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기철 기자] 태권도 국가대표 이대훈(22·용인대)은 처음 태극마크를 달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2010년 이후 이름 앞에 '얼짱', '꽃미남', '태권 아이돌' 등 외모와 관련됐거나 '에이스', '간판', '천재' 등 실력과 연관된 수많은 애칭을 붙이고 다녔다.
그런데 지난 2012런던올림픽 이후 그 앞에 뼈아픈 수식어가 한 가지 더 붙었다. 바로 '비운'이다.
금메달이 유력했던 런던올림픽 결승에서 스페인의 호엘 곤잘레스 보니야(23)에게 8-17로 패배, 은메달에 그치면서 달게 된 꼬리표다.
이대훈은 서울 한성고 3학년에 재학 중이던 지난 2010년 국가대표선수 선발 최종대회에서 대학, 실업의 선배들을 모두 제치고 63㎏급 국가대표로 처음 선발되며 스타 탄생을 알렸다.
이후 2010광저우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시작으로 2011세계선수권에서도 이 부문을 석권하며 이 부문 최강자로 군림했다.
그러나 문제는 올림픽에는 이 체급이 없다는 점이었다.
결국 이대훈은 58㎏급에 출전해야만 했기에 평소보다 5㎏을 더 감량해야 했다. 게다가 런던올림픽은 전자호구 시스템이 도입된 첫 대회이기도 해서 이에 대한 적응도 부족했다.
다행히 런던올림픽 전초전으로 치러졌던 2012아시아선수권대회 58㎏급에서 우승하며 금빛 전망을 밝혔다.
자신감을 얻은 이대훈은 4대 메이저대회 그랜드슬램을 정조준했다. 특히 2011년 열렸던 대표 최종 선발전 당시 코뼈가 부러지는 고통을 견뎌내며 거머쥔 출전권이기에 더욱 간절했다.
그러나 역시 세계의 벽은 높고 두꺼웠다.
종주국의 지위가 유명무실해질 정도로 선수들의 실력이 평준화된 세계 태권도계에서 '악재'를 이겨내는데 지친 스무살 청년 이대훈이 금메달을 목에 건다는 것은 버거운 일이었다.
지난해 2월 대표 선발전에서 주(主)체급인 63㎏급에서 당당히 태극마크를 다시 단 이대훈은 그해 7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이 부문에서 대회 2연패를 일궈내며 '왕의 귀환'을 선포했다.
올해 5월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도 이 부문에서 우승하며 대회 2회 연속 우승과 함께 이 부문 아시아 최강자의 위상을 또다시 확인했다.
이대훈은 지난달 20일 서울 노원구 공릉동 태릉선수촌에서 열린 2014인천아시안게임 D-30 대비 미디어데이에서 취재진과 만나 "전력 평준화가 워낙 많이 이뤄져 힘든 것이 사실이다"면서도 "국내에서 열리는 대회여서 국민들이 많이 지켜볼 것이라고 생각한다. 절대로 부끄럽지 않은 경기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그는 "종합 2위 목표 달성을 위해 태권도가 큰 기여를 할 수 있도록 남은 기간 철저히 준비하겠다. 국민 여러분께 기쁨을 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대훈이 아시안게임 2연패를 기필코 달성해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 '비운'이라는 꼬리표를 떼낼 초석을 놓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