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부삼 기자]박근혜 대통령은 3일 “규제개혁 법안이 상당수 국회에 묶여있고, 부처 간 협업이 제대로 안 되거나 일부 이해관계자들의 반발 때문에 규제개혁이 미뤄지고 있다”며 규제개혁에 대한 협조를 당부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주재한 제2차 규제개혁장관회의 및 민관합동 규제개혁점검회의에서 “지금 정부가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 따라 그야말로 원점에서 불필요한 규제를 개선해나가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부분에서 진척이 더딘 상황”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박 대통령은 ‘규제폐지의 날(Repeal Day)’을 통해 1000개의 법안과 9500개의 행정규정을 폐기한 호주의 사례를 들면서 “지금 우리 경제는 중대한 골든타임에 들어서 있으며,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다. 이 시기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다시 한 번 제2의 한강의 기적을 만들어낼 수도 있고 저성장의 늪에 빠져 뒤처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경제를 살려 일자리를 만들고 국민의 불편을 해소하는 규제개혁에 여와 야, 정부와 국회,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따로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서비스산업 규제와 관련해 “서비스산업은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 하에서 나타나고 있는 성장률 둔화와 고용 없는 성장에서 벗어날 수 있는 출구이고 특히 청년들이 선호하는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다”며 “이해 관계자들과 충분히 소통하면서 규제개혁 방안을 고민하되 필요하다면 국민의 입장에서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언급했다.
또 “제조업분야는 산업화 시대에 만든 규정들을 융·복합과 지식정보시대에 부합하도록 정비하는 데 힘써야 한다”며 국회에 계류 중인 산업집적활성화법 개정안을 예로 들어“노후산단의 환경개선과 근로자들의 편의 제고를 위해 하루 속히 법 개정이 이뤄졌으면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벤처기업들이 시장에서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도록 규제를 개선하고 필요한 제도를 만들어 주는 데도 힘써야 한다”면서 “최근 우리 벤처기업의 잠재력을 보고 구글, 요즈마펀드 등 해외 기업과 투자자들이 적극 들어오고 있는데 이런 움직임이 더욱 활성화돼 벤처기업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동시장과 관련해서도 “노동시장 규제개혁을 통해 일자리 창출에 물꼬를 트는 데도 힘을 써야 한다”며“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기구가 지적하는 바와 같이 정규직과 비정규직간 차별을 해소해가면서 다른 나라에 비해 경직적인 노동규제가 일자리 창출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지는 않은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아울러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 서민과 국민들의 불편과 관련해 “규제개혁신문고에 들어오는 건의들을 보면 국민들의 생업을 불편하게 만드는 불합리한 규제들이 많다”며 “그 불편을 겪는 국민이 1000명, 1만명이면 그것은 하나가 아니고 1000개, 1만개라는 생각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박 대통령은 “역대 정부마다 규제를 혁파하겠다고 나섰지만 임기 초 대통령이 관심을 가질 때는 뭔가 되는 것 같다가 임기 말에 관심이 줄어들면 규제가 다시 늘어나 결국에는 규제가 개혁하기 전보다 더 많아졌다”며 “규제개혁에 대한 접근방식부터 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제를 왜 고치고 없애야 하는지에 대한 국민의 이해와 지지, 공감대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어떤 규제든 풀면 손해 보는 이익집단이 있기 마련이다. 이들의 저항과 반발을 극복하는 길은 결국 규제개혁에 대한 국민의 지지와 공감대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또 "'모든 사람의 일은 어느 누구의 일도 아니다'"라는 말이 있듯이 사안이 여러 부처에 걸쳐 있다 보면 책임을 미루기가 좋아 문제 해결이 잘 안 되는 경우가 많다"며 부처 및 지자체 간 협업의 중요성을 언급한 뒤, "협업의 주관기관을 명확히 설정하고 주관기관에게 책임과 권한, 인센티브를 집중적으로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총리실에 당부했다.
이와 함께 “'남아일언 중천금'이란 말이 있다. 물론 남성에만 해당되는 얘기가 아니다. 오늘 회의의 일언이 중천금이 돼야 한다”며 “규제개혁회의를 개최하는 것 이상으로 실천이 얼마나 됐는가가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회의 시작에 앞서 참석자들의 부담을 의식한 듯, “오늘은 끝장토론이 아니니 안심하셔도 될 것 같다”고 말을 꺼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