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기철 기자] 국가대표 간판 슈터 조성민(31·KT)에게 세계의 림은 작았다.
조성민은 16년 만에 출전한 농구월드컵에서 이름값에 훨씬 못 미치는 경기력을 보였다.
가드부터 센터까지 전 선수들이 기대이하의 모습이었지만 특히 슈터 조성민에 대한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컸다. 3점슛은 번번이 림을 외면했고, 움직임도 무기력했다.
수치로도 여실히 드러난다. 조성민은 조별리그 5경기에서 경기당 6.2점에 그쳤다. 3점슛 성공률은 24.1%. 총 29개를 던져 7개밖에 넣지 못했다.
직접 비교는 무의미하지만 지난 시즌 리그 기록과 비교하면 몹시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조성민은 평균 15점, 경기당 3점슛 2.2개 성공을 기록했다. 3점슛 부문 전체 2위, 성공률도 45.4%로 매우 높았다.
조성민은 8일 "체력이 있을 때에는 자신감이 있었는데, 경기에서 자꾸 지고 여러 가지로 밀리다보니까 몸도 마음도 매우 힘든 대회였다"고 털어놨다.
미국 스포츠전문매체 ESPN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조성민을 주목할 선수로 꼽았다.
그는 2011년과 2013년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팀의 주득점원으로 활약하며 대표팀의 주축으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7월 뉴질랜드와의 평가전에서 물 오른 슛 감각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본 무대는 달랐다. 높이와 힘의 한계에 부딪혔고, 밸런스를 잃으면서 슛 감각도 난조였다.
조성민은 "기회에서 성공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넣지 못한 것은 나의 책임이다"며 "팬들이 많이 기대하고 응원해 주셨는데 경기를 할수록 자신감을 잃었다. 많이 힘들었다"고 했다.
이어 "세계무대에 가보니 하나도 제대로 된 게 없었다.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며 "개인적으로 나의 농구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한 대회였다"고 했다.
5전 전패를 떠나 무기력했던 대표팀의 경기력에 대해선 "세계 농구가 어떤 것인지 몰랐다. 흐름을 몰랐다. 우리의 경험 부족이다"며 "다른 국가들은 A매치를 통해 흐름을 익히고 있는데 우리는 모든 게 처음이었다. 부딪혀 본 상대들은 우리가 보고 생각했던 이상으로 훨씬 강했다"고 돌아봤다.
남자 농구는 9일 진천선수촌에서 재소집해 인천아시안게임을 대비한다. 2002부산아시안게임 이후 12년 만의 금메달에 도전한다.
조성민은 "다시 세계대회에 나간다면 이번처럼 허무하게 당하진 않을 것이다"며 "잘 추슬러서 인천아시안게임을 대비하겠다. 자존심을 회복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인터뷰 내내 웃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