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한나 기자] 가수 유승우(17)가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육체와 정신뿐 아니라 음악적 역량이 부쩍 늘었다. 최근 발매한 첫 번째 정규앨범 '유승우'가 방증이다. '유승우'라는 담백한 제목이 앨범을 대변한다. 9곡(10트랙)을 작사·작곡한 것도 모자라 앨범을 프로듀싱했다.
앞서 작년 5월 첫 미니앨범 '첫 번째 소풍', 올해 2월 두 번째 미니앨범 '빠른 열아홉'을 내놨던 유승우는 "이제야 제 옷을 입은 것 같아요"라고 활짝 웃었다. "사실 전 앨범에 대한 아쉬움이 컸어요. 제 곡을 싣지 못했거든요. (댄스곡 '입술이 밉다' 활동 때) 기타를 놓기도 했고. 자유롭게 제 생각대로 음악을 만드니 후련함이 있네요."
앨범 타이틀을 '유승우'로 내세운 것은. "제 이름을 걸고 열심히 성실하게 음악을 하자라는 의미"라면서 "아직 유승우라는 이름으로 쌓은 게 크지 않아서 누가 되지 않을 것 같았다"고 머리를 긁적였다.
'10대 소년' 유승우의 감성과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 색깔이 드러난다. 타이틀곡 '나 말고 모두다'를 비롯해 희망 트랙 '아름다운 노래', 효자 트랙 '아프지 마요(어머니)-부모님송' 등 노랫말에서는 희망·가족 등 삶의 보편 요소를 키워드로 삼았다. 장르적으로는 주류 음악이 아닌 컨트리('아름다운 노래'·'LOVE') 등으로 음악적 고집도 드러냈다.
"편중된 한국 대중음악 시장에 좀 더 다양한 음악이 있었으면 했다"고 당찬 모습인데, 한창 햇살 같은 소년의 패기 같아 반갑다. 특히 '러브(LOVE)'는 국내 대중음악에서 거의 사용하지 않는 목이 길고 몸통이 둥근 현악기인 벤조를 삽입, 색다름을 안긴다.
앨범에는 이밖에 그룹 '베스티' 멤버 혜연이 피처링한 '권태기-연인송', 인문계를 다니다 서울실용음악학교로 편입한 유승우가 일반적인 학교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학창시절', 마이너 풍의 노래로 흥겨움과 비정함을 묘하게 오가는 '무법자' 등도 인상적이다.
그는 '위화감'에 대해 자주 언급했다. 자신의 음악적인 욕심과 대중의 취향이 들어맞았으면 하는 바람이 녹아들어 간 셈이다. "'유승우' 앨범에 대한 리뷰를 보면 '음악이 좋은데 많이 울려 퍼지지 않아서 아쉽다'는 반응이 많았어요. 이기적일 수 있지만 제가 원하는 곡을 계속 쓰고 싶어요. 그러는 과정에서 대중과 괴리감이 있으면 실망하겠지만, 제가 더 잘해내야 하는 부분이라 생각해요."
앨범 전체는 유승우가 좋아하는 포크가 기반이다. 그러나 앞으로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하고 싶다는 유승우는 "기타를 치다 보니 포트와 컨트리가 중심이 되겠지만, 힙합과 재즈 등을 섞어 좀 더 다양성을 가지고 싶어요"라고 눈을 빛냈다.
만 15세의 나이에 2012년 엠넷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 4'에 출연, 톱5에 든 그가 가장 주목받았던 이유는 기타실력 때문이다. 미국의 포크 싱어송라이터 제이슨 므라즈(37)에게 반해 기타를 잡은 지 3년 남짓. "기타를 처음 칠 때는 제 목소리를 빛내주는 악기라는 생각이 전부였어요. 지금은 그런데 종종 노래를 부르지 않고 기타를 치기만 해도 그 선율이 매우 좋더라고요. 목소리도 악기라고 하잖아요. 반대로 기타도 목소리 같아요. 사람 목소리처럼 생명력이 느껴지죠."
어린 나이 탓에 '음악소년'으로 통하는 유승우는 "가수라는 수식어가 제일 좋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사이키델릭 록 밴드 '산울림'을 거쳐 '김창완밴드'를 이끌고 있는 김창완(60)을 최근 좋아하게 된 뮤지션으로 꼽았다. "사람 냄새가 정말 풍기는 분이시잖아요. 그러면서 자유로움이 누가 봐도 음악인 같고. 참 닮고 싶은 점이 많으신 분이에요."
유승우는 자신의 가장 큰 장점이 "나이가 어린 것"이라고 했다. 그만큼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많다. 이대로만 자라면 30대에 제이슨 므라즈, 60대에 김창완의 모습을 발견하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