸다. 그래서 음원 버전 12트랙보다 1트랙 많은 총 13트랙이다. "조금 더 좋은 음질로 듣고자, 성의를 보여준 분들께 안부 한마디라도 묻고 싶었어요. 감사하다는 의미로 인트로 곡으로 '별일 없었니'를 수록했죠. 음원으로 듣는 분들께 절대 불만은 아니에요. 흐름 상 당연한 거죠. 다만, CD를 듣는 분들께 고마운 마음이 있어서 그렇게 하고 싶었습니다."

독일 음반 레이블 ECM의 만프레드 아이허 대표는 지난해 내한 당시 "카세트테이프를 포장지에서 뜯어낼 때 소리와 테이프에서 나오는 잡음, 나는 그것이 음악이라는 범위 안에 다 포함된다고 여긴다"고 했다. 

발매일에 맞춰 간 음반 가게에서 산 카세트테이프 또는 CD의 포장을 뜯을 때 재킷이 케이스에 걸리지 않도록 조심스러워하는 사람들의 마음, 장기하와얼굴들 3집 '사람의 마음'에서 그런 마음이 느껴진다.

강명진 두루두루amc 대표는 "오늘 음악감상회에 CD플레이어가 필요하다고 온라인에 남겼더니 팬들의 동참이 연이어져 놀랐다"고 말했다. 

'사람의 마음'은 유니버설뮤직이 유통을 맡았다. 장기하와얼굴들은 이번 앨범 발매를 기념해 23~26일, 10월30~11월2일 서울 롯데카드 아트센터 공연을 시작으로 11월8일 대구 경북대 대강당, 11월16일 대전 우송예술회관, 11월22일 전북대 삼성문화회관, 12월6일 부산 소향씨어터 롯데카드홀 등을 돌며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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