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한나 기자] "'전사의 후예'는 아직도 자다가 일어나 춤을 추라고 해도 할 수 있어요. 그만큼 연습을 많이 했거든요. 공연에서 '전사의 후예'를 팬들한테 보여줄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네요."
'전사의 후예'였던 1세대 아이돌그룹 'HOT'의 이재원(34)은 '후예'라는 꼬리표를 뗀 지 오래다. '샤이 가이'로 불리던 'HOT 막내' 티를 벗고 내일을 바라보고 있다.
"데뷔한 지 18년 됐어요. 뭔가 음악을 잘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네요. 준비를 많이 할 생각입니다. 물론 잘 되면 좋죠. 잘 돼야 하고요. 하지만 성공 여부는 둘째 문제인 것 같아요. 대중들에게 저를 좀 더 보여주고 열심히 활동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어요."
이재원은 16세의 나이에 1996년 HOT 1집 앨범 '위 헤이트 올 카인즈 오브 바이얼런스(We Hate All Kinds of Violence)'로 데뷔, 누구보다 화려한 10대를 보냈다. "아직도 옛날을 사는 것 같아 보이지 않을까"라며 수줍은듯 HOT 시절을 말하지만, 조곤조곤한 말투 뒤의 자부심은 어쩔 수 없다.
당시 HOT의 인기는 상당했다. 지금의 어떤 그룹으로도 설명되지 않는 수준이다. 이재원은 하나의 현상이었던 HOT의 한 축이다. 2001년 'HOT'라는 굴레를 나왔을 때, 그의 나이 고작 21세다. 그리고 13년이 흘렀다.
"아직도 공항에 나와 응원해주는 분들이 많아요. 변하지 않고 이렇게 의리를 지킬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요. 어릴 때는 그렇게 깊이 생각하지 못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팬들의 마음이 더 감사하네요. 나중에는 정말 팬들밖에 없어요. 소중하고 귀하죠."
2001년 토니안·장우혁과 함께 'JTL'을 결성하고 1집 '엔터 더 드래건(Enter The Dragon)', 2집 '런 어웨이(Run Away)'를 발표했다. 2005년 '노 페인, 노 게인(No Pain, No Gain)'으로 솔로 활동을 시작해 2007년 '아임 소 핫(I'm So Hot)' 등을 잇따라 선보였지만, HOT 때의 영광을 되찾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중국으로 눈을 돌렸다. 24일 중국 베이징 CCTV 프레스턴에서 CCTV와 사단법인 한중일지역경제문화협회로부터 한·중 문화교류 홍보대사로 위촉되는 등 성과를 냈다. "2011년 군 제대 후부터 중국에서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했어요. HOT 팬들이 성원을 많이 해주더라고요. 아직도 지지해주는 팬들이 있다는 게 가끔 놀랍기도 하고 그래요."
이재원이 중국에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을 때, 국내에서는 90·00년대를 추억할 수 있는 콘텐츠들이 다수 생산됐다. 특히 케이블채널 프로그램을 통해 결성된 프로젝트 그룹 '핫젝갓알지'(문희준·토니안·은지원·데니안·천명훈)는 이재원에게도 특별했다.
"기분이 묘해요. 예전에 형들이 잘 섞이지 않았었는데 팀으로 뭉친다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요. 함께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하고 그랬죠."
'플라이 투 더 스카이' 'god' 등 동시대에 활동한 가수들의 컴백소식도 속속 들려왔다. 이들의 성공적인 복귀와 인기는 HOT 재결합에 대한 기대감도 높이고 있다. 이재원도 이를 인지하고 있다.
"재결합은 멤버들도 원하고 팬들도 원하고 있어요. 저 역시도 그렇고요. 재결합, 하면 좋죠. 멤버들과 개인적으로 통화하면서 관련된 이야기를 계속하고 있어요. 사람 일은 모르는 거잖아요.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음반 정도만이라도 발매해서 팬들에게 선물처럼 해주고 싶은 마음은 있습니다."
지난 4월 갑상선암을 발견, 수술 후 병실에서 회복하며 생각을 정리했다. "아, 이거 이러다 불쌍하게 보일 수도 있는데"라고 염려한 그는 "병실에서 많은 생각을 했다. 암병동이다보니 병실에 상태가 심각한 분들이 많았다. 사투를 벌이는 분들을 보면서 '감사하게 살아야겠구나'라고 생각했다. 열심히 살고, 주어진 것에 최선을 다해야겠다고 다짐했다"고 털어놓았다.
이는 하반기 솔로앨범 발표, TV 예능프로그램 출연, '한류 트레이닝 센터' K팝 학과장으로서 후진양성 등을 계획하고 있는 이재원의 마음가짐이기도 하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암이 재발할 수 있대요. 그러다 보니 스스로를 바꿔야겠다는 마음가짐을 많이 했어요.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모든 걸 내려놓을 생각이에요. 케이블 프로그램에 출연해보고 싶어요. '마녀사냥' '비정상회담' 등이 재미있더라고요. 가식 없는 모습으로 다가가고 싶어요. 이제는 좀 내려놓고 솔직하게 이야기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