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기철 기자] 3년 동안 부쩍 자란 '소녀장사'가 마침내 외나무다리에서 다시 만난 '마녀'에게 복수한 뒤 '여왕'에 등극했다.
그림형제의 '동화'가 아니다. 3일 중국 쑤저우(蘇州) 쑨우(孫武)서원 뤄푸(羅浮)산장에서 막을 내린 제5회 궁륭산병성(穹窿山兵聖)배 세계여자바둑대회 결승에서 펼쳐진 실제 상황이다.
한국의 최정(18) 4단은 이날 중국의 루이나이웨이(51·芮乃偉) 9단에게 330수 만에 백 2집반승을 거두며 생애 처음으로 세계를 제패했다.
'한국 여자 랭킹 1위' 자격으로 본선에 직행한 최정 4단은 16강에서 캐나다의 위진 아마 5단, 8강에서 중국의 차오유우인(曹又尹) 3단, 4강에서 역시 중국의 루자(魯佳) 2단을 상대로 3연속 불계승을 거두고 결승에 올랐다.
루이나이웨이 9단은 16강에서 호주 대표로 출전한 헤이자자(黑嘉嘉) 6단, 8강에서 일본의 셰이민 6단을 누른 뒤, 4강에서 자국의 위즈잉(於之莹) 4단을 따돌리고 결승에 진출했다.
최정 4단은 초단 시절인 2011년 10월2일 제5기 여류기성전 결승에서 루이나이웨이 9단에게 반집패, 준우승에 그쳤다.
그러나 이후 엄청나게 성장하고 발전한 최정 4단은 세계타이틀이 걸린 결승전에서 다시 만난 루이나이웨이 9단에게 설욕하는 데 성공했다. 상대전적은 이제 1승1패의 동률을 기록하게 됐다.
또한 전기대회 8강에서 중국의 탕이(唐奕) 2단에게 패했던 아쉬움도 잊게 됐다.
최정 4단의 우승으로 한국은 박지은 9단이 1, 2회 대회에서 연거푸 우승한 뒤, 3, 4회 대회에서는 내리 인연이 없었던 우승컵을 3년 만에 탈환했다. 3, 4회 대회에서는 중국 선수끼리 결승전을 벌여 리허(李赫) 5단과 왕천싱(王晨星) 5단이 각각 우승했다.
루이나이웨이 9단은 이날 패배로 3회 대회에 이어 또 다시 준우승에 그치는 설움을 맛봐애 했다.
최정 4단은 한국 여자기사로는 박지은 9단과 윤영선 5단(2002년 제1회 중국 호작배)에 이어 세계대회 우승컵을 안은 세 번째 기사가 됐다.
특히 최정 4단은 이번 우승으로 '세계여자바둑대회에서 우승하면 한단 승단한다'는 한국기원의 승단 규정에 따라 5단으로 승단하게 됐다.
최정 4단과 함께 출전했던 김채영 2단과 오유진 초단은 16강전에서 각각 일본의 셰이민(謝依旻) 6단, 중국의 차오유우인 3단에게 패해 탈락했다.
유일한 여자 개인전 세계대회인 궁륭산병성배는 주최국 중국선수 6명을 비롯해 한국과 일본 각 3명, 러시아·캐나다·타이완·호주 각 1명 등 총 16명이 참가해 단판 토너먼트로 우승자를 가렸다. 제한시간은 각자 2시간에 60초 초읽기 5회가 주어졌다.
중국바둑협회와 쑤저우시 우중구(吳中區) 인민정부가 공동주최한 이 대회의 우승상금은 25만 위안(약 4100만원), 준우승상금 10만 위안(1660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