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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혁, 게으름 덕 본 ‘Vol. 3’…“채울 건 채우고 비울 건 비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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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뉴스 김한나 기자] 밴드 음악의 용광로 같았던 90년대 중후반의 홍대, 열정으로 무장한 수많은 이가 밤마다 라이브클럽에서 음악을 쏟아냈다. 이들 대부분이 ‘다름’을 목적으로 출발한 덕에 당시 홍대 음악은 어느 때보다 다양하고 풍성했다.

‘말달리자’로 전국을 도는 ‘크라잉넛’, 촘촘한 헤비메탈 사운드를 선보인 ‘DMZ코리아’, 바이올린과 록 사운드를 결합했던 ‘허벅지밴드’까지 골라 듣는 재미가 있었다.

1997년 클럽 재머스의 컴필레이션 앨범에 ‘판토마임’을 수록하며 모습을 드러낸 ‘아무밴드’도 그중 하나였다. ‘판토마임’은 당시 10여 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에도 긴장감을 유지하는 곡으로 밴드의 역량을 보여줬다는 평을 받았다. 마니아층을 형성해 가던 밴드는 1998년 ‘이판을사’를 발표하며 ‘판’을 넓혀가는 듯했지만, 데뷔 앨범이 밴드의 마지막 앨범이 됐다.

허망해 하던 ‘아무밴드’의 마니아들은 6년의 세월이 흐른 2004년 ‘Vol.1’이라는 성의 없는 듯한 제목의 앨범에 환호한다. ‘아무밴드’에서 작곡과 보컬, 기타를 담당했던 이장혁(42)의 첫 솔로 앨범이었던 까닭이다. 앨범은 훗날 대중음악 평론가들이 뽑은 100대 명반으로 꼽히기도 했다.

“그냥 그런가 보다 하는 거죠. 별 신경 안 써요. 주변에 그 앨범보다 좋은 앨범이 많거든요. 그런 거 신경 써봤자 별 도움 안 돼요. 그냥 이전 앨범보다 잘 만들어야겠다는 생각만 하죠.”

2008년 ‘Vol. 2’ 이후 6년만에 최근 ‘Vol. 3’를 발표한 이장혁을 만났다.

‘Vol. 3’는 “뭇별들은 어디 두고 넌 엉뚱한 곳에 홀로 떠서, 창백하게 날 바라보며 내 그림자 하나 못 만들지”(낮달)로 시작해 “녹슨 칼집 걸어간다. 당신들은 비웃는다. 누구도 벨 수 없고 누구도 베이지 않는다”(칼집)로 닫는다. 감정의 폭은 다르지만 모든 수록곡에 우울의 정서가 떠돈다. 내면으로 침잠하는 가사, 관조하는 듯한 목소리로 노래하던 ‘이장혁’ 그대로다.

“앨범을 만들 때 콘셉트를 잡고 만들지 않아요. 생각하고 보고 들은 걸 체크해뒀다가 멜로디와 결합하는 식이죠. 1, 2집도 그렇고 별 콘셉트는 없어요. 그러니 제목을 ‘Vol’ 이렇게 붙이는 거죠.”

‘이장혁’을 떠올리고 마주한 이장혁은 앨범과 달랐다. 우울을 노래하지만 유쾌한 일상을 산다는 시인을 보는 듯했다. “1집 앨범에서 건질 건 ‘스무살’과 ‘성에’ 두 곡밖에 없는 것 같아요.(웃음)”

“앨범이 늦게 나온 건 게을러서 그렇죠. 작업하다가 맥이 빠져서 딜레이 되는 경우가 많아요. 이번 앨범은 제 게으름의 덕을 봤죠. 애매했던 멜로디가 수정된 곡도 있고 그때 할 수 없던 게 가능했던 것도 있고요."

2012년 쇼케이스 라이브 이후 2년이 더 걸려 빛을 본 앨범이지만 그 앨범을 소개하는 이장혁의 태도는 간결했다. “녹음은 보컬을 제외하고 다 돼 있는 상태였어요. 이번에 안 내면 앞으로도 못 낼 거 같았죠.”

오래 품은 앨범인 만큼 선 공개곡 ‘비밀’ ‘빈집’을 비롯해 수록곡은 두루 좋다. “1집 때는 악기라든가 보컬에 힘이 들어갔었던 거 같아요. 2집 때는 힘을 많이 뺐죠. 3집은 반반이에요. 채울 건 채우고 비울 건 비웠죠.”

전쟁을 견딘 청춘이었지만 이제는 내리는 비가 두려운 노인을 묘사한 ‘노인’은 자주 청춘을 노래한 이장혁의 ‘청춘 완결판’을 듣는 느낌이다. 이장혁의 청춘은 어떨까.

“후회되는 부분도 있어요. 음악을 떠나서 열심히 못 산 거 같기도 하고요. 그래도 작업하거나 어떤 느낌을 받을 때는 다 따로 있는 거 같아요. 작업기간이 더 걸리면서 몇 곡의 멜로디를 바꾼 건 무척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운명까지는 아니지만 그런 타이밍이라는 게 있는 거 같아요. 이제라도 앨범을 낸 게 다행이죠. 마음 같아서는 앞으로 자주 앨범을 내고 싶지만, 또 모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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