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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부산영화제]"산 세월만큼 세상과 삶을 본다" 영화 '화장' 임권택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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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뉴스 송경호 기자] 남자(안성기)는 성실하다. 투병 중인 아내(김호정)를 누구보다 잘 보살핀다. 대소변을 가릴 수 없는 처지가 된 아내의 수발을 불평 한마디 없이 수행한다. 남자는 경험하지 못한 사람은 짐작하기 힘든 고통을 안고 있는 아내를 바라보는 것이 슬프고, 고통스럽다.

남자의 삶을 더 짓누르는 건 자꾸만 눈이 가는 부하 직원(김규리)이다. 젊고 싱그러운 그의 모습이 자꾸 아내의 비극에 틈입한다. 그 남자도 인간이다. 욕망을 억누르지만, 욕망은 기어코 새어나온다.

거장 임권택(78) 감독의 102번째 영화는 김훈 작가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화장'이다. '화장'이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됐다.

영화 '화장'은 "도대체 말해질 수 있는 것은 명료하게 말해질 수 있다. 그리고 말할 수 없는 것에 관해서 우리는 침묵해야 한다"는 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의 말을 떠올리게 한다. 남자는 아내의 고통을 알지 못하기에 말할 수 없고, 자신의 욕망을 말할 수 없기에 항상 침묵해야 한다.

임권택 감독이 가장 강조하고자 했던 부분이다. "남자의 혼란스러운 의식의 추이를 따라가고자 했다"고 말했다.

"제가 아주 잘 찍어보고 싶었던 것은 죽어가는 병을 앓고 점차 사라져 가는 아내를 둔 남편이 매력적인 부하 직원에게 사랑의 마음을 동시에 느끼는 혼란스러움이었어요. 이걸 어떻게 하면 명료하게, 영화적으로 표현해내야 하느냐가 가장 어려운 작업이었습니다."

김훈은 남성적이고 강한 문체로 자기만의 영역을 구축한 작가다. 주어와 술어로만 이뤄진 그의 문장을 읽고 있으면 소설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기분이다.

임 감독은 "김훈 선생의 문장이 주는 엄청난 힘을 영화로 만든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안 되는 것을 하고자 애쓰면서 찍은 영화"라고 솔직한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화장'은 지금껏 임권택 감독이 관객에게 내놓았던 작품들과는 화법이 다르다. '달빛 길어올리기'(2011) '천년학'(2007) '취화선'(2002) '춘향뎐'(2000) '서편제'(1993) 등 임 감독은 주로 한국인의 정서와 한국적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데 주력했다. 하지만 '화장'에는 한국적인 것은 없다. 한 인간의 욕망과 고독과 슬픔이 담겼다.

임 감독은 "자신이 지금껏 구축했던 어떤 틀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내 나이 정도면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나이라고 판단했다"며 "살아온 세월만큼 세상과 삶을 더 잘 들여다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영화에서 가장 강렬한 모습은 오상무(안성기)가 아내 진경(김호정)을 씻겨주는 장면이다. 병세가 깊어진 진경은 대소변을 가리지 못한다. 오상무는 그런 상황을 담담히 받아들이지만, 진경은 절대 보여주고 싶지 않았던 모습을 보인 수치스러움과 남편에 대한 미안함으로 오상무에게 안겨 눈물을 흘린다.

이 장면이 더 가슴 깊이 박히는 건 진경을 맡은 배우 김호정의 연기다. 그는 진경에게 닥친 비극을 더 현실감 있게 표현하고자 성기노출도 마다치 않았다. 임 감독은 이 장면을 "불편하지만, 아름다운 장면"이라고 했다.

"원래는 상반신만 찍으려고 했어요. 관객이 감정을 유추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전신을 찍으면 이 상황의 리얼리티를 관객에게 아주 농도 짙게 줄 수 있다고 본 겁니다. 그래서 호정 씨에게 아주 조심스럽게 부탁을 했습니다. 촬영해보니 정말 좋았습니다. 이 컷이 관객을 크게 설득하고 있다고 봅니다."

임권택 감독은 이번 영화제에서 선보인 '화장'이 사실은 두 번째 편집본이라는 사실을 알리기도 했다. '화장'은 올해 칸국제영화제를 목표로 만들어진 영화였다. 영화제 출품 기한을 맞추고자 임 감독은 평소 스타일과는 다르게 빠르게 촬영했다. 편집 기간도 짧아 졸속으로 진행됐다. 이 탓인지 '화장'은 영화제에서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이런 상황을 아쉬워하던 임 감독에게 제작을 맡은 명필름의 심재명 대표가 다시 한 번 편집해볼 것을 권고하면서 이 영화가 나오게 됐다.

임 감독은 "그래서인지 더 여러분의 평가가 궁금하다. 여러분이 저를 취재하는 게 아니라 제가 여러분을 취재하고 싶다"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103번째 작품의 방향을 묻자 "흥행도 안 되는 감독이 작품을 많이 찍을 수 있겠나. 쉬엄쉬엄할 생각"이라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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