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5.08.14 (목)

  • 흐림동두천 29.3℃
  • 흐림강릉 30.6℃
  • 흐림서울 32.3℃
  • 구름많음대전 30.7℃
  • 구름조금대구 32.7℃
  • 구름많음울산 30.7℃
  • 구름조금광주 31.8℃
  • 맑음부산 32.0℃
  • 구름조금고창 32.7℃
  • 구름조금제주 31.6℃
  • 흐림강화 30.0℃
  • 흐림보은 29.2℃
  • 구름많음금산 31.4℃
  • 구름조금강진군 31.5℃
  • 맑음경주시 32.0℃
  • 맑음거제 31.0℃
기상청 제공

이장혁, 게으름 덕 본 ‘Vol. 3’…“채울 건 채우고 비울 건 비웠죠”

URL복사

[시사뉴스 김한나 기자] 밴드 음악의 용광로 같았던 90년대 중후반의 홍대, 열정으로 무장한 수많은 이가 밤마다 라이브클럽에서 음악을 쏟아냈다. 이들 대부분이 ‘다름’을 목적으로 출발한 덕에 당시 홍대 음악은 어느 때보다 다양하고 풍성했다.

‘말달리자’로 전국을 도는 ‘크라잉넛’, 촘촘한 헤비메탈 사운드를 선보인 ‘DMZ코리아’, 바이올린과 록 사운드를 결합했던 ‘허벅지밴드’까지 골라 듣는 재미가 있었다.

1997년 클럽 재머스의 컴필레이션 앨범에 ‘판토마임’을 수록하며 모습을 드러낸 ‘아무밴드’도 그중 하나였다. ‘판토마임’은 당시 10여 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에도 긴장감을 유지하는 곡으로 밴드의 역량을 보여줬다는 평을 받았다. 마니아층을 형성해 가던 밴드는 1998년 ‘이판을사’를 발표하며 ‘판’을 넓혀가는 듯했지만, 데뷔 앨범이 밴드의 마지막 앨범이 됐다.

허망해 하던 ‘아무밴드’의 마니아들은 6년의 세월이 흐른 2004년 ‘Vol.1’이라는 성의 없는 듯한 제목의 앨범에 환호한다. ‘아무밴드’에서 작곡과 보컬, 기타를 담당했던 이장혁(42)의 첫 솔로 앨범이었던 까닭이다. 앨범은 훗날 대중음악 평론가들이 뽑은 100대 명반으로 꼽히기도 했다.

“그냥 그런가 보다 하는 거죠. 별 신경 안 써요. 주변에 그 앨범보다 좋은 앨범이 많거든요. 그런 거 신경 써봤자 별 도움 안 돼요. 그냥 이전 앨범보다 잘 만들어야겠다는 생각만 하죠.”

2008년 ‘Vol. 2’ 이후 6년만에 최근 ‘Vol. 3’를 발표한 이장혁을 만났다.

‘Vol. 3’는 “뭇별들은 어디 두고 넌 엉뚱한 곳에 홀로 떠서, 창백하게 날 바라보며 내 그림자 하나 못 만들지”(낮달)로 시작해 “녹슨 칼집 걸어간다. 당신들은 비웃는다. 누구도 벨 수 없고 누구도 베이지 않는다”(칼집)로 닫는다. 감정의 폭은 다르지만 모든 수록곡에 우울의 정서가 떠돈다. 내면으로 침잠하는 가사, 관조하는 듯한 목소리로 노래하던 ‘이장혁’ 그대로다.

“앨범을 만들 때 콘셉트를 잡고 만들지 않아요. 생각하고 보고 들은 걸 체크해뒀다가 멜로디와 결합하는 식이죠. 1, 2집도 그렇고 별 콘셉트는 없어요. 그러니 제목을 ‘Vol’ 이렇게 붙이는 거죠.”

‘이장혁’을 떠올리고 마주한 이장혁은 앨범과 달랐다. 우울을 노래하지만 유쾌한 일상을 산다는 시인을 보는 듯했다. “1집 앨범에서 건질 건 ‘스무살’과 ‘성에’ 두 곡밖에 없는 것 같아요.(웃음)”

“앨범이 늦게 나온 건 게을러서 그렇죠. 작업하다가 맥이 빠져서 딜레이 되는 경우가 많아요. 이번 앨범은 제 게으름의 덕을 봤죠. 애매했던 멜로디가 수정된 곡도 있고 그때 할 수 없던 게 가능했던 것도 있고요."

2012년 쇼케이스 라이브 이후 2년이 더 걸려 빛을 본 앨범이지만 그 앨범을 소개하는 이장혁의 태도는 간결했다. “녹음은 보컬을 제외하고 다 돼 있는 상태였어요. 이번에 안 내면 앞으로도 못 낼 거 같았죠.”

오래 품은 앨범인 만큼 선 공개곡 ‘비밀’ ‘빈집’을 비롯해 수록곡은 두루 좋다. “1집 때는 악기라든가 보컬에 힘이 들어갔었던 거 같아요. 2집 때는 힘을 많이 뺐죠. 3집은 반반이에요. 채울 건 채우고 비울 건 비웠죠.”

전쟁을 견딘 청춘이었지만 이제는 내리는 비가 두려운 노인을 묘사한 ‘노인’은 자주 청춘을 노래한 이장혁의 ‘청춘 완결판’을 듣는 느낌이다. 이장혁의 청춘은 어떨까.

“후회되는 부분도 있어요. 음악을 떠나서 열심히 못 산 거 같기도 하고요. 그래도 작업하거나 어떤 느낌을 받을 때는 다 따로 있는 거 같아요. 작업기간이 더 걸리면서 몇 곡의 멜로디를 바꾼 건 무척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운명까지는 아니지만 그런 타이밍이라는 게 있는 거 같아요. 이제라도 앨범을 낸 게 다행이죠. 마음 같아서는 앞으로 자주 앨범을 내고 싶지만, 또 모르죠.”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경제

더보기

사회

더보기
[단독] “물 좀 가져오라며 고성”…천안시의회 A의원, 상습 갑질 의혹 폭로 잇따라
[시사뉴스 이용만 기자] 천안시의회 A의원(더불어민주당)이 수년간 공무원들을 상대로 고성과 모욕을 반복적으로 일삼았다는 내부 증언이 잇따르고 있다. 여기에 더해 인사 개입과 조직 내 위압, 정서적 폭력에 이르기까지 '직위 기반 갑질'이 만연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반복된 폭언·공개 모욕…공무원들 "트라우마 호소" 복수의 천안시 및 의회사무국 관계자들에 따르면, A의원은 평소 회의나 공식 일정 중 다수가 지켜보는 자리에서 공무원들에게 “어디서 감히”, “말대답하냐”, “반성하라” 등의 강압적이고 모욕적인 언행을 일삼아 왔다고 전한다. 문제는 구체적 지적 없이 감정적 고성과 조롱 섞인 발언이 반복됐다는 점이다. 한 간부공무원은 “직위고하를 막론하고 공개 석상에서 망신을 주는 식의 발언은 단순한 꾸짖음을 넘어 인격 침해”라며,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조직 전체의 사기를 무너뜨린다”고 말했다. 일부 피해 직원들은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불면증, 가슴 두근거림, 두통, 위장장애 등 신체화 증상까지 겪고 있다고 밝혔다. 여기에 더해 A의원의 과도한 지시는 때로는 공적 업무 범위를 벗어난 사적 요구까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차를 가져오라”는 식의 명령은 물론

문화

더보기
'서울의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 광복 80주년 기념 정책포럼 개최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서울연구원(원장 오균)은 광복 80주년을 맞아 8월 14일(목) 오후 2시부터 서울역사박물관 야주개홀에서 ‘광복 80주년 기념, 서울의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을 주제로 ‘제4회 서울연구원 정책포럼’을 개최한다. 이번 포럼은 광복 80주년을 맞아 서울의 공간 변화를 통해 대한민국 근현대사의 흐름을 되짚고, 향후 100년을 향한 서울의 미래 비전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했다. 정책포럼은 △신민철 서울연구원 연구기획조정실장이 사회를 맡고, △김시덕 도시 문헌학자의 ‘광복 이후 서울의 공간적 변화와 역사적 의의’ 주제발표 △김인희 서울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의 ‘광복 80주년 기념, 서울의 미래 변화와 준비’ 주제발표 △종합토론 △질의응답 순으로 진행된다. 첫 번째 주제발표를 맡은 김시덕 도시 문헌학자는 ‘현대 서울, 시민들의 도시의 탄생’이라는 주제로 발표한다. 김시덕 도시 문헌학자는 현대 서울의 탄생과 성장 과정과 시민들의 삶이 각종 개발 사업에 의해 어떻게 바뀌었는지에 주목해서 설명한다. 특히 현대 서울의 정체성을 권력 있고 힘 있는 사람들이 주인공이던 왕조 시대의 수도에서 찾을 것인지, 아니면 모든 시민이 주인공인 민주공화정의 수도에서 찾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만시지탄(晩時之歎)…가짜뉴스 유튜버 징벌적 배상 검토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6월 국무회의에서 돈을 벌기 위해 가짜뉴스를 유포하는 유튜버에게 징벌적 손해배상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법무부, 문화체육관광부 등 관련 부처의 정책 대응이 관심을 끌고 있다. 이 대통령은 “돈을 벌기 위해서 불법을 자행하는 것을 근본적으로 차단해야 한다”며, “형사처벌을 하게 되면 검찰권 남용 문제가 있기 때문에 제일 좋은 것은 징벌 배상(징벌적 손해배상)”이라고 말했다. 유튜브가 유행하면서 유명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들이 “사망했다”, “이혼했다”, “마약을 했다” 등 사실과 다른 가짜뉴스를, 자극적인 내용의 썸네일(제목)로 클릭을 유도해 조회수를 늘려 돈을 버는 유튜버들이 극성을 부리고 있다. 유튜브에서의 조회수는 곧 돈이기 때문에 점점 더 자극적인 내용으로 괴담 수준의 가짜뉴스를 생산해 내기에 여념이 없는 것이다. 더 심각한 것은 정치와 관련한 가짜뉴스다. 진보·보수를 가리지 않고 확인되지 않은 자극적 루머를 사실인 것처럼 포장해 이목을 끌고 조회수를 늘려나가고 있다. 세(勢)싸움을 하는 듯한 정치와 관련한 가짜뉴스는 유튜버가 단순히 돈을 버는 데 그치지 않고 사회에 큰 해악을 끼치기 때문이다. 유튜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